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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전속 거래제 · 사후 정산제 폐지 수순 돌입
수도권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차량에 휘발유를 셀프 주유하고 있다./신영균 기자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속 거래제'를 비롯한 '사후 정산제'가 사실상 폐지 수순에 돌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6일 '석유 유통업종 표준 대리점 계약서'를 개정했다. 이는 그간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속 거래제' 및 '사후 정산제'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데 따른 조치다.
'전속 거래제'는 특정 정유사로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전량을 공급받는 계약으로 주유소별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사후 정산제'는 월 평균가로 익월에 정산하는 등 석유제품을 먼저 공급하고 상당 기간 후 정산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제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 등 변동성이 큰 시장 특성상 공급 시점에 가격을 확정하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한 방식이다.
당정은 '사후 정산제' 폐지 시 주유소 간 경쟁이 형성돼 소비자 가격이 자연스럽게 인하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중동 전쟁으로 인해 주유소 업계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자 당정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지난 4월 9일 주유업계와 정유사 간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지난 6월 SK에너지는 정유업계에서 처음으로 주유소와 대리점 등 유통망에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급 가격 결정을 비롯한 고지 체계를 도입하고 '사후 정산 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향후 각 주유소별 거래 조건을 표준화해 이를 기반으로 확정한 '주 단위' 공급 가격을 주유소 등 유통 고객에게 사전 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위는 주유소와 정유사 간 기존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상생 협약'에 담긴 주요 합의 사항을 표준 계약서에 반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한국주유소협회와 SK에너지·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의견을 수렴해 이번에 '석유 유통업종 표준 대리점 계약서'를 개정했다.
주유소, 계약 정유사 석유제품 60% · 타사 40% 구매 가능
'석유제품 발주 시점' 공급가격 기준으로 정산 등 방식 개선
공급 시장 문제점 다수 상존... 미완의 개선 조치 평가
이번에 개정한 '표준 대리점 계약서'는 주유소별 혼합 구매가 가능하고 '사후 정산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주유소가 계약을 체결한 정유사의 석유제품을 60% 이상 구매하고 타사 제품을 40%까지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당정은 이를 통해 주유소별 구매 선택권이 확대되고 석유제품 공급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 상 정유사가 주유소에 100% 전량 구매를 강요하는 것은 금지됨에 따라 이번 표준 계약서 개정을 통해 혼합 구매가 새롭게 허용되는 것은 아나다"라며 "업계 합의 사항을 표준 계약서에 반영해 기존 거래 관행을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사후 정산제'는 앞으로 주유소가 석유제품을 정유사에 발주하는 시점의 공급 가격으로 정산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를 통해 최종 가격이 즉시 확정될 수 있게 됐다. 당정은 거래 조건에 대한 투명성이 개선되고 주유소별 경영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주유소는 기존 '사후 정산제'를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이에 주유소별 별도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사후 정산' 방식을 예외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 경우 기존 방식대로 한 달 등 장기간이 아닌 7일 내 정산하도록 개선했다.
주유기에 노즐이 걸려있다./출처 KTV 국민방송
'전속 거래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문제가 품질 관리다. '혼합 판매 계약 방식'으로 전환 시 품질 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여러 정유사에서 공급하는 휘발유나 경유가 혼합될 경우 가짜 석유를 비롯해 품질 저하 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지게 된다. 이외에도 정유사가 수조 원을 들여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그 결과 정유사는 시설 투자에 대한 의지가 꺾일 수 있다. 이는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할인 및 프로모션 행사 등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특히 고체가 아닌 액체인 유류를 어떤 방식으로 60%인지 아닌지를 측정하고 검증할지 의문이 든다.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현물 대리점도 다수라 정유사별 유류를 확인하고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이번 조치는 미완성의 시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논란을 해소해야 석유 공급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경쟁이 활발해지고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