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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논단] AI 시대 에너지 패권…북극항로가 생존의 길이다
송고일 : 2026-05-26
▲ 김효선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에너지신문] 2026년은 연초부터 글로벌 에너지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이벤트로 시작됐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시작으로 원유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베네수엘라는 3000억배럴의 확인 매장량을 자랑하는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이다. 원유의 품질은 낮지만 미국 정유시설에 최적화돼 있다.
이 사건과 더불어 UAE OPEC 탈퇴는 OPEC의 원유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개입하면서 호르무즈 봉쇄를 촉발했고 전세계는 에너지 공급망 마비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고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개도국의 식량안보까지 위협받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트럼프의 행보는 그린란드-베네수엘라-이란에 이어 파나마 운하를 겨냥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다.
쿠바에 대한 압박은 사실상 파나마 정부에 대한 통행료 인하 명분을 만들고 운하 통제로 이어질 것이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트럼프 머리 속엔 ‘에너지안보 인질극’에 대한 시나리오로 꽉 찬 듯 보인다.
안타깝게도 이번 ‘에너지안보 인질극’은 폭발적인 AI 기술수요와 맞물려 그 위력이 글로벌 경제지도를 흔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전만 해도 에너지 인질극은 그 위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AI 벨류체인의 특성상 에너지공급망 위기가 장기활 될 경우,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대비 공급이 조만간 한계치에 도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때마침 국제가스연맹(IGU:International Gas Union) 산하 LNG 분과에서는 2026 세계LNG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분과위원으로서 최신 시장 통계를 접하다 보니 에너지가격 폭등이 장기화될 시나리오에 힘을 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만 아니었다면, 2026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은 오랫동안 예상됐던 공급 가속화의 ‘메가 웨이브(mega-wave)’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을 것이다.
즉 과거의 타이트했던 공급 부족에서 벗어나 구매자 우위 시장(buyers' market)으로 구조적 전환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중동 개입은 단번에 시장을 ‘극심한 공급부족’으로 역전시켰다.
이러한 시점에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북극항로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북극항로의 상업화와 유관산업의 육성을 국가차원에서 지원할 근거를 마련했다.
북극항로는 수에즈운하 대비 운행거리가 40% 단축돼 평균 2주 이상의 시간이 절감된다.
연료비 또한 최대 35% 절감, 선박 회전율을 상승시킨다. 대신 쇄빙선과 내빙선 비용이 일반선박보다 수배 이상 비싸고 러시아 법령에 따른 쇄빙선 에스코트 비용과 극지운항 특수 보험료가 추가되며 하계 중심(7월~11월) 운항으로 수에즈 운하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는 단순한 해로가 아닌 우주, 위성, 에너지 등 첨단산업 육성에 따른 강력한 산업연관 효과로 미래경제 지형도에서 없어서는 안될 전략적 요충지이다.
즉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패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그린란드를 거점삼아 북극항로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또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포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과는 다르게 사실상 극지빈국이다.
러시아가 40척 이상의 쇄빙선(원자력 쇄빙선 포함)을 보유한 반면 미국은 대형 쇄빙선이 2척에 불과하고 그마저 50살이 넘은 고령의 함정이다.
이에 12조원에 달하는 쇄빙선 확충법안을 통과시켜 어렵사리 따라가고 있다. 이를 실현시키는데 혁혁한 공은 핀란드로 향하고 있다.
미-핀란드 동맹으로 총 11척(총 10조원) 중 5척이 계약을 완료했고, 이중 2척이 헬싱키에서, 3척은 텍사스에서 건조된다. 총 11척의 쇄빙선이 2028년에서 2035년에 걸쳐 북극에 전진배치될 예정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시애틀에 5000억원의 기지 현대화 자금이 투입됐다.
이러한 미-핀 동맹으로 한국 조선업계는 그동안 자랑하던 완제품 수주에서 배제돼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다만 고부가가치 쇄빙 LNG운반선과 쇄빙선에 꼭 들어가야 하는 특수강, 내빙 기자재 등 협력 기회는 남아 있다. 따라서 이번 북극항로특별법은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미-핀 동맹은 사실상 미-핀-캐나다 3자간의 ICE PACT(Icebreaker Collaboration Effort PACT), 즉 러-중 북극 해상 패권에 대응한 서방 동맹국들의 쇄빙선 건조 및 기술역량 강화를통한 상호호혜적 국가 안보-산업 동맹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세계 쇄빙선 설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핀란드 전문기업 아커 아틱(Aker Arctic)이다.
10년 전 아커사를 방문했을 때 3번 놀랐다. 첫째 소박한 본사 건물에 놀랐고, 둘째 쇄빙기술의 혁신적 도전의식에 놀랐다.
그리고 실용주의에 입각한 끊임없는 대외협력 노력에 놀랐다. 그간의 아커사의 노력과 이를 지원하는 핀란드 정부의 노력으로 핀란드는 미국과 캐나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맹국이 되었다.
앞으로 향후 10년간 이 동맹은 70~90척의 대규모 쇄빙선 수요를 공동발주하고 마케팅하여 공급망 전체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다.
핀란드는 40%를 원전에 의존하고 55%를 신재생을 사용하며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역내 가정과 학교의 난방수로 공급하는 순환경제를 실천하고 있다.
즉 차가운 기후, 전렴한 전력, 정교한 지역난방 인프라로 유럽의 핵심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에너지안보가 경제안보를 견인함을 AI산업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글로벌 북극. 10년전 극지연구소 시절 쓴 책 제목이다. 10년전과 지금은 다른 것이 있다. 바로 AI이다.
즉 AI 연대는 에너지안보 연대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대안이 아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어야 한다. 북극항로 유관산업에 있어 에너지와 AI는 TWIN 성장엔진이다.
화주(CARGO OWNER)없는 항로는 존재할 수 없다. AI는 북극항로 생태계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혈관과 같다.
북극항로,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오션 이코노미와 AI이코노미로 북극항로의 백년대계를 설계하자. 북극항로위원회는 과거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대체할 것이다. 해수부의 책임과 권한이 잘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