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
[연속 기획-中] 당정, 정치적 논리로 석유시장 구조 개선 압박
송고일 : 2026-04-09
초대형 원유운반선 VLCC(Very Large Crude oil Carrier)가 운항하고 있다./출처 대우조선해양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석유시장 구조와 원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정유사가 '강자'이고 주유소와 소비자는 '약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당정은 이러한 논리와 인식으로 ‘사후 정산제’를 비롯해 '전속 거래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제품 최고 가격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는 진보진영에서 제기된 목소리라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국회 더 좋은 미래, 사단법인 에너지 전환 포럼, 에너지 시민 연대, GCN 녹색 소비자연대 전국 협의회는 국회에서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 긴급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석광훈 에너지 전환 포럼 전문위원은 "석유 가격이 수요 관리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정상화해야 한다"며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최고 가격제 폐지와 김영삼 정부에서 시행한 유가 자유화를 통한 석유 수요 관리 기능을 원상 복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석유 가격을 억누르자 오히려 소비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 따른 것으로 실제로 소비자들은 향후 가격이 더 인상될 것에 대비해 이를 미리 사두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1차 최고 가격제가 시행된 3월 9일부터 15일간 2주차에는 주유소 휘발유 판매량이 25만 7423킬로리터를 나타냈으나 4주차에는 32만 1051㎘로 24.7% 급증했다. 이 기간 경유 판매량도 35만 2300㎘에서 40만 9949㎘로 16.3% 증가했다.
현재 정유사와 석유 대리점은 최고 가격제로 인해 막대한 영업 손실이 발생했고 국가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8일 더불어민주당은 SK에너지·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가 '사후 정산제' 등 기존 거래 구조를 대폭 수정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후 정산제’를 폐지하고 시장에서 확정된 가격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속 거래제' 또한 비율을 60%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이번 합의로 주유소 간 경쟁이 형성돼 소비자 가격이 자연스럽게 인하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시장 구조,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고려할 때 근거가 부족한 정책 가설이나 정책 낙관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매년 주유소 감소 · 정유사, 고객 확보 차원 '우월적 지위' 불가능
주유소, 제도 개선 시 리스크 회피 위해 '고가(高價) 책정' 가능성 커
'사후 정산제'는 환율과 유가 등 이중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시행됐다. 원유는 수입 계약 시점부터 실제 국내에 도착해 정제·납품까지 통상 4~8주가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국제유가는 지속 변동한다. 그로 인해 국내 납품 시점에 원유 가격은 최초 계약 시점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원유가 100% 달러로 결제돼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한다. 만약 납품 시점에 공급가를 미리 고정할 경우 그 사이 환율이 급변하면 막대한 손익 변동이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승용차 운전자가 차량에 휘발유를 셀프 주유하고 있다./신영균 기자
'사후 정산제'는 이러한 유가와 환율이라는 이중 리스크를 현실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로 정착했다. 현재 적용되는 임시가인 입금가는 공개된 외부 지표에 연동돼 산정되는 만큼 정유사가 이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주유소는 석유제품 구매 시점에 가격을 확정하는 '판매 시점 확정가'와 '사후 정산제' 가운데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유소들이 '사후 정산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대리점 현물가가 낮아질 경우 정유사에 그에 상응하는 할인을 요구하는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시에는 최초 입금가보다 최종 정산가가 낮게 결정돼 주유소가 월말에 차액을 환급받는 '사후 할인' 구조로 운용되고 있다. '전속 거래제'도 주유소가 매년 계약 조건을 재검토해 정유사를 교체하거나 계약 방식 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
현재 일반 주유소는 알뜰주유소와 경쟁,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 경기 침체로 인한 화물차 유동량 감소 등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말 1만 2천여개에서 2024년 말에는 1만개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정유사는 주유소를 확보해야 하기에 우월적 지위를 행사할 수 없음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사후 정산제'는 정유사의 일방적 가격 왜곡 구조가 아니라 가격 변동 리스크를 완충하는 장치로 작용 중이다. 이를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할 경우 오히려 주유소는 리스크 회피를 위해 보수적 판단으로 석유제품 가격을 높게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당정이 강조하는 제도 개선을 통한 소비자 가격 인하도 인과관계나 근거가 부족하다. 진보 진영이 '석유제품 최고 가격제'에 대한 비판에 이어 ‘사후 정산제’와 '전속 거래제' 폐지 및 개선에 대한 문제 또한 제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용어 설명
석유제품 최고 가격제 = 정부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로 첫 시행은 2026년 3월 13일 0시부터 시작됐으며 2주 단위로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해 재산정한다.
사후 정산제 =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우선 공급하고 일정 기간 후 국제 기준 가격 등에 따라 정산하는 방식
전속 거래제 =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정유사 석유제품을 공급·판매하는 계약 방식으로 시설 등을 지원받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다른 정유사 제품은 취급할 수 없는 구조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