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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칼럼]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을 보고

에너지신문
2026-07-28

[에너지신문] 최근 국회가 여야 합의를 통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우선, 2035년(53~61%), 2040년(69~80%), 2045년(84~90%)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법률에 명시하고, 산업계 감축 이행을 위한 지원 근거를 신설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리고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의 감축경로 부재를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한 입법부의 대응으로 그동안의 입법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탄소중립의 궁극적 과제는 감축 목표 설정이 아니라 전환계획이다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그러나 감축목표의 법제화만으로 과연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달성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탄소중립은 목표(Target)의 선언이 아니라 전환(Transition)의 실행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감축목표를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Range)’로 제시하고 규제 기준을 하한선에 맞춘 정치적 절충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아직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이행 기준을 확립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 이행 기준이 없이 전환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후정책은 ‘얼마나 줄일 것인가’라는 수치적 목표 설정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책의 성공은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철강산업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을 언제로 잡고 얼마만큼의 설비 투자를 언제 어떤 재원으로 단행할 것인지, 발전산업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어떤 순서로 조기 폐쇄할 것인지, 금융기관은 고탄소 산업 익스포저를 어떤 속도로 재배분할 것인지,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 공급망을 어떻게 저탄소 체계로 재편할 것인지가 실제 탄소중립의 성패를 결정한다. 이 모든 전략과 자본 집행의 총합이 바로 ‘전환계획(Transition Plan)’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감축 목표 중심에서 전환계획 중심으로 정책과 시장의 축을 이동시켰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업이 사용한 기후 시나리오부터 전략,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계획(CapEx)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과 영국의 전환계획전담반(TPT) 가이드라인 역시 기업과 금융기관이 실행 가능한 전환계획을 제시하도록 제도화했다. 글로벌 공급망과 해외 연기금은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이 없는 기업을 위험 자산으로 분류하며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있다.

반면 우리의 정책과 시장은 여전히 목표 설정의 사고틀에 갇혀 있다. 이번 개정안 역시 감축목표 숫자를 나열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기업은 얼마를 줄여야 하는지 감은 잡았으나 어떤 투자 위험을 무릅쓰고 전환을 달성할 것인지 모르고, 금융기관 역시 어떤 기준으로 전환 금융을 집행할지 몰라 큰 혼란이 예상된다.

‘전환금융’의 성패는 신뢰 가능한 국가 가이드라인에 달렸다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은 단순히 이미 친환경인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사업이 아니다. 현재는 다배출 구조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바탕으로 저탄소 경제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고탄소 기업에 대규모 실질 자본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한국 시장에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을 판가름할 국가 표준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준이 부재하다 보니 금융기관마다, 평가기관마다 각기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의 혼란과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리스크를 키워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기후정책은 이제 ‘탄소중립기본법 2.0’, 즉 ‘전환계획의 법제화’로 즉각 이행해야 한다.

첫째, 기업 전환계획의 법정 공시 및 이사회 책임 강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사회 승인을 거친 전환계획을 수립·공시하고, 이를 자본지출(CapEx) 계획과 정합성 있게 연계하며, 주기적으로 이행 성과를 검증받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주요 산업별 탄소예산(Carbon Budget) 및 전환경로 제시: 정부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발전, 반도체, 해운 등 주요 다배출 산업별 탄소예산과 구체적 기술 로드맵을 제공해야 한다. 명확한 국가 전환경로가 있어야 기업은 장기 투자를 결단하고 금융은 자본배분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셋째,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정책적 포섭: 내연기관차 부품업계나 석탄발전 지역사회가 겪을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하고 노동자의 직무 전환을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국가 전환계획의 핵심 요소로 포함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은 거창한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담대한 투자가 집행되어야 하고, 투자에는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목표의 시대를 넘어 ‘신뢰 가능한 전환계획의 시대’로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대한민국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지켜내면서 탄소중립을 완성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길이다. 하루빨리 정부와 국회가 보완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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