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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칼럼] COP33 유치, 대한민국 정부가 지금 선언해야 한다

에너지신문
2026-08-24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에너지신문] 2028년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를 둘러싼 국제 지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유력한 유치 후보였던 인도가 지난 4월 제안을 철회한 데 이어, 최근 중국 정부가 COP33 유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아직 중국이 공식적으로 유치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인도의 철회로 생긴 공백을 메우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후 리더십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직 말이 없다. 전남과 여수시가 수년 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지만, 중앙정부는 2028년 G20 정상회의 개최와 COP33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재정적·행정적 부담을 들어 결단을 미루고 있다.

COP33 유치는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부담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국민 앞에 이미 밝힌 국가적 구상의 연속선에 있다.

정부는 2021년 P4G 서울 녹색미래정상회의와 유엔총회 연설 등을 통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같은 해 한·UAE 외교장관은 UAE의 COP28 유치와 한국의 COP33 유치를 상호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러한 외교적 약속과 국가정책의 연속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지금, 정부가 COP33 유치를 선언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대한민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산업과 기후를 연결하는 신뢰받는 가교국가가 돼야 한다.

오늘날 국제 기후협상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불신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기후재원과 기술이전, 적응, 손실과 피해, 화석연료 전환, 탄소무역조치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한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고,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의 제조업 중심 국가이다.

선진국의 역사적 감축 책임을 이해하면서도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산업화와 에너지안보의 현실적 고민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을 유지하면서 탈탄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많은 신흥공업국과 공통된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의 유치 검토를 단순한 대결 구도로 볼 필요는 없다. 한국은 중국을 배제하기보다 투명한 감축목표, 민주적 다자주의, 산업전환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리더십을 제시해야 한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폭넓은 동의를 이끌어내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실질적인 타협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이 지향해야 할 COP33 리더십이다.

특히 COP33은 파리협정의 제2차 글로벌 이행점검을 결론짓는 회의다. 2026년 시작되는 이행점검의 결과를 2030년 이후 각국의 감축목표와 기후재원, 산업전환 정책으로 연결해야 하는 결정적 시점이다.

이를 조정하고 실행으로 옮길 실용적 가교국가로서 대한민국은 그 역할을 자임할 자격이 충분하다.

둘째, COP33은 대한민국의 탈탄소 산업전환을 앞당길 가장 강력한 국가적 추진 동력이다.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시멘트, 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탄소중립은 선택적인 환경정책이 아니라 수출경쟁력과 산업생존의 문제가 됐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공급망 실사, 지속가능성 공시,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RE100) 요구는 이미 한국 기업의 비용과 시장 접근을 좌우하고 있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기업의 부담은 커지고 국가경쟁력은 약화된다.

COP33 유치 선언은 단순히 국제회의장을 제공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2028년까지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현대화, 석탄발전 전환, 산업공정 혁신, 청정수소, 녹색해운, 전환금융에 관한 국가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행하겠다는 국제적 공약이다.

현재 한국의 기후·산업 정책은 여러 부처와 기관에 분산돼 있다. COP33 준비는 이렇게 흩어진 정책을 하나의 국가전환 전략으로 묶고, 구체적인 예산과 일정, 담당 기관을 정해 실행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개최 준비 과정 자체가 대한민국의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는 국가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

셋째, 2028년 G20과 COP33은 부담의 중복이 아니라 전략적 결합이다.

한국은 2028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공식 확정됐다. 정부 일각에서는 G20과 COP33을 같은 해에 개최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두 회의는 서로 분리된 행사가 아니다.

G20이 세계 경제, 기후재원, 다자개발은행 개혁, 국제금융체제와 녹색투자를 다룬다면 COP는 감축과 적응, 에너지와 산업 전환의 국제규범과 이행수단을 다룬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필요한 자금이 실제 전환 현장으로 흐르지 않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회의의 연계는 오히려 특별한 기회다.

한국이 G20 의장국으로서 기후재원 확대와 다자개발은행 개혁, 민간자본 동원을 주도하고, 이를 COP33에서 에너지, 산업 전환, 기후 적응 사업의 구체적인 이행으로 연결한다면 국제 금융질서와 기후질서를 잇는 독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행사를 별개로 개최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부는 2028년을 ‘글로벌 기후경제 전환의 해’로 설정하고 G20과 COP33을 하나의 국가외교 전략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대한민국은 국제규범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새로운 규칙과 실행방안을 제안하는 글로벌 규범의 주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넷째, 여수·광양만권을 정의로운 산업전환의 세계적인 실증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유치 후보지의 하나인 여수와 광양만권은 석유화학과 철강, 항만·발전산업이 집적된 한국 산업화의 심장이다. 동시에 탄소중립 과정에서 가장 크고 어려운 전환을 감당해야 하는 지역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수 개최는 상징성이 크다. 이미 전환을 완료한 도시가 아니라 전환의 어려움과 가능성이 공존하는 산업현장에서 COP를 개최함으로써 세계에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COP33 준비를 계기로 노후 산업단지의 에너지 효율화와 전기화, 재생에너지 공급망과 전력망 확충, 저탄소 철강·석유화학 공정, 친환경 항만과 녹색해운, 노동자 재교육과 지역 일자리 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노동자와 중소기업, 지역주민이 전환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사회적 대화와 지원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COP33의 진정한 지역 유산은 새 회의장이나 대형 토목시설이 아니라, 여수·광양만권을 산업경쟁력과 고용, 기후목표를 함께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의 실증 모델로 바꾸는 데 있어야 한다.

다섯째, COP33은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COP는 각국 정부대표단과 국제기구, 기업, 금융기관, 시민사회, 언론 등 수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다.

개최 기간 동안 숙박, 음식, 교통, 관광, 컨벤션 산업 등에서 상당한 소비와 고용이 발생하고, 여수와 남해안의 국제적 인지도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향후 국제회의와 기업행사, 연구·교육 프로그램을 유치하는 기반도 축적된다.

COP33의 핵심적인 경제효과는 회의가 열리는 2주간의 방문객 수와 그들의 소비액이 아니다. 개최 준비를 계기로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저탄소 산업공정, 친환경 항만, 녹색교통, 기후기술과 전환금융에 대한 투자를 앞당기는 데 있다.

이러한 투자가 지역기업의 기술혁신과 신규 사업, 양질의 일자리로 연결될 때 COP33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남해안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장기적인 성장 기반이 된다.

따라서 정부는 유치 선언과 함께 독립적이고 투명한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불필요한 토목공사를 배제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비용분담 및 행사 이후 시설 활용계획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경제효과는 부풀릴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투자와 지역고용, 중소기업 참여, 장기적인 지역발전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물론 유치 의지만으로 기후 리더십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역시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과 석탄·LNG 의존, 불충분한 산업부문 감축계획, 해외 화석연료 금융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실효성 있는 감축정책 없이 국제회의만 개최한다면 COP33은 대한민국의 기후 리더십을 높이기는커녕 거대한 그린워싱 행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COP33 유치는 이러한 약점을 스스로 바로잡는 국가적 계기가 돼야 한다. 실효성 있는 2035 국가감축목표와 이행계획, 과감한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과 산업전환 투자, 석탄·LNG 의존 감축, 국제기후재원 확대가 유치 전략과 함께 제시돼야 한다.

국제 외교의 기회의 창은 오래 열려 있지 않다. 인도의 철회로 생긴 공백 속에서 다른 국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 대한민국이 계속 머뭇거린다면, 유치 가능성뿐 아니라 아시아 기후질서 형성에 참여할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정부는 즉시 COP33 유치 의사를 공식 선언하고 범정부 유치체계를 출범시켜야 한다. 외교, 기후, 산업, 재정 등 모든 관련 부처와 지방 정부, 산업계, 노동계, 금융계, 시민사회가 모두 함께 참여해야 한다.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지 확보 외교를 시작하고, 2035 국가감축목표와 재생에너지, 전력망, 산업전환, 기후재원 등을 아우르는 ‘COP33 국가전환 로드맵’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제시해야 한다.

유치 선언은 세계를 향해 “한국에서 회의를 열어 달라”고 요청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COP33을 계기로 대한민국부터 바꾸겠다”는 약속이어야 한다. 기회는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고, 남아 있는 시간도 없다. 바로 지금이 정부가 결단해야 할 때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간절히 요구한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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