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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논단] 전기차, 에너지를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다

에너지신문
2026-07-27
▲ 손병래 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스마트전기자동차학과 학과장.
▲ 손병래 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스마트전기자동차학과 학과장.

[에너지신문]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자동차 보급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전기차 정책은 여전히 '보급 확대'와 '충전 인프라 구축'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의 전기차는 단순히 석유를 전기로 바꾸는 자동차가 아니다.

배터리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하며, 인공지능(AI)이 에너지 흐름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지능형 에너지 플랫폼(Intelligent Energy Platform) 으로 진화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차량 판매량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관리 기술에서 결정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전기차 산업 경쟁력, 배터리에서 시작

과거 자동차의 심장은 엔진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의 심장은 단연 배터리다. 배터리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차량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며, 차량의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안전성, 중고차 가치까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 중고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체계가 충분히 정착되지 못한 상황이다.

차량 계기판에 표시되는 SOH(State of Health) 값만으로는 실제 성능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진단 및 인증 체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숙할수록 배터리 진단과 인증 기술은 자동차 정비를 넘어 금융, 보험, 중고차 거래, 배터리 재사용 산업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에너지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다.

배터리의 잔존 수명을 정확히 예측하고 객관적으로 인증하는 기술은 미래 에너지 산업의 신뢰 기반이 될 것이다.

▲ 전기차는 단순히 석유를 전기로 바꾸는 자동차가 아니다. 배터리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하며, 인공지능(AI)이 에너지 흐름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지능형 에너지 플랫폼(Intelligent Energy Platform) 으로 진화해야 한다.
▲ 전기차는 단순히 석유를 전기로 바꾸는 자동차가 아니다. 배터리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하며, 인공지능(AI)이 에너지 흐름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지능형 에너지 플랫폼(Intelligent Energy Platform) 으로 진화해야 한다.

배터리 수명, 열관리 기술이 결정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전기차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동일한 배터리라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열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배터리 수명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냉각수 순환 방식과 히트펌프를 이용한 열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차량 전체를 하나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필자는 최근 주행풍을 활용한 보조 압축공기 기반 볼텍스 튜브(Vortex-tube) 통합 열관리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차량이 주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주행풍(Ram Air)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소형 압축기와 Vortex-tube를 결합하여 저온 공기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기존 열관리 시스템이 전기에너지를 소비해 냉각을 수행하는 구조였다면, 주행풍이라는 버려지는 에너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냉각 효율을 높이고 소비 전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 연구단계이지만 이러한 접근은 미래 자동차 열관리 기술이 단순한 냉각에서 벗어나 에너지 회수와 재활용 중심으로 발전해야 함을 보여준다.

AI가 자동차 에너지를 스스로 관리하는 시대

미래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은 AI 기반 예측 제어(Predictive Control)에 있다. 현재의 열관리 시스템은 배터리 온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이후 냉각장치를 작동시키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AI가 주행 경로와 외기 온도, 운전자의 운전 습관, 충전 계획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열 발생을 예측하고, 가장 효율적인 냉각 전략을 미리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AI는 배터리뿐 아니라 모터, 인버터, 실내 공조장치까지 하나의 통합 열관리 시스템으로 제어하여 차량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게 된다.

자동차는 단순히 전기를 소비하는 기계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의 에너지 흐름을 만드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차 사용이 끝난 이후 에너지 만든다

전기차의 가치는 폐차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 배터리의 성능이 초기 대비 70~80% 수준으로 감소하더라도 차량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다.

이러한 배터리 재사용(Second Life) 기술은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ESS가 필수적이다.

사용후 배터리를 ESS와 연계하면 자원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희귀 광물 사용을 줄이고 탄소배출도 감소시킬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부품에서 국가 에너지 자산으로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에너지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에너지 전환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충전시설은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과 고령자,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고려한 충전기 설계와 케이블 경량화, 스마트 충전 시스템은 앞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친환경 기술이 새로운 불편을 만들어서는 안 되며,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자동차, 이제 국가 에너지 플랫폼

향후 V2G(Vehicle to Grid)와 V2H(Vehicle to Home)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전기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전력망의 일부가 된다.

수백만대의 전기차는 필요할 때 전력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분산형 발전소 역할을 수행하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자원이 될 것이다.

이제 자동차산업과 에너지 산업은 더 이상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배터리, AI, 열관리, 스마트그리드, ESS, 자원순환 기술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탄소중립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미래 자동차, '에너지 효율' 설계하는 산업

탄소중립 시대의 자동차는 더 이상 빠르고 편안한 이동수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더 멀리 주행하고, 저장된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사용이 끝난 배터리까지 다시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미래 경쟁력을 결정한다.

정부는 충전기 확대 중심의 정책에서 나아가 배터리 진단 및 인증 체계 구축, AI 기반 통합 열관리 기술, 배터리 재사용 산업 육성, V2G와 스마트그리드 연계 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산업계는 기술 혁신을, 교육계는 자동차·에너지·AI를 융합한 전문 인재 양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

전기차는 자동차의 미래가 아니라 에너지의 미래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키는 기계가 아니라,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저장하며 관리하고 다시 활용하는 국가 에너지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배터리와 AI, 열관리 기술, 그리고 이를 융합하는 새로운 기술 혁신이 자리하고 있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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