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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EPA, 고온난화 냉매 기기 ‘설치 금지’ 전격 폐지

    송고일 : 2026-05-27

    미 EPA, 고온난화 냉매 기기 ‘설치 금지’ 전격 폐지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글로벌 냉매 규제를 주도하는 미국 정부가 산업 현장의 마찰과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지구온난화(高GWP) 냉매 기반 기기의 설치 마감 시한을 전격 폐지했다. 규제의 큰 틀은 유지하되,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행정적 유연성을 발휘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환경청(EPA)은 미국 혁신 및 제조업법(AIM Act)의 ‘기술 전환(Technology Transitions)’ 규정을 재검토한 끝에, 대표적인 수소불화탄소(HFCs) 계열 냉매인 R-410A를 사용하는 주거용 및 상업용 에어컨·히트펌프 장비의 설치 마감 시한을 무기한 폐지(Lifts deadline)하는 최종 규칙(Final Rule)을 확정했다. R-410A는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에어컨 시장의 표준으로 사용돼 왔으나, 이산화탄소(CO₂)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2천 배 이상 높아 미국의 단계적 감축 및 퇴출 대상이 된 가스다.

    “재고를 폐기물로 만들 순 없다”… 산업계 반발에 규제 유연화

    당초 EPA는 일정 시점 이후 R-410A 기반 장비의 제조와 수입은 물론, 산업 현장에서의 신규 설치까지 법으로 전면 금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토가 넓고 유통망이 긴 미국 HVAC(난방·환기·냉방) 시장 특성상, 획일적인 설치 시한 강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고를 하루아침에 불법 폐기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결국 중소 시공업체의 연쇄 파산과 소비자 비용 상승 가능성을 경고한 미국냉동공조인협회(ACCA) 등 업계의 강한 반발을 미 정부가 수용한 결과다.

    이번 조치에 따라 제조사와 대리점은 기존 R-410A 기반 장비 및 부품 재고를 기한 제한 없이 유통·설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EPA는 규제 방향성 훼손을 막기 위해 GWP 제한치를 초과하는 냉매 기반 부품에는 ‘기존 장비 유지보수 전용(For servicing existing equipment only)’ 영구 라벨 부착을 의무화했다. 신규 건물로의 유입은 막되 기존 설비 자산은 보호하겠다는 절충안이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남는다… 냉매 가격 폭등 가능성

    미국 HVAC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설치 시한 폐지가 시장에 또 다른 역설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기 설치 허용으로 R-410A 수요는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AIM Act에 따른 HFC 냉매 생산·수입 쿼터 감축 일정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줄여 희소성을 높이는 상황에서 수요만 연장되면서, 향후 R-410A를 포함한 불소계 냉매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격 신호가 결과적으로 재생냉매 시장의 경제성을 끌어올리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도 영향권… 신냉매 전환 압박 커진다

    이번 규제 변화는 북미 시장에 공조기기를 대량 수출하는 국내 제조사와 협력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현지 시공업체들의 재고 부담 완화로 수출 물량 소진에 숨통이 트였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냉매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친환경 신냉매(R-32 등) 기반 제품 전환을 늦추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한국 냉매관리법에도 시사점… “행정 유연성 참고해야”

    국내 냉동공조 업계의 한 전문가는 “미국 환경청의 이번 조치는 탄소중립이라는 규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장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유지보수 전용 라벨링’이라는 정교한 과도기 로드맵을 설계한 행정 유연성의 결과물”이라며 “연내 냉매관리법 제정을 추진하며 현장 재고 소진 방안과 품질 검증 기준을 논의 중인 한국 정책 당국도 이러한 제도적 보완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용어 설명]

    ㆍ 미 EPA (미국 환경청): 미국의 환경 관련 법률을 집행하고 규제하는 중앙 행정 기관

    ㆍAIM Act (미국 혁신 및 제조업법):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수소불화탄소(HFCs)의 생산과 수입을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85%까지 감축하는 미국의 핵심 법안

    ㆍR-410A: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가정용·상업용 에어컨과 히트펌프에 가장 널리 사용되어 온 표준 불소계 혼합 냉매

    ㆍGWP (지구온난화지수): 이산화탄소(CO₂)를 기준으로 특정 온실가스가 온난화를 얼마나 더 유발하는지 나타낸 수치.

    ㆍHVAC (난방·환기·냉방): 에어컨, 보일러, 환기 장치 등 실내 환경을 제어하는 공조 산업 전체

    ㆍ공급 총량(쿼터) 감축: 정부가 연간 국내에 유통할 수 있는 냉매의 총량을 제한하는 할당제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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