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친환경 액체냉각'이 말하지 않은 것
'친환경 액체냉각'이 말하지 않은 것 / AI 생성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엔비디아는 "물 걱정 없는 밀폐 냉각"을 선언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밀폐형 냉각 시스템이 공사 완료 후 한 번만 충수하면 추가 물 소비 없이 운용된다고 홍보해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실제로 데이터센터를 짓는 현장에서 냉각 배관을 세척한 물이 도시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 수계를 오염시켰다. 완공 후 가동 중인 냉각 시스템은 안전하다. 문제는 짓는 과정이었다.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신증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금, 액체냉각 시공 현장의 폐수 처리 기준이 마련돼 있는지 되물어야 할 때다.
배관 세척 물이 하수도로
데이터센터 냉각 파이프를 새로 설치하면 용접 찌꺼기와 공사 이물질이 배관 안에 남는다. 가동 전에 반드시 물을 가득 채워 한 번 쭉 흘려보내 세척해야 한다. 새 아파트 입주 전 수도관을 틀어 녹물을 빼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과정을 업계에서는 '충수·방류(Fill-and-Flush)'라고 부른다.
미국 와이오밍주 샤이엔시에서 문제가 터진 것은 바로 이 단계였다. 메타(Meta Platforms)의 데이터센터 시공업체 고트 시스템즈(Goat Systems LLC)는 세척 작업 후 나온 폐수를 아무런 처리 없이 도시 하수도로 흘려보냈다. 그 폐수 안에 희귀 내금속성 세균 '쿠프리아비두스 길라르디이(Cupriavidus gilardii)'가 섞여 있었다.
도시 녹지가 멈췄다
세균은 2026년 2월 샤이엔시 공공설비위원회(BOPU)의 정례 수질 검사에서 처음 발견됐다. BOPU 엔지니어링 담당 프랭크 스트롱 부장은 "이 세균은 통상 검사 항목이 아니다. 정체를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과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수개월간의 역추적 끝에 오염원이 메타 공사 현장임이 확인됐다.
세균이 유입된 것은 음용수 계통이 아니라 도시 재이용 수계였다. 샤이엔시는 하수를 처리한 재이용 수를 공원과 골프장 스프링클러로 살포한다. 세균이 섞인 물을 스프링클러로 뿌리면 에어로졸이 돼 시민이 흡입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도시 전체 녹지 관개 프로그램이 즉시 중단됐고, 두 곳의 수자원 재이용 시설이 수개월간 가동을 멈췄다. BOPU는 2026년 3월 24일 고트 시스템즈의 방류 권한을 박탈했지만 회사명 공개는 7월 2일에야 이루어졌다. 주민들이 원인도 모른 채 불편을 감수한 기간이 4개월을 넘었다. 샤이엔시 피트 레이본 시의원은 이를 "매우, 매우 불쾌한 놀라움"이라고 표현했다.
가동 후엔 안전, 공사 중엔 무방비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홍보하는 밀폐형 액체냉각은 가동 중인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착공에서 가동 전까지 충수·방류 과정에서는 상당량의 폐수가 반드시 발생한다. 이 폐수에는 냉각액 성분인 프로필렌글리콜 등 화학물질이 섞일 수 있는데, 일반 도시 하수 처리 시설은 이런 특수 화학물질을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스트롱 부장은 "밀폐 루프 냉각 시스템에는 도시 폐수 처리 시설이 감당할 수 없는 성분이 포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Tom's Hardware는 "그 홍보는 시스템이 가동 중일 때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미국 전역으로 번지는 패턴
같은 시기 조지아주 모건 카운티에서도 메타 데이터센터 인근 주민들이 우물물이 탁해졌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2026년 5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탁한 우물물 두 병을 들고 EPA 차관보에게 직접 항의했다. 만스필드 시장은 지역 수도 요금이 향후 2년간 33% 인상된다고 발표했다. WaterVerge는 이를 "두 사건, 하나의 패턴"으로 요약했다.
국내 기준은 있는가
국내에서도 삼성·LG전자부터 정유·조선사까지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국내 신규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시공 시 발생하는 충수·방류 폐수의 처리 기준이 마련돼 있는가. 프로필렌글리콜 등 냉각액 성분의 하수도 방류에 대한 지자체 기준이 존재하는가. 지금 기자재를 납품하고 시공을 준비하는 업계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용어 설명]
충수·방류 (Fill-and-Flush) : 냉각 배관 설치 후 가동 전 세척 작업
재이용 수계 (Reclaimed Water System) : 하수를 처리해 음용 외 용도로 재활용하는 수계.
쿠프리아비두스 길라르디이 (Cupriavidus gilardii) : 토양과 물에서 자연 발생하는 희귀 내금속성 세균.
프로필렌글리콜 (Propylene Glycol) : 냉각수 부동액 성분. 엔비디아 Rubin 냉각 시스템은 물 75%·프로필렌글리콜 25% 혼합액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