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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센터가 바꾸는 가스시장…이제 ‘공급 안보’ 시대

에너지신문
2026-08-26

[에너지신문]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이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의 새로운 수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위기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가스시장은 단기적인 공급 충격과 장기적인 수요 증가라는 상반된 변화를 동시에 맞고 있다. 특히 세계 천연가스 수요는 현재 승인된 공급량을 기준으로 볼때 2030년 846~905bcm 규모의 잠재적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같은 전망은 국제가스연맹(IGU)이 26일 발표한 ‘Global Gas Report 2026’에 따른 것으로, 2026년 호르무즈 위기로 세계 가스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AI·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전력수요 증가와 LNG 인프라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가스 수요가 다시 구조적 성장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천연가스 수요는 4202bcm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69bcm, 1.7% 증가한 규모다. 공급 역시 4147bcm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LNG 순수입도 580bcm으로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의 가스수요가 25bcm 증가하며 세계 수요 증가를 주도했다. 중동은 18bcm, 유럽은 10bcm 증가했다. 전력부문은 여전히 세계 천연가스 수요의 34%를 차지하는 최대 수요처였으며, 주거·상업부문은 추운 겨울의 영향으로 32bcm 증가해 가장 큰 절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 호르무즈 사태, LNG 시장 ‘스트레스 테스트’

2026년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2월 말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 위기였다. 보고서는 이 사태로 글로벌 LNG 공급의 약 20%, 전체 천연가스 공급의 약 3%가 시장에서 제약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충격은 LNG 교역량에도 직접 나타났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가격에 민감한 시장에서는 가스 소비를 줄이거나 다른 연료로 전환했고, 저장물량을 인출하거나 비(非)아라비아만 지역의 대체 공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국과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다. 두 나라는 통상적으로 저장량을 늘리는 시기에 오히려 천연가스 재고를 순인출하면서 중동발 LNG 공급 차질에 대응했다.

가격 역시 급등했다. 호르무즈 위기 당시 TTF 가격은 20달러/MMBtu를 넘어섰지만 2022년 에너지위기 당시 70달러/MMBtu를 웃돌았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이는 공급 다변화와 LNG 액화·재기화 시설 확대, 저장시설 확충, 조달 유연성 강화 등이 시장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번 위기가 충격 자체보다 글로벌 가스시장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선택지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중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과 달랐다’…공급 다변화가 방어막

보고서는 2026년 가스시장이 2022년 에너지 위기보다 높은 회복력을 보인 핵심 이유로 공급 다변화, LNG 액화·재기화 시설 확대, 저장시설, 조달 유연성을 꼽았다.

특히 대체 공급이 가능했고 저장시설이 부족분을 완충하면서 중동발 공급 충격이 가격과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일정 부분 제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역설이 있다. 현재의 회복력이 미래에도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고서는 향후 LNG 공급 증가가 특정 공급국에 더욱 집중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공급자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30년 최대 905bcm 공급 공백 가능성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장기 수급 전망이다. 보고서는 최근의 역사적 가스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세계 가스수요가 2030년 약 4516~4575bcm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현재 승인된 공급량은 약 3670bcm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846~905bcm 규모의 잠재적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신규 가스전 개발 뿐만 아니라 LNG 액화시설, 재기화시설, 저장시설, 운송 인프라, 공급자 포트폴리오 다변화까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신규로 건설되는 생산능력 상당 부분은 증가하는 수요를 충당하기보다 기존 생산량 감소를 보충하는 데 필요하다는 점도 보고서가 강조한 부분이다.


◆ AI·데이터센터, 새로운 가스수요 '변수'

보고서가 제시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AI와 데이터센터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은 2025년 말 141GW에 달했다. 이는 약 7000개 시설에 해당하며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계획된 프로젝트가 모두 추진될 경우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 용량이 500GW를 넘어설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약 64%가 AI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센터는 건설에 1~3년이 걸리는 반면 전력망 인프라 구축에는 5~15년이 소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력망 접속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가스발전 등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전원이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AI와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전력산업의 변화를 넘어 천연가스 수요를 좌우하는 새로운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의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재생에너지와 전력망만으로 모든 수요를 단기간에 충당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가스발전이 보완전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향후 글로벌 가스시장의 수요 전망에서는 기존 발전·산업용 가스수요 뿐만 아니라 AI·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가스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 2026년은 ‘일시적 후퇴’…구조적 수요는 지속 증가

보고서는 2026년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7bcm,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르무즈 위기로 가격 민감 시장의 소비가 줄어든 결과다.

지역별로는 중동 수요가 17bcm, 유럽 4bcm, 러시아 2bcm, 아시아 2bcm 감소하는 반면 북미는 10bcm, 남미는 8bcm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를 가스시장의 구조적 수요 감소로 보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의 흐름이 정상화되면 천연가스 수요는 다시 구조적 성장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2025년에는 액화설비 67Mt, 재기화설비 51Mt가 최종투자결정(FID)에 도달했고, 2026년 상반기에도 액화 35Mt, 재기화 25Mt가 FID에 들어갔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장기적인 가스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한국, ‘가격’보다 ‘조달 포트폴리오’ 중요

이번 보고서는 우리나라 천연가스산업에 LNG 가격 경쟁력 만큼 안정적인 조달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특정 공급경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LNG 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등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적절히 관리하고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한편 장기계약과 단기·스팟 물량을 적절히 조합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공급 차질이 발생했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LNG 저장시설과 인수기지의 운영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글로벌 LNG시장의 충격은 한 지역의 문제가 국내 수급과 가격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LNG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히 도입가격을 낮추는 전략에서 벗어나 공급원과 계약기간, 수송경로를 분산하는 종합적인 조달전략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I·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스발전의 역할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LNG를 단순한 발전·산업용 연료가 아니라 전력수요 증가와 에너지 안보에 대응하는 핵심 자원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 LNG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싸게 확보하느냐’와 함께 ‘위기 상황에서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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