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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동식 한국환기산업협회 신임 회장 

    송고일 : 2026-05-18

    김동식 한국환기산업협회 신임 회장/한국환기산업협회 제공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과거 아파트 발코니 구석이나 실외기실 한편에 설치된 채 존재감 없이 방치 되던 환기장치가 AI(인공지능)와 IoT(사 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인프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의 실내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공기질은 건강뿐 아니라 인지 능력과 업무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 이다. 연간 1조 원 규모에 육박하는 국내 환기 시장은 이제 단순 건축설비를 넘어, 거주자의 건강과 건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관리하는 ‘기후테크’ 산업 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환기산업협회 김동식 신임 회장 (케이웨더 대표이사)은 환기를 “단순 설비가 아닌 생명 복지 인프라”로 정의하 며, 데이터 표준화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산업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의무 설치의 굴레를 벗고

    국내 환기 산업은 2006년 공동주택 환기설비 의무화 이후 외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제도적으로 환기설비 보급은 확대됐지만 현장의 실상은 녹록지 않았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최저가 입찰 방식을 유지하면서, 업체들 역시 법적 기준만 충족하는 저가 제품 공급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었다. 소비자들 또한 환기장치를 ‘천장에 달린 소음 나는 기계’ 정도로 인식 하며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해왔다.

    김동식 회장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환기는 예방의학’이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대인은 하루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며 약 2만 리터의 공기를 호흡한다. 밀폐된 실내 공기는 실외보다 최대 100배까지 오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환경 보호청(EPA)과 영국 레딩대학교, 하버 드대학교 등의 연구에 따르면 실내 공기질 관리만으로도 노동자의 생산성은 약 20%, 학생들의 학습 능률은 15% 이상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환기는 사람이 공기질 문제를 인지하기 전에 먼저 작동해 집중력 저하와 두통, 호흡기 질환 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며 “협회가 환기를 예방 의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환기는 단순 편의 설비가 아니라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는 필수 인프라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 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스마트 환기’

    환기 산업이 독자적인 기후테크 산업 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은 ‘스마트 환기’ 기술이다. 기존 환기장치에 IoT 센서와 AI 알고리즘을 결합한 지능형 시스템으로, 실내외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CO2),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온·습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환기 강도와 시점을 자동 제어하는 방식이다. 거주자의 재실 여부와 활동량까지 분석해 상황별 최적 환기를 구현하며, 외부 공기가 더 깨끗하고 시원할 경우에는 열교환 소자를 우회하는 ‘바이패스 모드’나 자연 환기를 활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다.

    건물 에너지 손실의 약 40%가 환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스마트 환기는 AI 기반 정밀 제어를 통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EU)이 건물에너지성능지침(EPBD)을 통해 제로에너지빌딩 규제를 강화하면 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환기 기술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최근 기업들의 탄소배출 관리 요구가 강화되는 상황 에서 스마트 환기는 폐열 회수와 에너지 절감 효과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전기요금 인상 흐름까지 고려하면 스마트 환기의 경제적 효과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제 환기는 단순 설비가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마트정화 시스템 시장 규모 및 전망 그래프/한국환기산업협회 제공

    ‘데이터 장벽’ 허무는 중재자

    환기 산업 고도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은 ‘데이터 연결성’이다. 스마트 환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양한 센서와 장비 간 정보 교환이 원활해야 하지만, 현재는 기업별 데이터 규격(프로토콜)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를 산업 확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데이터 장벽’으로 보고 있다. 김동식 회장은 협회 차원의 공통 데이터 규격 수립을 임기 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스마트 환기 표준 제정이 곧 데이터 표준화로 이어지는 만큼, 회원사 간 합의를 통해 기술 호환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스마트 환기의 완성도는 결국 연결성에 달려 있다”며 “기업마다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운영하면 산업 전체 성장 속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환기 기술 수준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만큼, 이제는 표준화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협회는 기술위원회와 국제협력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산·학·연 협력 체계를 확대해 국내 표준의 글로벌 표준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유지관리 인프라 구축

    기술 발전만큼 중요한 것이 유지관리 체계 혁신이다. 아무리 우수한 설비라도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에 협회는 ‘유지 관리 전문 인력 양성’과 ‘유지관리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AI가 기기 이상 징후와 필터 교체 시기를 사전에 분석해 알려주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기업은 유지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는 보다 안정적인 공기질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현재 기계설비 성능점검 업계는 인력 부족과 체계화되지 않은 자격 기준 등의 한계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가 공인 자격제도 도입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환기설비 유지관리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수요 확대와 전문 인력 확충이 산업 성장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며 “기계설비법 점검 의무화 시대에 맞춰 체계적인 유지관리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재난 ‘조리흄’ 해결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학교 급식실 ‘조리흄’ 문제 역시 환기 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발암물질로, 급식 종사자 폐암 산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178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 고, 이 가운데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경각심도 커졌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약 9,064억 원을 투입해 전국 학교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사 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케이웨더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DSBA 연구실이 공동 개발 중인 ‘AI 에너지 최적화 안전공조 시스템’은 조리흄 농도를 정량화한 지수를 기반으로 급· 배기 장치와 후드 시스템을 자동 연동 제어하는 방식이다. 기존 풍량 중심 환기의 한계를 데이터 기반 자율 제어 기술로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전국 100여 개 학교에 설치·운영 중이며, 설치 전후 공기질 개선 효과를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실무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급식 종사자 건강 문제는 환기 기술이 단순 편의 설비를 넘어 생명 안전 인프라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과 비전

    환기 산업의 변화는 단순 기술 진보를 넘어 산업 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 하청 구조 속 최저가 입찰 경쟁에 머물렀던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기술 경쟁력과 성능 중심 시장으로 전환하 겠다는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협회는 임기 내 스마트 환기 보급 확대와 기준 확립, 고품질화라는 세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제도가 정착되면 설비 성능과 효율 중심 평가가 가능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기술 경쟁과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이제는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술 경쟁력이 시장의 본질적인 가치가 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며 “산업 전반의 위상 역시 그에 맞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성은 이제 공기에서 결정된다

    환기 산업은 이제 건설업 부속 설비라는 기존 인식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건강과 에너지 효율을 관리하는 첨단 기후테크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 하고 있다. 미래 환기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보이지 않는 공기의 가치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가치로 얼마나 명확하게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들은 복잡한 제어 기술을 일반 가전 수준으로 단순화하는 동시에, AI 기반 관리 성과를 데이터로 소비자 에게 증명해야 한다.

    김 회장은 임기 내 스마트 환기 보급 확대와 기준 확립, 고품질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설비를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 활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설비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필터 교체와 유지관리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도 국가적으로 상당한 에너지 절감 효과와 건강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업계 역시 협회 활동과 인식 개선에 적극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보이지 않는 공기의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증명하고 설득하느냐가 미래 환기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환기 산업이 데이터와 기술 표준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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