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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가 기술자를 빨아들인다

투데이에너지
2026-07-10
AI 데이터센터가 기술자를 빨아들인다

AI 데이터센터가 기술자를 빨아들인다.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미국에서 에어컨이 고장나 기술자를 부르면 몇 주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자들이 모두 데이터센터 공사 현장에 가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붐이 HVAC 인력 시장을 통째로 빨아들이면서 일반 건물 냉난방 현장에서 기술자가 사라지는 역설이 미국에서 현실이 됐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데이터센터 냉각 전문 인력을 선점하는 기업이 이 시장의 진정한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자가 없다

미국 냉난방공조 전문 주간지 ACHR News는 7월 9일, AI 데이터센터 붐이 HVAC 인력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심층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 HVAC 업계는 현재 전국적으로 약 11만 명의 기술자 부족에 직면해 있다. 지난 10년간 공인 HVAC 기술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매년 약 2만 5,000명이 은퇴나 이직으로 현장을 떠나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겹치면서 남아 있는 기술자마저 데이터센터 현장으로 흡수되고 있다.

컨설팅사 FMI의 제이 보우만(Jay Bowman) 파트너는 "숙련 인력 부족이 데이터센터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납기 지연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일부 HVAC 시공사들은 "어쩌다 보니 데이터센터 전문 회사가 됐다"고 털어놨는데,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전체 매출과 수주 잔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은 일반 HVAC가 아니다

문제는 단순히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데이터센터 냉각은 일반 건물 냉난방과 근본적으로 다른 전문 영역이다.

일반 상업 건물은 냉난방과 환기를 위한 HVAC 시스템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거기에 더해 서버 장비를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냉각해야 한다. 온도·습도·공기 흐름의 조금의 변동도 수백억 원짜리 서버 장비에 직접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Nidec/U.S. MOTORS의 마크 개스킬(Mark Gaskill) 이사는 "데이터센터는 정밀도가 생명이다. 기존 상업 시공과는 완전히 다른 마인드셋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nited Association의 교육 전문가 로버트 빌체스(Robert Vilches)는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수열 시스템(Hydronics)·유체역학·냉각탑·펌프·가변주파수드라이브(VFD)·전기·빌딩 자동화 시스템 전반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규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기존 데이터센터도 7년마다 리노베이션과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전문 인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AI가 역설적으로 기술직을 살렸다

흥미로운 것은 AI에 대한 청년층의 반응이다. 2026년 6월 SimplyWise가 18~29세 1,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직업 1위로 HVAC 기술자가 꼽혔다(안전도 점수 2.11점).

미국·캐나다 배관·파이프피팅 직업훈련협회(United Association)의 브라이언 켈리(Brian Kelly) 이사는 "AI 때문에 4년제 대학 대신 기술직을 선택하는 젊은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년제 HVACR 교육 과정 등록자 수는 2025년 30% 증가했고 2026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인력난은 월스트리트까지 전달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HVAC 기술자를 핵심 육성 직종으로 지목하며 1억 달러 규모의 '미래 건설자(Future Builders)'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구글도 데이터센터를 짓고 유지할 인력 양성에 수백만 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있다.

교육이 병목이다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속도다. 다이킨 어플라이드(Daikin Applied) 등 글로벌 제조사들은 데이터센터 냉각 전문 기술자를 재교육하는 트레이닝 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Addison의 피터 펑(Peter Fung) 이사는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공사에는 냉수 시스템·DX·제어 시스템·밸브 등 다양한 장비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멀티 스킬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술자 등록이 늘어도 현장 투입까지 걸리는 교육과 훈련 시간이 여전히 병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택 건설업체 대표는 "전기·배관·HVAC 기술자들이 모두 데이터센터로 빠져나가면서 주택 공사 완료에 두 달이 더 걸리게 됐다. 고등학생까지 채용해서 현장에서 훈련시키고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고 털어놨다.

국내 업계, 지금 시작해야 한다

미국의 이 같은 현실은 국내의 미래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국내에서도 삼성·LG전자부터 정유·조선사까지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7월 8일에는 국토교통부와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AI 시대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활성화 포럼'을 출범시켰다.

냉각 기자재를 공급하는 것만큼이나 이를 설치ㆍ운영ㆍ유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지금부터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수열 시스템·CDU 유지보수·빌딩 자동화 연동 역량을 갖춘 기술자는 현재도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희소한 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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