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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히트펌프 가격, 중국은 어떻게 낮췄나

투데이에너지
2026-08-21
[분석] 히트펌프 가격, 중국은 어떻게 낮췄나

히트펌프 가격, 중국은 어떻게 낮췄나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같은 성능의 히트펌프라도 나라마다, 심지어 같은 나라 안에서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제품군에서도 저가와 고가 제품의 가격 차이가 60%에 달할 정도다. 이 가격 차이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싼가"라는 질문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답은 다시 일자리라는 전혀 다른 주제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마주하는 가격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히트펌프 가격은 지역과 제품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모든 제품군에서 가장 비용경쟁력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반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설치비가 장비값보다 비싼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많은 시장이 여전히 공공 보조금에 의존해 히트펌프를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있다. 히트펌프의 효율과 기능이 향상되는 동안 가격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고, 단기간에 급격한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실제 판매 데이터를 보면 유럽·미국에서 판매되는 공기-공기 히트펌프는 용량(kW)당 가격이 100~400달러대에 형성된 반면, 중국산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대에서 거래된다.

다만 중국의 경험은 제조·공급망 투자를 통해 장비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방식으로 유럽·미국이 격차를 좁히려면, 설치비가 큰 지역 특성상 제조 투자 못지않게 숙련인력 양성과 설치 표준화가 병행돼야 전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전기요금이 만드는 또 다른 격차

장비값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운영비다. 히트펌프는 높은 에너지효율을 바탕으로 같은 열량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초기비용이 높기 때문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비율이 충분히 낮아야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기 쉽다.

실제로 이 가격비가 낮은 나라일수록 히트펌프 시장점유율이 높은 경향이 뚜렷하다. 다만 예외도 있다. 중국과 네덜란드는 가격비가 특별히 유리하지 않은데도 최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사례로 꼽힌다.

이 가격비는 정부가 손댈 수 있는 변수이기도 하다. 덴마크와 핀란드는 난방용 전기에 대한 세금을 낮춰 이 비율을 조정한 적이 있다. 스마트 운전 기능과 온수 저장탱크, 시간대별 요금제를 결합하면 전기가 저렴한 시간대에 맞춰 가동을 조절해 운영비를 추가로 낮출 수도 있다.

그래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이득'

장비값과 운영비를 합친 생애비용(총소유비용) 기준으로 보면 히트펌프는 이미 많은 경우 기존 난방 방식과 경쟁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이 계산은 장비값, 설치비, 기기 수명, 에너지 가격에 따라 가구별로 크게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초기비용은 더 들지만, 효율이 높은 만큼 전기-가스 가격비가 불리한 나라에서도 낮은 운영비가 초기비용을 상쇄하는 경우가 있다.

정책 수단도 다양하다. 장비값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 가장 흔하지만, 저금리 대출이나 '난방 서비스(Heating as a Service)', 리스 방식처럼 초기 부담 자체를 분산시키는 접근도 활용되고 있다.

왜 중국은 이렇게 쌀까

이 모든 가격 이야기의 중심에는 결국 중국이 있다. 생산비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에서 만든 공기-공기(air-to-air) 히트펌프는 일본산보다 약 40% 저렴하고, 유럽에서 만든 공기-물(air-to-water) 히트펌프는 중국산보다 약 60% 더 비싸다.

이유는 단순한 인건비 차이가 아니다. 부품과 소재가 전체 생산비의 60~85%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에어컨 제조 기반과 부품·공정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전 세계 로터리 압축기 생산능력의 약 90%, 소형 에어컨 생산능력의 82%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규모의 경제와 수직계열화,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가 겹치고 강력한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은 사실상 다양한 히트펌프 제품군에서 가장 비용경쟁력 있는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자동화, 산업 클러스터 조성, 합작투자·기술제휴 등이 거론되지만 격차를 완전히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생산비가 최종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공기-물 제품에서는 설치비와 유통비가 소비자가격을 더 크게 좌우한다. 결국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요가 뒷받침돼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요는 전기-가스 가격비와 최종 소비자 비용에 크게 좌우된다.

이 격차는 최근 미국에서 오히려 더 벌어질 조짐을 보인다. 2026년 들어 미국이 중국산 부품에 최대 145%에 달하는 관세를 매기고 연방 세액공제(25C·25D)까지 종료되면서, 업계에서는 관세와 세제지원 종료가 겹치며 미국 HVAC 장비 가격이 2025년 중반 이후 15~30% 오르는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레인테크놀로지스 같은 대형 제조사는 올해 초 실적 발표에서 사상 최대 수주잔고(78억달러)를 확인했다. 이를 관세 발효 전 밀어내기 주문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회사 측이 공식적으로 그렇게 설명한 것은 아니어서 해석은 엇갈린다.

다만 규모의 경제로 가격을 눌러온 쪽과 관세로 가격을 밀어올리는 쪽의 힘겨루기가 정책 변화 하나로도 가격 격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이 가격 구조가 만든 일자리 지형

가격과 생산 구조의 차이는 고용 지형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전 세계에서 히트펌프를 주업으로 삼는 노동자는 약 80만명으로, 2015년 이후 50% 늘었다. 이는 전체 에너지 부문 노동력의 1%에 해당한다. 제조·설치·수리가 일자리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며 중국·유럽·미국 세 지역에 집중돼 있다.

다만 이 성장에는 병목도 따른다. 숙련된 HVAC 설치기사와 배관공 부족이 대표적이다. 특히 유럽에서 문제가 더 뚜렷하다. 물 기반 난방 시스템이 흔한 유럽에서는 기존 보일러 설치기사의 배관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히트펌프의 작동 원리와 전기 설치, 안전기준, 냉매 취급 등 추가적인 기술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35년까지 일자리는 시나리오에 따라 CPS 30%, STEPS 60%, NZE 1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증가 속도를 감당하려면 지금부터 직업교육과 숙련인력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

에어컨 제조 기반에서 가격 경쟁력과 일자리 80만 개가 함께 갈라져 나왔다. / 투데이에너지 정리

가격, 생산구조, 일자리라는 세 층위를 겹쳐보면 하나의 그림이 드러난다. 가격 경쟁력은 결국 기존에 어떤 산업 기반을 갖고 있었는지에서 시작되고, 그 기반이 규모의 경제를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산업 생태계는 제조뿐 아니라 설치·유지보수 분야의 일자리까지 함께 키운다.

중국이 싼 이유와 중국에 제조업 일자리가 몰리는 이유는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가격과 일자리가 서로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 기반에서 각각 파생된 결과인 셈이다.

이 흐름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무역 비중이 아직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거래된 히트펌프는 용량 기준으로 15%에 불과했고, 주요 시장 대부분이 70% 이상을 자국에서 조달했다. 즉 지금까지는 각국이 각자의 생산 기반으로 버텨왔다는 뜻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수요가 급증하면 이 구조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신규 공장 건설에는 통상 1~3년이 걸리는데, 정책 신호가 흔들리거나 숙련인력이 부족하면 자국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특히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춘 중국산에 대한 의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지점에서 가격 이야기는 다시 정책 이야기로 돌아온다. 가격도, 생산 기반도, 일자리도 결국 각국 정부가 얼마나 예측 가능한 수요 신호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주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이 정도로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히 산업 육성 때문만은 아니다. 가스 수입을 줄이려는 에너지안보 논리와 다음 세대 기술 표준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그 뒤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용어설명]

CPS / STEPS / NZE : 각각 현행정책 시나리오(Current Policies Scenario), 공표정책 시나리오(Stated Policies Scenario), 넷제로 시나리오(Net Zero Emissions by 2050 Scenario)를 뜻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3대 전망 체계. 정책 반영 수준이 다른 세 갈래 미래를 보여주며, 뒤로 갈수록 더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가정한다.

전기-가스 가격비 : 가정용 전기요금과 천연가스요금의 비율. 이 비율이 낮을수록 히트펌프의 운영비 절감 효과가 커져 초기 투자 회수가 빨라진다.

생애비용 (Total Cost of Ownership, TCO) : 장비값과 설치비 같은 초기비용에 운영비까지 합쳐, 기기 수명 동안 드는 총비용을 계산한 개념.

Heating as a Service (난방 서비스형 요금제) : 소비자가 장비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정기 요금을 내고 난방 서비스 자체를 이용하는 방식의 사업모델.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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