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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硏, 형광 유지 성능 4배 향상 근적외선 형광체 개발

▲ 연구진이 실험용쥐의 앞발에 신규 개발한 형광염료를 넣고 근적외선으로 촬영한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암과 림프절 등 위치 확인에 쓰이는 근적외선 의료영상용 형광염료의 광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고분자 기반 형광소재를 개발했다. 빛을 받으면 형광이 빠르게 사라지는 기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해 장시간 암 수술과 림프절 추적 등 정밀 의료영상 분야 활용이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신석민)은 박영일·남상환 박사 연구팀이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박성진 교수팀과 공동으로 근적외선 형광염료 ‘인도시아닌 그린(ICG)’을 고분자 구조로 재설계한 형광체 'KR-NIR-P'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근적외선(NIR) 의료영상은 암과 혈관, 림프절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대표적인 의료영상 기술이다. 약 650~900nm 파장의 근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생체조직을 깊게 통과하고 혈색소와 수분에 의한 빛 손실이 적다. 형광염료와 결합하면 수 cm 깊이 조직까지 영상화할 수 있어 암 진단과 정밀 수술에 폭넓게 활용된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하는 FDA 승인 근적외선 형광염료는 ICG가 유일하다. 1959년 승인 이후 60여 년간 유방암 림프절 추적, 간암 절제, 담관 시각화 등 다양한 수술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만 연간 75만 건 이상 시행되는 복강경 담낭 절제술에서도 핵심 영상소재로 활용된다.
하지만 ICG는 장시간 사용에 한계가 있다. 레이저를 받으면 형광을 내는 구조가 산소와 반응해 빠르게 분해되는 ‘광표백(Photobleaching)’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형광 신호가 급격히 감소해 장시간 수술에서는 염료를 반복 투여해야 하고, 영상 정확도도 떨어질 수 있다. 그동안 ICG를 미세입자나 나노구조체에 넣어 보호하는 연구가 이어졌지만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형광물질이 외부로 새어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상용화에도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고분자화를 선택했다. ICG 분자를 고분자 사슬에 직접 연결해 발색단을 안정적으로 고정했다. 고분자 골격이 산소 접근을 차단해 광분해를 늦추고, 분자 간 소수성 상호작용으로 구조를 안정화했다. 또한 분자 응집도 억제해 광표백을 더욱 효과적으로 줄였다.
성능은 기존 소재를 크게 앞섰다. 785nm 근적외선 레이저를 연속 조사한 결과 기존 ICG는 50초 이내 형광 세기가 초기 대비 약 40%까지 감소했다. 반면 KR-NIR-P는 200초 후에도 66%를 유지했다. 광안정성이 4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생체 적합성도 확인했다. 자궁경부암과 구강편평세포암 세포를 비롯한 암세포와 정상세포에서 20μM 농도까지 세포 생존율 90% 이상을 유지했다. 세포사멸 관련 단백질 변화도 기존 ICG와 큰 차이가 없어 독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적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3차원 종양 스페로이드에서는 형광체가 종양 깊은 층까지 균일하게 침투했다. 마우스 실험에서는 발바닥 피하 주사 후 2시간 만에 림프절에서 형광이 확인됐고, 24시간 후에는 강하게 축적됐다. 연구팀은 장시간 암 수술 과정에서 림프절을 안정적으로 추적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형광염료 자체를 고분자 구조로 재설계해 성능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정 염료 성능 개선을 넘어 다양한 근적외선 형광염료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도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박영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ICG를 고분자화해 발색단이 빛에 의해 파괴되는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며 “장시간 형광 신호를 유지할 수 있어 정밀 의료영상과 수술 분야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민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이번 고분자화 전략은 다른 형광염료에도 적용 가능한 합성 플랫폼”이라며 “향후 의료영상뿐 아니라 위조방지와 보안 등 기능성 형광소재 분야로도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