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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도 ‘지역 차등’ 시대…남부권 산업용 최대 18원 인하

에너지신문
2026-08-26

[에너지신문] 전국에 사실상 동일하게 적용돼 온 산업용 전기요금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지역 가격신호’가 들어간다.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남부는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발전설비와 전력공급 여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남부권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당 최대 18원 낮아지는 구조다.

▲ 전국에 사실상 동일하게 적용돼 온 산업용 전기요금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지역 가격신호’가 적용된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
▲ 전국에 사실상 동일하게 적용돼 온 산업용 전기요금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지역 가격신호’가 적용된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

전기요금을 단순히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기업 투자와 전력수요를 유도해 장거리 송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이다.

발전소는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전력수요는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행 전력수급 구조를 요금체계를 통해 바꿔보겠다는 시도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6일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공청회를 열고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이후 2년 2개월 만에 구체적인 제도 윤곽이 나온 것이다.

이번 제도의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는 전력수급의 지역 불균형이 있다.

현재 수도권 전력수요의 약 40%는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충당한다. 수요는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발전설비는 비수도권에 자리하면서 장거리 송전과 계통 건설·운영 비용이 커지는 구조다.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갈등과 수용성 문제까지 커지면서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계속 늘리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기업이 ‘어디에서 전기를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전기요금 자체가 입지 선택의 한 요소가 되도록 지역별 가격 차이를 만들기로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 신설

제도 설계의 핵심은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추가하는 것이다.

현재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전력을 사용하는 지역에 따라 최종 요금에 차이를 두게 된다.

대상은 산업용전력 갑·을 전체다. 산업용전력은 2025년 기준 전체 전력 사용의 51%를 차지한다.

정부는 주택용과 달리 기업은 전력비용을 고려해 투자지역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고, 투자와 함께 일자리와 산업이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용 전력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정했다.

▲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
▲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

지역별 요금은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 균형성장 등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해 산정한다.

우선 광역권별 송전망 이용 비중을 바탕으로 송전망 건설·운영 비용을 배분한다. 여기에 해당 지역의 전력공급 여력을 나타내는 전력자급률을 반영해 자급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낮은 요금을 적용한다.

전력계통 여건만으로 요금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 인구·재정·산업 여건을 추가로 반영해 균형발전이 필요한 지역에 더 낮은 요금이 적용되도록 설계했다.

반면 배전비용은 지역별 요금 산정에서 제외했다. 산업용 전력 가운데 배전망을 이용하지 않는 비중이 상당하고, 배전비용을 반영할 경우 소비밀도가 낮은 농어촌이 오히려 불리해져 균형성장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남부부터 남부권까지…최대 18원 차이

지역 구분은 전력계통과 균형발전이라는 두 축으로 이뤄진다.

먼저 전력계통 구조를 기준으로 △수도권 남부 △수도권 북부 △중부권 △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나눈다. 수도권 남부는 서울·경기 남부, 수도권 북부는 서울·경기 북부와 인천, 중부권은 강원·충청, 남부권은 경상·전라가 해당한다.

여기에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의 요소를 활용한 4개 균형발전 권역을 다시 적용한다. 정부는 두 기준을 조합해 전체 지역을 세분화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도서지역이라는 특성과 별도의 전력수급 여건을 감안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같은 광역단체 안에서도 요금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발표자료는 충북을 예로 들어 전체적으로는 전력계통상 중부권에 속하더라도 지방우대지수 등에 따라 충북 내 행정구역이 서로 다른 균형발전 권역으로 나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지역 경계는 추후 확정된다.

지역별 요금 격차도 적지 않다. 발표자료 기준 수도권 남부는 현재보다 kWh당 약 0~1원 낮아져 사실상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수도권 북부는 약 6~10원, 중부권은 약 10~15원, 남부권은 약 13~18원 인하되는 구조다.

가장 할인폭이 큰 남부권의 최대 18원은 2025년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 181.9원의 약 10%에 해당한다.

요금 차이를 요소별로 보면 송전비용에서 최대 약 5원, 전력자급률에서 최대 약 8원, 균형성장 요소에서 최대 약 6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결국 전력공급 여력이 크면서 송전망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균형발전 정책상 지원 필요성이 큰 지역일수록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받는 구조다.

▲ 요금제 설계(안) - 지역 구분 예시.
▲ 요금제 설계(안) - 지역 구분 예시.

전력 생산지로 수요 옮길 수 있을까

이번 개편에서 주목할 부분은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전력망 정책과 산업입지 정책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보내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가격 차이를 통해 전력수요 자체를 발전지역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력사용량이 많을수록 kWh당 몇 원의 차이도 전체 생산비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신규 공장이나 전력다소비 시설의 입지를 결정할 때 지역별 전력비 차이가 새로운 고려 요소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전력수요가 비수도권으로 분산되면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신규 송전설비 투자와 운영비를 줄이는 동시에 지역에서는 기업 투자와 일자리 확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존 지방 소재 기업도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생산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전기요금만으로 기업의 입지가 움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기업 투자는 전력비뿐 아니라 인력 확보와 교통·물류, 산업단지 인프라, 협력업체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최대 10% 수준의 전기요금 차이가 실제 신규투자의 지역 이동을 이끌 정도의 가격신호가 될지가 이번 제도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조 8000억원 규모 부담 감소…재원 마련도 숙제

재원 문제도 남아 있다. 정부와 한전은 지역별 요금제 도입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감소 규모가 약 2조 8000억원 내외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종 권역 구분 등에 따라 실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한전이 이를 그대로 떠안을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전력시장 개편과 연계해 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방안이 전력시장 지역별 가격제다. 현재 전력이 거래되는 도매시장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으로 구분하고 각 지역의 전력수급 상황을 가격에 반영해 한전의 전력구입비 절감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지역별 송전비용 차이도 세분화해 반영한다. 여기에 한전 자체 부담과 일부 정부 재정지원 등을 병행해 한전의 재무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소매요금 하나만 바꾸는 정책이라기보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다.

발전 측에는 지역별 도매가격을 통해 발전소 입지에 가격신호를 주고, 소비 측에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이를 통해 기업의 전력수요 입지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지역 경계·재원·기업 이동이 성패 가른다

이번 설계안이 확정되면 국내 전기요금 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전기요금의 핵심 변수가 ‘얼마나 사용하느냐’와 ‘언제 사용하느냐’였다면 앞으로는 산업용 전력을 중심으로 ‘어디에서 사용하느냐’까지 요금 결정 요소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다만 세부 제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어떤 지역을 어느 권역으로 분류할지에 따라 기업이 적용받는 할인폭이 달라지는 만큼 최종 지역 구분을 놓고 지방정부와 산업계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약 2조 8000억원 규모의 요금부담 감소분을 전력시장 효율화와 한전 부담,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지역별 요금 차이가 실제 기업 투자와 전력수요 분산으로 이어져야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단순히 지방 기업의 전기요금을 낮추는 정책에 머문다면 송전망 부담을 줄이려는 당초 취지는 약해질 수 있다.

기후부와 한전은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설계안을 보완하고 권역 구분을 확정한 뒤 관련 고시와 전기요금약관 개정 등을 거쳐 연내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가 실제 시행되면 국내 전력정책은 발전소와 송전망을 더 짓는 방식에서 전력수요의 위치까지 관리하는 단계로 한발 더 이동하게 된다.

비수도권의 낮은 전기요금이 기업 투자와 전력수요의 지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가 앞으로 제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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