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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한곤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기술개발사업단 단장
김한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개발 중인 i-SMR 모형물 옆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수 기자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소형모듈원자로(SMR)가 AI 시대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와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복합적 과제를 해결할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중국·영국 등 주요 원전 강국들은 이미 SMR 연구개발·실증 등의 기반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단이 2028년까지 i-SMR을 개발하고 인허가를 획득해 2030년대 세계 최고 수준의 SMR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되는 SMR 1기가 국내 처음으로 기장군에 건설돼 오는 2035년 가동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한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을 만나 i-SMR 개발 얘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한국이 원전 강국이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원전 후발국이었다. 본인이 API 1400을 개발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가 직접 뭘 한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미국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30여 년 전 얘기다.
그랬던 한국이 원전 강국이 된 가장 큰 이유는 30년 동안 꾸준히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원자로 연구개발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정부 역할이 가장 컸다. 정부가 정권이 바뀌어도 원자력에 꾸준하게 투자해서 우리나라가 개발한 원자로만 해도 APR1400과 체코에 수출한 APR1000,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스마트 등이 있다. 그렇게 꾸준히 R&D도 하면서 건설도 한 경험으로 인해 한국이 후발국에서 이제는 원전 강국으로 도약했다.
전 세계적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 세계가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자고 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전원)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밖에 없다. 수소가 있긴 하지만 에너지원으로서보다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로 봐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가 있고, 그렇지 못한 나라도 있다.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로만 자립하기에는 사실 기후 여건이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선진국부터 원자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런데 본인과 같은 원전 개발자는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일반 국민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원자력의 필요성을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는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그러나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약 1000배 이상 더 안전하다.
또 탄소 중립 시대로 가려면 막대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데, 그 대안으로 SMR이 부상한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SMR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혁신형 SMR(i-SMR)의 개발 목표를 소개해달라.
통상 원전을 얘기할 때 미국, 프랑스, 러시아, 그다음으로 요즘은 중국이 있다. 우리 목표는 2030년대가 돼서 SMR이 무탄소 전원으로 쓰이기 시작할 때 글로벌 탑 3 안에 드는 것이다. 글로벌 SMR 시장을 선도하는 원자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그런 사고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 정도의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목표이다.
경제성의 경우 i-SMR이 경쟁해야 하는 상대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다. 탄소중립과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선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같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각국이 SMR을 본격적으로 투입하기 전에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덜한 가스를 많이 쓴다. 그러니까 SMR은 가격 측면에서 보면 천연가스와 경쟁하는 것이다. 그래서 천연가스 발전보다 싸게 공급하는 게 목표이다.
우리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전기 출력이 들쑥날쑥해 간헐성이 심하다. 재생에너지와 맞춰가려면 SMR은 출력 변동이 굉장히 유연해야 한다. 출력 조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세 번째 목표다.
국내 첫 SMR 1기(0.7GW)가 기장군에 지어질 예정이다. 2035년 가동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가동 착수 기간을 몇 년 더 앞당겨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의 한 회사가 2027년에 SMR을 준공하겠다고 했는데 2029년으로 연기했다. 다른 회사들의 계획도 조금씩 늦춰지고 있다. 우리는 i-SMR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2035년 준공을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사실 2035년만 지키면 한국이 거의 선두급이다.
이제 외국 기업들이 2033년을 얘기하고 있고, 우리는 2035년이니까 1~2년 차이밖에 안 된다.
2028년까지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하고 2030년까지 건설 허가를 받은 후 2035년 가동에 착수한다는 당초 목표 일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장군에는 170MW짜리 i-SMR 4대(총 680MW)가 설치된다. 2033년부터 6개월 단위로 총 4대가 순차적으로 준공하는 것이다. 4대 중 마지막이 준공되는 시점이 2035년이라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SMR을 처음으로 개발하다 보니 첫 번째 원자로(초도 호기)는 그 리스크를 해결해 가면서 가야 한다. 지금은 i-SMR도 초도 호기라서 2035년 준공을 목표로 정한 것이다. 우리도 초도 호기의 리스크를 해결하고 나면 훨씬 빨리 SMR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올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제12차 전기본에도 SMR이 반영될 것으로 생각하나.
당연히 반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전 강국이 된 이유는 꾸준히 원전을 개발하고 건설했기 때문이다. SMR을 꾸준히 지을 수 있도록 전기본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향후 SMR의 활용 방향과 SMR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SMR 개발이 성공하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분산 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등이 들어선 산업단지나 도심에 SMR을 설치하면 된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소는 비상계획 구역이라는 게 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그 구역 안에 있는 사람은 대피해야 한다. 비상계획구역 20㎞ 설정 요건이 산업단지·도심 인접 부지확보의 핵심 걸림돌로 남아 있어 이의 개선이 필요하다.
국내외적으로 탄소 배출 중 3분의 1이 발전에서 나온다. 발전 중 60%가 석탄에서 나온다. 그래서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와 원전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나머지 3분의 1은 산업에서 나온다. 산업 중 철강에서 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 그래서 철강 분야는 수소 환원 제철로 전환하려고 한다. 그러면 수소가 필요하다. 철강 다음으로 배출이 많은 화학 산업은 공정 열이 필요하다. 지금은 천연가스를 연소해서 열을 공급한다.
2050년대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열, 수소, 전기를 누군가 해결해 줘야 한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다양한 개발자들이 이 3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SMR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되면 철강 업체는 수소를 생산하는 용도로 SMR을 사용할 수 있다. 화학 산업은 열을 생산하는 용도로 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SMR의 주 용도는 전기 생산이 될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의 전력 수요 폭증과 함께 발전 분야의 탄소 배출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SMR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SMR 시장과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 한국을 비롯해 GE, 테라파워 등 5개 정도 회사가 2030년대 초·중반에 처음으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SMR 건설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누구도 첫 번째 고객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먼저 나서서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서다. 모두 지켜보는 상태다. 두 번째 고객은 되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석탄 화력을 대체하고 열·수소 생산 등을 위해서는 매년 수조 원을 투입해도 SMR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나 일본의 몇 개 업체가 공급할 능력이 있는데, 이들 기업이 풀가동을 한다고 해도 그 수요를 못 따라간다. 시장 선두에 서서 고객을 많이 끌어올 수 있느냐 아니면 거기서 뒤처지느냐는 2030년대 중반쯤 되면 어느 정도 판가름 날 것이다.
수출과 관련해 외국의 관심 있는 분들과 얘기해 보면 한국에 대해서는 다르게 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UAE에 수출도 하고 대형 원전도 목표 기간 내에 건설하는 능력이 있기에 우리가 개발하는 SMR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한국이 갖고 있는 원전 공급망은 굉장히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는 계획된 기간에 SMR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목표한 대로 2035년까지 SMR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수출경쟁력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또 초도 호기는 정부 주도로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짓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 등 서방 세계는 민간 시장이라서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를 주저한다. 그래서 준공 일정이 자꾸 늦춰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