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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현권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김현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종수 기자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지난해 9월 시행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지난 40여 년간 수차례 사회적 갈등을 겪으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확보 합의가 무산되었던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마련된 새로운 논의 기틀로, 여야 합의를 통해 과학적인 조사 절차를 확립하고 주민투표 등 민주적 의사결정 제도를 명문화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논의 절차를 법제화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를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으로 책임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독립적인 국가기관으로서 위원회도 신설되었다.
국가적 난제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 문제 해결을 위한 확실한 법적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장기간(9~13년) 걸리는 부지선정 작업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김현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정책 방향을 들었다. /편집자주
2025년 10월 3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초대 위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질 것 같다.
원전의 안정적 운영과 안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우리 세대가 책임 있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어야 할 중요한 전환점에서 초대 위원장을 맡아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과거 우리 사회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과 관련해 9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고준위 특별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시점에 위원회를 이끌게 되어, 어떻게 하면 사회적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현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국가적 난제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현황과 함께 해외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알려달라.
세계적으로 원전을 보유한 국가는 총 39개국(가동정지, 건설 중 포함)으로, 그 중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시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한 국가는 총 5개국이다.
가장 앞서 관련 절차가 진행된 국가는 핀란드로, 세계 최초의 고준위 방폐장(Onkalo) 연내 운영 개시를 목표로 인허가와 시험가동을 진행 중이다.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도 고준위 처분시설을 위한 부지 확보를 완료하고 건설 관련 절차를 추진 중이다. 그 외에도 일본, 독일, 영국 등 처분시설 부지확보 절차를 진행 중인 국가는 12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시행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50년 이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처분시설 운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위원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업무 현황을 설명해달라.
올해 위원회 9인 체제 성원이 완료되면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업무는 크게 △부지선정 준비 △기본계획 수립 △기술개발 △임시저장시설 관련 계획 검토 등 4가지이다.
내년 지자체 대상 부지공모 절차를 개시할 예정으로, 올해는 그에 앞서 지진·단층·화산지역 등 부적합지역 배제 및 지질 안전성 연구 사례 분석 등을 통해 기본조사 후보부지 도출을 진행 중이다. 조사 대상지역과 유치지역 등에 대한 지원방안도 검토 중이며, 관련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잠정적 지원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고준위 특별법 제정, 고준위위원회 출범 등 정책 여건 변화를 반영해 향후 30년의 정책 로드맵을 담은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 중이다.
한빛은 2030년, 한울은 2031년, 고리는 2032년 원전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 포화가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시설계획(한수원 제출)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한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처분기술 확보를 위해 고준위위원회, 과기부, 원안위가 공동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전기술 연구·검증을 위한 태백시 연구용 URL 건설도 추진 중이다.
올해 ‘제3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 당시(2021년)와 비교할 때, 정책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고준위 특별법이 제정되고, 고준위위원회가 정식 출범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국제적인 에너지 안보 위기가 대두되고, AI 활용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가 급증하며 원전 활용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차 기본계획이 실질적 이행에 한계가 있어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면, 이번 3차 기본계획은 특별법에 근거한 이행계획으로써 의미가 있다. 위원회는 국민과 미래세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책임지고 고준위 방폐물을 관리한다는 각오로, 관리시설 주변 지역을 자연 방사선량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구체적으로는 2050년 이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이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한다는 특별법상의 운영 목표 시한을 준수하기 위해 △민주적인 부지선정 절차 △안전한 관리시설 건설·운영 시나리오 △소통·상생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수용성 확보 △기술개발 등 관리기반 조성 등 4대 핵심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쳐 늦어도 10월 중에는 초안을 공개해 지역주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원자력진흥위원회 심의·의결 등의 과정을 거쳐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4월 24일 제3차 회의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적합성 조사계획’을 의결했다. 이후 추진 현황을 말해달라.
지난 4월 위원회에서 의결된 부지 적합성 조사계획은 부지선정 전 과정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 부지선정은 총 9~13년이 소요되는 절차이다. 부적합 지역 배제 및 후보부지 도출(1년), 부지공모(1~2년), 기본조사(3~5년), 심층조사(3~4년), 최종 부지선정(1년)의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올해까지 지진·단층·화산지역 등 부적합 지역 배제 및 지질 안전성 연구사례 조사·분석 등을 통해 기본조사 후보부지를 도출할 계획이다.
내년 지자체 대상 부지공모를 거쳐 기본조사 대상부지를 선정하고, 기본·심층조사, 주민투표 등 민주적·투명한 절차를 통해 과학적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담보된 최적 부지를 선정해 나갈 것이다.
부지공모 시 지자체 참여 활성화를 위해 올해 말 기본·심층조사 대상 지역과 유치·주변지역에 대한 잠정적 지원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과거 9차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확보 시도가 실패한 이유는 정부·사업자 주도, 대국민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해 정책 신뢰도가 저하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생각한다.
다행히 지난해 9월 여야 합의로 마련된 ‘고준위 특별법’이 시행되고, 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최근 여론조사(한국리서치, 2025년 11월, 고준위 방폐물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특별법에 따른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부지를 선정하는 경우 71%가 수용 의향을 보이는 등 긍정적 인식이 확인되었다.
사회적 수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과학적 안전성을 바탕으로 고준위 방폐물이 안전하게 관리된다는 정책적 신뢰를 축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위원회는 사업 전 과정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자체·주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특별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과학적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담보된 최적의 부지를 선정해 나갈 계획이다.
핀란드, 스웨덴, 캐나다 등의 선도국은 일관된 정책과 지역사회와의 장기간 신뢰 형성을 바탕으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캐나다는 2012년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한 22개 지역을 대상으로 단계적 조사와 소통을 거쳐 기술적 안전성과 지역사회의 이해 및 동의가 확인된 지역을 2024년 최종 후보지로 선정한 바 있다.
고준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각오와 함께 국민과 이해관계자 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앞으로 총 9~13년에 걸쳐 부지선정 절차가 진행되는데, 특히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부지공모가 진행되므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향후 부지공모에 지질학적으로 적합한 입지에 있는 지자체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대상부지에 대한 과학적 조사 절차가 본격적으로 착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위원회는 특별법에 명문화된 원칙과 절차를 바탕으로 과학적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담보된 최적의 부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준위 방폐물은 수만 년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물질인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부지 적합성 조사 절차를 추진하는 한편, 투명한 정보공개와 지역주민의 민주적 참여절차 보장 등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부지 유치를 고민하는 지역 주민들께는 국가가 지역의 부담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은 어느 한 지역의 희생만으로 추진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며, 국가 전체가 필요로 하는 시설을 수용하는 지역을 위해 중장기적 지역발전 지원 등 합리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