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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P “1.5도 넘는다…관건은 초과 수준과 기간”
UNEP “1.5도 넘는다…관건은 초과 수준과 기간”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구 온난화가 향후 수년 내 산업화 이전 대비 1.5°C를 넘어서는 것이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UNEP는 2026년 발간한 보고서 'Limiting Overshoot: Navigating Exceedance of 1.5°C and Pathways Towards Return'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UNEP는 "1.5°C를 넘어서는 것은 결코 안전하거나 용인 가능한 시나리오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일시적 초과가 불가피한 세계에서, 피하는 온도 0.1도 하나하나, 줄이는 초과 기간 1년 1년, 그리고 완화·적응·회복력에 대한 모든 투자가 파리협정의 목표를 사정권 안에 붙잡아두고 인간과 경제, 환경의 건강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왜 지금 이런 보고서가 나왔나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보다 훨씬 낮게" 억제하고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는 목표를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 이 목표는 2025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권고적 의견—당사국을 직접 구속하는 판결은 아니지만 국제법 해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에서 "당사국들이 합의한 1차적 온도 목표"라고 재확인했고, 2026년 유엔총회(UNGA) 결의로도 다시 한번 뒷받침됐다.
문제는 실제 배출 궤적이다. UNEP에 따르면 인위적 온난화는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4°C에 근접했으며, 최근 지구 기온은 10년마다 약 0.25°C씩 오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최근 10년 전망은 2026~2030년 5년 평균 기온이 1.5°C를 넘어설 확률을 4분의 3으로 제시했다.
1.5°C를 50%의 확률로 지킬 수 있는 잔여 탄소예산은 2026년 이후 약 130GtCO₂에 불과하다. 반면 2024년 한 해에만 화석연료·산업 부문에서 약 40GtCO₂가 배출됐다. 현재와 같은 배출 속도가 이어진다면 잔여 탄소예산은 약 3년 안에 소진되는 셈이다.
각국이 제출한 국가결정기여(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UNEP는 2100년 온난화 수준을 중앙값 2.6°C(범위 1.9~3.6°C)로 전망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인 NDC 전면 이행과 장기 넷제로 목표 달성을 가정해도 중앙값은 1.8°C(범위 1.7~2.2°C)에 그친다.
이런 배경에서 보고서는 기후정책이 던지는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1.5°C 초과를 피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초과를 이해하고, 대비하고, 관리할 것인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안전한 초과"는 없는가
보고서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대목은 1.5°C 초과를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UNEP는 1.5°C 자체가 이미 대부분의 국가와 공동체, 생태계, 산업 부문에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관측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3~2025년 사이 전 세계 열대 산호초의 80% 이상이 백화 현상을 겪었으며, 이는 83개국 이상에서 확인됐다. 2025년 2월에는 북극과 남극 해빙 면적을 합친 수치가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북극 다년빙은 1980년대 이후 95% 이상 감소했다.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빙하 손실량의 40% 이상이 최근 10년(2015~2024년) 사이에 발생했으며, 2023년 한 해에만 전체 손실량의 6%가 소실됐다. 빙하만으로도 2100년까지 질량의 4분의 1 이상을 잃어 해수면을 최대 9~12.5cm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담겼다.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 사이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연간 30일 이상의 극한 폭염을 경험했으며, 2025년 유럽 여름 폭염 당시 폭염 관련 사망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이런 위험이 온도 상승에 비례해 선형적으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비선형적으로 가속화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서남극·그린란드 빙상, 대서양 자오면순환(AMOC), 아마존 열대우림처럼 한 번 임계점을 넘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티핑 포인트'를 건드릴 위험이 온도가 높아질수록 커진다는 점을 반복해서 경고한다.
온난화가 훗날 다시 낮아지더라도 해수면은 2300년까지 최대 0.5m가량 더 오를 수 있으며, 영구동토층 해빙과 빙상 손실, 생물종 멸종 등은 온도 하강만으로는 원상복구되지 않는다. 보고서는 "1.5°C를 일시적으로만 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은 남는다"고 못박는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해법: '회피'에서 '관리'로
그렇다면 UNEP는 무엇을 하자고 제안하는가. 보고서가 내놓는 답은 '초과·정점·하강(overshoot, peak and decline) 경로'다.
온도가 1.5°C를 넘어서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더라도 정점을 최대한 낮게 찍고(피크 온도 최소화), 그 상태에 머무르는 기간을 최대한 짧게 줄인 뒤(초과 기간 최소화), 다시 1.5°C 이하로 되돌리는(하강)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받아들일 만하거나 선호되는 경로는 결코 아니지만, 남아 있는 선택지 중 최선"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위해 UNEP는 대응을 세 단계로 나눈다.
온도가 1.5°C에 근접·초과하는 즉각 대응 단계에서는 메탄 등 단기체류 기후오염물질의 급격한 감축을 포함한 배출 저감으로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가장 취약한 인구와 생태계를 보호하는 긴급 적응 조치가 필요하다.
온도가 정점에 이르는 대처·억제 단계에서는 최소한 넷제로 배출을 달성하는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심각한 영향과 위험을 관리하고 사회적 회복력을 키워야 한다.
온도가 하강·안정화하는 장기 회복력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순-마이너스(net-negative) 이산화탄소 배출을 달성해 온난화를 되돌리는 동시에,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을 강화하고 비가역적 한계에 도달한 지역에 대한 적응을 이어가야 한다.
보고서가 특히 강조하는 지점은 이 세 단계에서 완화(배출 감축)와 적응이 '순차적으로'가 아니라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감축이 약할수록 피해가 커지고, 그 피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원이 소모되면 다시 감축 여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공적인 감축이 이뤄지더라도 이미 진행 중인 기후 영향과 추가 온난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적응 역시 필수적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실제로 배출 감축 잠재량을 보면 2035년까지 톤당 200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연간 최대 41GtCO₂e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은 톤당 20달러 미만의 저비용 수단으로도 가능하다. 부문별로는 전력(14.7GtCO₂e)과 농업·임업·토지이용(12.8GtCO₂e) 부문의 감축 잠재량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다만 보고서는 이 수치가 2020년부터 감축 조치가 시작됐다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이행이 지연된 만큼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잠재량은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남은 과제: 탄소제거의 한계와 재원 격차
보고서는 온도를 다시 낮추려면 결국 탄소제거(CDR)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다만 그 역할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약 220GtCO₂의 누적 순-마이너스 배출이 있어야 온도가 겨우 0.1°C 낮아지는 수준인데, 현재의 CDR 배치 속도는 육상기반 기술 기준 연간 약 2GtCO₂, 신기술 기반은 그 1,000분의 1 수준으로 필요한 규모에 턱없이 못 미친다.
순-마이너스 배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2200년경이면 지질학적 저장 용량이 소진될 수 있다는 추정도 담겼다.
보고서는 "낙관적인 CDR 확대 시나리오조차 이번 세기 안에 몇 십분의 1도 수준의 온도 하강만을 가져올 수 있을 뿐"이라며, CDR을 "배출 감축의 대안이 아니라 보완 수단"으로 못박았다.
재원 문제도 짚었다. 2022년 COP27에서 출범한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약액은 2025년 말 기준 약 8억 달러 수준인 반면,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재원은 2025년 한 해에만 약 3,950억 달러(범위 1,280억~9,370억 달러)로 추정돼 격차가 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역사적 책임과 대응 역량이 큰 국가일수록 가장 빠르고 강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형평성 원칙이 이 경로 전체의 실현 가능성과 정당성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결론: "체념이 아니라 촉구"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이번 진단이 비관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초과는 경로를 바꿀 뿐, 온난화를 억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바꾸지는 않는다"며 "이 보고서의 핵심 발견은 체념이 아니라 제약된 행위주체성"이라고 밝혔다.
초과는 선택지를 좁히고 위험과 비용, 트레이드오프를 늘리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되돌릴 가능성을 지킬 힘까지 없애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초과는 목표를 낮출 이유가 아니라, 더 일찍 행동하고 더 빨리 배우며 국제협력을 더 오래 지속해야 할 이유"라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