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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발전공기업 통합 추진 배경과 과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지난 3일 발표된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발전공기업 통합이 가장 주목된다. 이번 방안에서 발전공기업(5사) 통합은 전략적 구조 개혁 분야(15개 공공기관 감축)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되었다.
그간 유사 공공기관의 개별 운영으로 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고, 대외 경쟁력이 약화하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발전 분야가 대표적이다.
25년 만에 발전공기업 체제 대변화
정부는 지난 2001년 4월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한국전력 발전 부문을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5개 사로 분할했다. 발전 5사는 설비 건설·운영, 연료 수급, 재생에너지·R&D 등의 사업을 각각 추진 중이다.
이렇다 보니 해상풍력과 같이 대규모 투자비가 필요한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발전 5사 통합을 주장해 온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발전 5사 해상풍력 전담 인력은 합쳐서 50여 명에 불과하다. 오스테드가 해상풍력 한 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인력이 100명이다. 흩어진 기능과 재원, 인력과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 강화,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안정적 전력 공급 등을 위해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조기 달성 등 에너지전환 가속화가 필요해짐에 따라 발전사 통합이 떠올랐다.
정부는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인적·물적 역량을 결집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정의로운 전환 등 선도적 추진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연간 500억 원 내외의 연구개발비와 연간 2000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을 발전사별 분산 투자 중이다. 통합재무구조로 투자 여력 확보, 연료·정비 자재 공동구매, 중복 인력의 효율화로 수익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발전 5사를 ‘(가칭)한국발전’으로 단일법인화하고, ‘재생에너지본부’와 ‘정의로운전환본부’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본부는 해상풍력 등 대형 프로젝트를, 정의로운전환본부는 석탄발전폐지를 각각 추진한다.
또 지역 재생에너지본부 3~4개를 설치해 태양광, 육상풍력 등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6월 18일 개최한 ’에너지 전환기 전력공기업들의 새로운 역할 연구‘ 중간 보고회에서 발전 5사를 1사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는 모델이 최적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이번 연구용역은 삼일회계법인이 수행했다.
발전 5사 통합 과제는
발전 5사가 하나로 통합 시 공정경쟁 저해(우월적 지위) 가능성, 조직 비대화로 인한 비효율 우려, 통합 초기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한 견해 차이 발생 우려 등이 단점으로 제시되었다.
삼일회계법인은 전담 관리·감독 조직 구축, 외부·준독립 감독 기능 활용 등의 견제 장치 마련과 함께 초대 대표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 체계 구축으로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합 법인의 안정적 출범을 위해선 법적 검토도 필요하다. 삼일회계법인은 발전 5사가 상법상 주식회사로 설립되어 기존과 같이 상법에 근거한 법인 설립 구조를 유지하고 특별법(사채발행한도, 인허가 의제, 포괄승계 등)으로 보완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투자 실행력 확보를 위한 재무 기반을 확충하는 것도 과제이다. 사채발행한도는 통합 발전사의 투자 가능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통합 발전사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충분한 차입 여력 확보와 자본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삼일회계법인의 설명이다.
통합 관련 법률 제·개정을 위한 국회와 정부 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도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서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2건의 ‘한국발전공사법’ 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제정안은 발전 5사를 해산하고 자본금 32조 원의 한국발전공사를 새로 설립한 뒤 기존 발전 5사의 자산과 부채, 권리·의무, 직원 등을 통합 법인이 포괄 승계하도록 했다.
발전공기업 노조는 노동조건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본사 소재지와 조직·인력 운영, 임금 및 복지체계 등 발전사별로 서로 다른 제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조건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은 최근 정부 측에 노동조합·발전사·정부 간 상시적인 소통체계 마련을 요구하고, 임금·복지·본사 위치 등 노동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노동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통폐합 기관 직원(임원 제외)은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등 직원들의 기존 노동조건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의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사 이전 문제는 지역사회에 민감한 사항이다. 통합 본사가 한 곳으로 정해질 경우 다른 지역은 공공기관 이전 효과와 지역경제 기반 축소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남, 충남, 울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이 통합 본사 유치전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 5사 통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1일 국회 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과 기후솔루션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에너지 전환기 발전공기업,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발전 5사 통합이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 균형 발전, 전력산업 구조 개혁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유수 숭실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발전 5사를 합치면 통합 공기업이 도매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다”라며 “한전이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발전공기업 지분도 100% 보유한 현 구조에서 거대 자회사(통합 공기업)까지 생기면 민간 재생에너지나 분산에너지보다 계열 발전소가 계통 접속과 운전에서 유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