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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변화의 초석,‘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기대

투데이에너지
2025-09-22
[기획]변화의 초석,‘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기대

한국에너지공단 제공

[투데이에너지 안후중 기자] 한국은 오랜 기간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유지해왔으나, 이제는 더 이상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미래의 도전에 대응할수 없는 변곡점에 서 있다. 2024년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이러한 전환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한 역사적인 이정표이다.

2023년 6월 제정되어 2024년 6월 14일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한국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잠재력을 지닌 핵심 법안이다. 이 법은 중앙집중형 체계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수요지 인근에서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담고 있다.

특별법이 도입하는 핵심적인 제도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제도이다. 특정 지역을 지정하여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로, 특화지역내에서는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전기 사용자에게 직접 전력을 판매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

둘째, 지역별 전기요금제이다. 전기판매사업자가 송배전 비용 등을 고려하여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전국 단일 요금체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셋째,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화이다. 데이터센터나 대규모 산업단지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대규모 전력 소비자는 사용 전력의 일정 비율을 분산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받는다.

넷째,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이다.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이 들어설 경우, 해당 시설이 지역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보강 방안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다섯째, 통합발전소(VPP) 법제화이다. 한국형 VPP를 의미하는 ‘통합발전소’ 사업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사업자로 인정했다.

한국의 DER 보급 및 기술 준비 상태특별법이라는 청사진은 마련되었지만, 한국의 현실은 글로벌 선도국들과 비교할 때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산 기반은 성장하고 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운영하는 기술과 시장 제도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6%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그 구성이 태양광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어 간헐성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VPP 시장은 법제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주도 실증사업을 중심으로 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 수준 역시 격차가 존재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자원 분야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80.2% 수준이며, 기술 격차는 3.7년으로 평가되었다. 배터리, ICT 등 개별 요소 기술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이를 전력망 운영 및 VPP 최적화 등 시스템 단위로 통합하는 응용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유럽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2030년까지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약 2만 명의 전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통 관리, 시장 개혁, 정책 실행의 핵심 과제 특별법이 제시한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의 관성을 극복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특히 계통 운영, 시장 제도, 규제 세부사항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정책 실행의 공백 문제이다. 특별법의 성패는 지역별 요금 차등의 구체적인 산정 방식, 대규모 소비자의 설치 의무 비율, 특화지역 내 전력 거래 규칙 등 핵심적인 세부사항을 규정할 하위 법령에 달려있다.

둘째, 경직된 전력시장 구조이다. 한국의 도매전력시장은 발전원가에 기반한 CBP 방식으로, 연료비가 거의 없는 재생에너지나 유연하게 출력을 조절하는 분산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분산자원이 제공하는 위치적 가치, 시간적 가치, 유연성 가치 등을 제대로 보상받기 위해서는 실시간 시장, 보조서비스 시장 등 다양한 시장을 도입하는 근본적인 시장 개혁이 필수적이다.

셋째,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주체 간의 역할 재정립 문제이다. 분산에너지 시대에는 전력거래소, 한전, 그리고 신규 VPP 사업자 간의 역할과 책임이 재정의되어야 한다. 특히 배전망의 운영 주체인 한전의 역할 변화가 핵심이다. 한전을 단순한 전력 판매 회사가 아닌, 다수의 분산자원이 연결된 복잡한 배전망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현대적인 ‘배전망운영자(DSO)’로 전환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과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한국 에너지 미래를 위해 한국은 분산에너지 전환의 길목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현재는 글로벌 선도국들을 뒤따르는 추격자의 입장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 반도체 및 배터리 제조 기술, 그리고 전기차 산업 생태계는 분산에너지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성공적인 이행을 통해 내수 시장에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육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네 가지 핵심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특별법 하위 법령의 신속하고 투명한 구체화이다. 지역별 요금제의 구체적인 산정 방식,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 비율, 특화지역 내 거래 규칙 등을 명확하고 실효성 있게 설계해야 한다. 둘째, 분산자원의 유연성 가치를 보상하는 전력시장 구조 개편이다. 현재의 경직된 CBP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가격 변동, 보조서비스 시장, 용량시장 등을 도입하여 분산자원이 제공하는 다양한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보상해야 한다.

셋째, 유틸리티 사업자의 역할을 플랫폼 기반의 배전망운영자(DSO)로 전환해야 한다. 한전은 단순한 전력 판매업체에서 수많은 분산자원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 운영자로 거듭나야 한다. 넷째, 핵심 기술 R&D및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VPP 플랫폼, 지능형 인버터, V2G 기술,에너지 데이터 분석 등 고부가가치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는 단순히 분산에너지를 ‘소비’하는 국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VPP 플랫폼, 지능형 인버터, V2G 솔루션, 에너지 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 분산에너지 생태계의 핵심 기술 스택을 공급하는 ‘설계자’이자 ‘공급자’가 되는것에 있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은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과 신산업 창출을 견인하는 국가적 과제로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분산에너지 전환의 성공은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한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과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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