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AI로 치매 전 단계 85% 정확도 진단
KERI 박영진 박사(왼쪽)팀이 웨어러블 기기로부터 수집된 발화 및 뇌파를 이용한 'AI 기반 경도인지장애 선별 기술'을 개발했다. /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일상에서 간편하게 선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 85%의 정확도로 진단이 가능해 치매 조기 예방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청각인지뇌기능진단연구팀 박영진 박사팀은 30일 'AI 기반 발화 및 뇌파 분석 기술'을 개발해 경도인지장애 선별 정확도 85%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노년층 90명을 대상으로 한 실증에서 민감도 72%, 특이도 90.8%를 기록했으며, 국내외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저하됐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치매 전 단계를 말한다. 정상인의 연간 치매 진행률이 1~2%에 불과한 반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로 발전하며 6년 추적 시 80%까지 치매로 진행된다.
하지만 현재의 검사 방식은 치매안심센터를 직접 방문해 지필 및 문답 중심의 검사를 받아야 하며, 접근성과 신뢰도가 낮아 조기 선별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조차 낯선 경우가 많아 노년층의 증상 인지와 검사 접근이 모두 미흡한 상황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이어폰 형태의 넥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후 24인치 모니터를 통해 5종의 과업(그림 설명, 일상 질의응답, 이야기 말하기, 절차 설명하기, 청각 자극 퀴즈)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평균 15회 정도의 질문에 답하는 간단한 과정으로,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반복 검사가 가능하다.
연구팀의 핵심 성과는 한국 노년층의 특성을 반영한 AI 기술 개발이다. KERI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발음 불분명, 사투리, 난청 등 노년층의 특성을 고려해 97% 이상의 음성 인식 정확도를 구현했다.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된 발화와 뇌파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되며, 멀티모달 AI가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을 판별한다. 발화만으로 판별이 어려운 부분은 뇌파 측정 정보로 보완해 신뢰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서울 강서구 치매안심센터, 안산 상록구 노인복지관, 서울대 청각평형교육센터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25명과 정상인 65명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했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을 대상으로 경도인지장애를 조기 판별하는 것은 고난도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개발된 플랫폼은 노인 복지시설, 지역사회 보건소, 관공서 등 노년층의 생활 밀착형 공간에 설치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노년층의 디지털 문해력과 시청각 불편을 고려한 설계로 노인 복지 현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박영진 박사는 "곧 발표될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에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한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 선별 및 적극 치료 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며 "국가적 차원의 기술 지원과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치매 환자는 97만명(유병률 9.17%),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298만명(유병률 28.12%)이며, 2030년에는 각각 121만명, 368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향후 지역사회 복지관 및 치매안심센터와 협업해 진단 대상 확대, AI 기술 고도화, 지자체 연계 치료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치매 유병률을 낮추는 국가적 보건 전략 수립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발화 및 뇌파 데이터 /한국전기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