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기획] 서해안 재생에너지 실어 나를 고속도로 건설

투데이에너지
2026-05-11
[기획] 서해안 재생에너지 실어 나를 고속도로 건설

한국전력이 최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전경/한전 제공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는 호남 등 특정 지역에 재생에너지 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의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2025년 7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공식화한 이유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전국의 산업단지 등 주요 전력수요 지역과 재생에너지 등 발전원이 밀집된 지역을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력 인프라다. 송변전 설비, 초고압 직류 송전(HVDC), 차세대 분산 전력망 등을 복합적으로 구성해 전력망을 고도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올해부터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이 본격 착수되어 주목된다. /편집자주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재 기존 송전망을 통해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은 4.5GW 수준에 불과하다. 송전망이 적기에 확충되지 않으면 2036년 호남권의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은 58.5GW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2030년까지 서해안 1단계 HVDC 구간(새만금~화성)을 완공하고, 2040년까지 인천 앞바다에서 서남해·남해안·경북 동해안까지 이어지는 U자형 해상 전력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송전선로(총연장)는 2025년 3만 7169c-km에서 2030년 약 4만 8500c-km로 30% 이상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HVDC는 변환소(밸브·제어기, 변압기)와 전력망이 연동된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실제 운영을 통한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 약 2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서해안 해저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 선로인 2GW 규모의 ‘새만금~서화성(약 220km) 구간에서 HVDC 기술을 실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 밸브·제어기 및 변압기 제작·공급업체 등으로 구성된 특수목적회사(SPC)를 2026년 말까지 설립할 예정이다.

서해안 HVDC 건설사업 착수

한국전력은 지난 3월 19일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는 지난해 5월 수립된 ‘제11차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서해안 일대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 주요 수요처로 수송하는 4개(각 2GW 총 8GW 규모)의 500kV HVDC(초고압 직류 송전) 해저 송전망이다. 한전은 이를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전체 선로길이는 약 1070km에 달하고 2030년 1개, 2036년 1개, 2038년 2개 사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특히 새만금과 수도권(서화성)을 잇는 첫 번째 구간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30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 3월 초 해저케이블 경과지에 대한 본격적인 설계 절차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해 8개 변환소 건설에 필요한 부지선정을 완료했다.

김동규 한국전력 신송전개발처 신송전건설실장은 “통상적으로 HVDC 송전망 건설에는 9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나, 한전은 과감한 공정의 혁신과 정부·지자체·제조사와 긴밀하게 협력해 1단계 사업의 2030년 준공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선 기존 2년 이상 걸리던 기본설계 절차를 획기적인 공정 개선을 통해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 해저케이블 건설에 따른 어민 지원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전은 최단기간 내 사업 인허가를 마칠 수 있도록 정부 및 지자체와 실무협의체를 운영 중이며, 국내 케이블 제조사들과도 협의체를 구성해 대량의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사전에 확보하고 초대형 포설 선박 등 공사에 필요한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고속도로 핵심 기술 개발

한전 전력연구원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4대 핵심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력연구원에 따르면 초고압 직류 송전(HVDC)은 교류 대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장거리 대용량 송전이 가능하다. 특히 전압형 방식은 전력 흐름을 양방향으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전력연구원은 제주 HVDC 3 연계선 기술개발을 통해 MW급의 전압형 HVDC 설계·운영 기술력을 축적해 GW급 전압형 HVDC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김시환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6년부터 연구소·제작사·학계와 협력해 GW급 전압형 HVDC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라며 “새만금~서화성 HVDC를 시작으로 GW급 전압형 HVDC 기술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국내 전력 수급의 안정은 물론 그동안 해외 선진사 위주로 진행되어 온 글로벌 대용량 전력 변환 시장에 국내 기술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LS전선 직원이 500kV급 HVDC 케이블이 투입되는 ‘동해안-신가평’ 시공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LS전선 제공

재생에너지 변동성 확대와 HVDC, ESS, FACTS 등 신규 설비 확대로 전력 공급-수요 균형과 계통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계통 상황을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현장 데이터를 통합 수용하고 판단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전력연구원은 지난 2025년 12월 단순한 감시·제어를 넘어 AI가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자율 복구하는 전력망 자율운전 체계인 AI 기반 송변전 SCADA 국산화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보급의 급속한 확산으로 도심 배전망의 과부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무효전력이 발생하지 않는 직류 방식의 MVDC(중전압 직류)는 동일한 인프라에서 송전 용량을 최대 2배까지 높일 수 있다.

전력연구원은 ±35kV/30MW MVDC 실증 시스템 구축과 표준 모델 확립을 통해 에너지 고속도로가 도심 배전망까지 막힘없이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신규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 수용성 확보와 부지 협의 등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전력연구원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기존 전력구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단일 회선으로 기존 대비 2~3배 많은 3GW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지중케이블을 주목하고 있다.

김민주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력망의 중추인 345kV 송전로의 단일 회선 용량을 3GW급으로 극대화하는 케이블 기술 확보는 에너지 고속도로 적기 구축 지원을 뒷받침할 핵심적인 수단”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345kV 대용량 지중케이블 기술은 현행 규격인 27mm 절연 두께를 유지하면서 3200sqmm 대단면 구리 도체를 적용하고, 소선 절연도체 기술을 통해 표피효과를 억제해 송전 용량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계가 바라는 개선 사항

케이블, 변압기 등의 제조사들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여러 개선점이 있다는 게 제조업계의 의견이다.

업계에 따르면 먼저 국산화·기술 주권 중심의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A 업체 관계자는 “단기 가격만이 아닌 장기적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성을 평가에 반영해 실증사업을 넘어 전압형 에너지 고속도로의 국산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 업체 관계자는 “에너지 고속도로는 국가 핵심 인프라인 만큼, 국내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라며 “복수 기업이 참여하는 안정적인 공급 구조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정책적 고려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 업체 관계자는 “해외 기술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전력망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중심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기자재·시스템·엔지니어링을 아우르는 HVDC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HVDC와 같은 대규모 전력 인프라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과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전탑 전경 /한전 제공

또한 업계는 국내 실증·시험 인프라 확대와 협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중장기 사업계획의 명확한 제시를 바라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한국전력공사 실증센터 고도화, HVDC 전용 시험설비 투자 지원 등이 필요하다”라며 “기업은 공장·인력·설비에 수천억 원을 투자해야 하므로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선 명확한 국산화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사업의 연속성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한전과 HVDC 기술 기업 간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B 업체 관계자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정부와 발주기관이 사업 일정, 규모, 추진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HVDC 시스템 설계에 필수적인 기술 사양(전압 형식, 절연 방식, 부하 조건, 변환소 위치 등)을 조기에 확정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라며 “관련 정보 공개가 지연되면 설계와 생산 준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전체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원격관리 간편결제 A/S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