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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트] 한국형 자발적 탄소시장의 기회와 책임

투데이에너지
2026-05-04
[에너지 인사이트] 한국형 자발적 탄소시장의 기회와 책임

CO2 이미지 /픽사베이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기획예산처와 최근 주요 기업·금융기관이 손잡고 출범한 ‘한국형 자발적 탄소시장 얼라이언스’는 기업의 자발적 감축성과를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인정하는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는 탄소감축 활동을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의 본격화하고 볼 수 있다.

또한 자발적 크레딧의 법제화와 거래소 신설 계획은 규제 밖에 있던 중소·스타트업의 감축 참여를 확대하고, 초기 혁신기술에 대한 민간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다. 그러나 제도의 성공 여부는 시장의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에 달려 있다.

왜 지금 자발적 시장인가

한국의 배출권거래제(ETS)는 국가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포괄하지만, 기준선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많은 중소·스타트업과 서비스업체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이들 기업이 감축 노력에 참여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감축 잠재력은 제한된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는 장치다. 민간의 자율적 감축 활동을 크레딧이라는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면 기술 상용화와 조기투자가 촉진되고, 넓은 의미에서 탄소중립 전환의 확장성이 높아진다.

법제화와 거래소의 역할

정부는 자발적 탄소시장법 제정을 통해 크레딧의 발행·유통·소각을 등록기관이 관리하도록 하고, 평가기관의 평가지표 공개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거래소 내에 자발적 탄소시장 전용 거래소를 신설해 상품군별 표준화를 추진하고 거래를 통합할 계획이다. 얼라이언스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민관 네트워크를 운영하여 수요·공급 기업을 연결하고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시장 확대와 혁신 촉진

첫째, 중소·스타트업의 참여 촉진이다. 실증 단계의 감축 성과가 크레딧화되면 기술사업화의 조기수익원이 되고, 이는 곧 투자 유인을 높인다. 둘째, 초기 혁신기술에 대한 자금 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감축성과를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이 개발되면 리스크가 큰 초기 프로젝트에도 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 셋째, 국제적 연계다. 거래소 운영과 해외 평가기관과의 협력은 국제적 신뢰성을 높여 해외 수요를 유치하고, 장기적으로 한국을 아시아 탄소허브로 자리매김시키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주요 리스크와 쟁점

그러나 자발적 시장은 신뢰 기반의 시장이다. 평가·검증(MRV)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평가기관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크레딧의 품질에 의문이 제기되고 ‘녹색세탁’ 우려가 커진다. 추가성(additionality), 영속성(permanence), 누적감축 산정 방식 등 핵심 개념의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가격 신호는 왜곡될 수 있다. 또한 국내 ETS나 국제 오프셋 제도와의 중복계상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제도의 정합성이 훼손된다.

거래소 설계상 고려사항

거래소는 단순한 매매 플랫폼을 넘어 시장신뢰를 지키는 규범의 보루가 돼야 한다. 상장·소각·상장폐지 절차를 엄격히 규정하고, 거래 중단·유동성 위기 시 개입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초기 유동성 부족을 고려해 시장조성자나 공적 매수 프로그램 등 가격안정 장치도 설계해야 한다. 표준계약 템플릿과 상품군 분류를 통해 동일성·호환성을 확보하면 가격발견과 유동성 형성에 유리하다. 아울러 발행·거래·소각 이력을 디지털로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은 신뢰성 담보에 큰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 참여 확대 방안

자발적 시장의 목적 자체가 중소·스타트업 참여 확대라면, 이들의 비용·행정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경량화된 MRV 패키지, 인증비 보조, MRV 플랫폼·컨설팅 제공, 소규모 프로젝트의 묶음(aggregation)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는 즉시 도입할 수 있는 실무적 대책이다. 특히 현장기술자·컨설턴트 풀을 확충해 중소기업이 비용 효율적으로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시장과 기업의 전략적 대응

금융권은 표준화된 크레딧을 기초로 녹색채권, 파생상품, 헤지 수단 등 다양한 탄소기반 금융상품을 개발할 기회를 얻는다. 기업은 자체 감축 포트폴리오와 외부 조달을 병행해 탄소 리스크를 관리하고, 공급망 차원의 감축 실적 집계로 수요 예측을 명확히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프로젝트 묶음과 플랫폼형 MRV 서비스를 통해 참여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법·제도 설계의 우선순위

첫째, 법안에는 투명성·독립성·표준화 원칙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둘째, 초기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적 수요를 창출하는 방안(공공기관의 선구매·수요 확약 등)을 검토해 유동성을 보완해야 한다. 셋째, 평가방법론 공개와 제3자 감시체계 도입으로 평가기관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국제 호환성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조속히 수립해 CORSIA 등 국제 제도와의 연계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기회와 책임

한국형 자발적 탄소시장은 중소기업과 혁신기술을 탄소중립 가치사슬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도구가 될 잠재력이 있다. 다만 시장을 키우는 일과 동시에 시장을 지키는 규칙을 확립하지 않으면 그 잠재력은 위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 법적 원칙의 명확화, 엄정한 MRV 체계, 중소기업 참여를 실질적으로 돕는 지원책이 병행될 때 비로소 ‘감축 성과의 자산화’는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지금의 출발을 기회로 삼아 투명성·공정성·포용성의 원칙을 중심에 두고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형 자발적 탄소시장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적 신뢰를 쌓아 아시아 탄소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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