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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해외에는 없는 규제, 혼합가스 각인 기준 왜 개선 못 하나“가스명 아닌 종류 적용해야”…유럽 등에선 스티커에 인쇄

가스신문
2025-10-01
[기획] 해외에는 없는 규제, 혼합가스 각인 기준 왜 개선 못 하나“가스명 아닌 종류 적용해야”…유럽 등에선 스티커에 인쇄

가스명 각인을 하지 않고 라벨링으로 가스의 함유량까지 명료하게 표시한 사례.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2가지 이상의 가스를 섞어 만든 혼합가스는 연구 및 실험용, 환경측정용 표준가스 등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반도체 제조공정, 선박 용접, 엑시머레이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의 형태도 점차 하이테크로 진화하면서 산업가스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 20가지 이상의 가스를 혼합하는 등 더욱 많은 가스를 섞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쓰임새가 늘어나는 혼합가스가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 불필요하게 각인을 해야 하는 등 국내 산업용 고압가스사업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어 정부가 사업자들의 불편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본지는 새 정부가 산업 현장에서의 규제 합리화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해외에도 없는 규제, 혼합가스 각인 기준 왜 개선 못 하나’라는 주제로 기획기사를 마련, 2025 가을특집호를 통해 보도한다.

“혼합가스 중에는 무려 30여 가지에 달하는 가스를 섞는 경우가 있는데 고압가스용기의 어깨 부분에 이 많은 종류의 가스 분자식을 모두 각인하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개별 가스명이 아닌 가스의 종류에 따라 크게 분류해 각인하는데 왜, 우리나라만 가스용기의 안전성과 큰 연관성이 없는 각인을 불필요하게 하라니요. 충전하는 가스명을 변경하고자 할 때도 두 줄의 평행선을 긋는 등 용기를 아예 걸레로 만들 셈인가요. 소용없는 규제로 가스사업자만 괴롭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가스안전공사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국내 산업가스 및 특수가스업계 종사자들이 쏟아내는 한결같은 주장이다. 혼합가스 각인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하루 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혼합가스 각인 기준의 개선과 관련한 산업가스 및 특수가스업계의 건의는 20년이 다 되도록 해소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가스 및 특수가스업계가 해외 사례까지 조사한 자료를 갖춰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며 산업부, 가스안전공사 등에 수십 차례 요청했으나 매번 검토에 그쳤다.

가스명 각인 기준 없고 라벨로 표시

혼합가스용기에 가스명을 각인하지 않고 스티커로 갈음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있다.

국내 산업가스업계가 외국의 산업특수가스메이커를 대상으로 질의해 회신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용기의 일련번호 그리고 제조사 코드, 설계압력 등만 용기에 각인한다고 했다. 또 충전하는 가스제품의 구분을 각인으로 하지 않으며, 요구사항도 아니라고 했다. 단, 안전성 식별을 위한 라벨만 표시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유럽과 미국은 가스 구분은 색깔 코드와 라벨링을 하며, 용기의 크기가 다르기에 만약 30종 혼합가스의 경우에는 글자가 너무 많아 식별 표시하기 어렵고 추가로 용기의 목에 각인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회신을 통해 밝혔다. 외국에는 아예 가스명 각인 기준이 없으며, 라벨로 표시한다는 것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가스안전공사 고압가스기준부 담당자는 “용기에 라벨이나 스티커를 부착할 경우 화재 등으로 인해 용기가 불구덩이에 들어갔을 때 충전된 가스명을 알 수 없게 된다”고 하는 등 매우 극한 상황에서 라벨이나 스티커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가스업계에서는 혼합가스를 비롯한 특수가스는 고법 시행규칙에 따라 충전·판매대장을 작성하고 있어 용기에 각인된 일련번호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독성가스는 회수 여부까지 기록해야 하므로 용기에 충전된 가스명을 얼마든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충전할 가스 명칭을 각인한 혼합가스용기. 식별하기 어려워 흑색 스프레이로 덧칠까지 했다.

가스안전공사는‘장기검토’로 내팽개쳐

일본의 경우 용기보안규칙 제2절(용기의 각인 등) 제3항에 “충전하려는 고압가스의 종류를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PG(압축가스)용기에 대해서는 PG, SG(특수가스)용기에 대해서는 SG, 압축천연가스자동차연료장치용 용기에 대해서는 CNG, 압축수소자동차연료장치용 용기에는 CHG, 액화천연가스자동차연료장치용 용기에 대해서는 LNG, 그밖의 용기에 대해서는 고압가스의 명칭 및 약칭 또는 분자식으로 각인한다”고 명시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스명이 아닌 가스의 종류를 적용한 각인 기준을 적용하는 등 합리적으로 개선해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법령 개정에 대해 공감하며 검토하겠다는 말만 내놓았을 뿐 해결 의지가 전혀 없이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2024년 3월에 열린 특수가스 안전관리 실무협의회에서 가스안전공사 고압가스기준부에서도 규제 합리화 및 법적 실효성 제고를 위해 △용기 재검사주기 등에 대한 규제 합리화 △혼합가스용기 각인 체계 변경 및 개선 △용기 재검사(UT) 범위 확대 및 규제 합리화 등 3가지를 ‘장기검토’ 사항으로 내팽개친 상태다.

산업부 에너지안전과 이용현 사무관도 지난달 9일 기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혼합가스용기 각인기준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는 업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말에 대해 “먼저 가스안전공사의 얘기를 들어보고 타당하면 검토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고법에서도‘가스 종류 변경’강조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제17조(용기 등의 검사) ② 제1항에 따른 검사를 받은 후 용기나 특정설비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되면 용기나 특정설비의 소유자는 그 용기나 특정설비에 대하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재검사 대상은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기간의 경과 △손상의 발생 △합격 표시의 훼손 △충전할 고압가스 종류의 변경 등 4가지로 정해 놓았다.

고법 제17조를 통해 재검사 대상 가운데에는 가스명 변경이 아니라 ‘고압가스 종류의 변경’이라고 분명하게 기술해 놓고 있다.

그리고 제4항을 통해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1항이나 제2항에 따른 검사에 합격한 용기 등에는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사항을 각인(刻印)하거나 표시하여야 한다”고 했으므로 가스의 종류가 바뀔 때만 각인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나 가스안전공사에서는 충전해야 할 가스명만 바뀌어도 재검사과정을 통해 각인을 다시 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 혼란을 부르고 있다.

전문검사기관“타각 중 손가락 다쳐”

지난 3월 한국가스전문검사기관협회 주최로 열린 2025년 제1차 일반고압가스용기협의회에서도 ‘혼합가스 각인표시 변경의 건’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그동안 충전하는 가스명을 바꿔야 하는 경우 가스명의 수량과 관계없이 모두 각인해야 한다는 것이 가스전문검사기관협회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놓은 안건의 내용을 보면 손으로 타각하는 방식은 손가락을 다치거나 어깨 부상 등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각인 표시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고압용기에 하는 가스명 각인과 관련한 애로사항으로 무게 1.5kg의 망치로 용기 1개당 평균 8회의 타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장시간 근무 시 작업자의 팔에 무리가 와 어깨 부상에 따른 근골격계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충전하고자 하는 가스명을 변경하고자 할 때 전 회에 각인된 충전가스명을 두 줄의 평행선으로 지워야 하는 등 매우 불합리한 점도 지적했다. 특히 손가락 부상 위험이 있는 작업이므로 직원이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로 꼽혔다는 것이다.

각인작업은 직원들이 기피하는 업무

이에 따라 전문검사기관에서도 고정식 툴을 이용한 기계적인 작업을 하기에는 제조사에 따라 용기 어깨 부위의 둥근 모양이 상이하므로 기계로 타각할 경우 선명하게 새기기 힘들어 일정 부분의 각인이 찍히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기존 혼합가스 각인 표시 방식 및 문제점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졌다. 그동안 용기 재검사 의뢰업체에서 요구하는 혼합가스 가스명을 수량과 관계없이 모두 각인했으며, 특수가스 및 혼합가스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각인 수량이 대폭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특수가스는 분자식의 글자가 많고 길며, 각인 수량은 늘어 나지만 상대적으로 가스용기 크기가 작아지고 있어 전문검사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각인 작업으로 인해 작업 조건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이에 따라 전문검사기관들도 현행 각인 기준은 그 어느 곳에서도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등 이제는 법령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20년째 소모적 논쟁… 가스사업자만 골탕

이처럼 가스전문검사기관협회에서도 국내 각인 기준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엇 때문에 개선하지 않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중부지역에 있는 산업가스충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들도 고법에서 정한 각인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고 라벨로 표시한다”고 설명하면서 “무엇보다 가스안전공사 내에서 사용하는 혼합가스용기조차 현행 법령을 충족하지 않은 것을 쓰는 등 가스사업자에게만 엄격하게 법 적용을 한다”며 불만의 소리를 쏟아냈다.

다양한 종류의 혼합가스를 제조, 판매하는 국내 업체들 가운데 고법에 따른 각인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가스안전공사의 신고포상제, 행안부의 안전감찰 등에 적발돼 관할 지자체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계속 늘어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각인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정부는 혼합가스사업자들이 골탕을 먹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 시원한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출처 : 가스신문(https://www.ga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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