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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메가프로젝트 전력공급 어떻게?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 /한수원 제공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장과 산업·수송·건물 등 경제·사회 전반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능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전기국가로 전환하겠다는 이유다. 전기국가는 재생에너지 등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산업 구조·수송·건물 등 모든 부문의 에너지원을 전기화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를 말한다.
특히 메가프로젝트 추진계획이 발표되면서 적기 전력공급 방안과 함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다. /편집자주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기업은 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의 최종 반도체 팹 완공 시점을 각각 7년, 12년 앞당겨 메모리 생산 능력을 5년 내 2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 SK는 약 470조 원을 투자해 서남권에 반도체 메모리 메인 팹 2기 및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 삼성은 425조 원을 호남에 투자해 서남권에 반도체 메모리 팹 2기 및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을 각각 구축한다고 밝혔다.
호남권·용인 반도체 적기 전력공급 추진
이후 정부와 한전, 기업들은 논의 끝에 지난 8월 12일 협약을 맺고 호남권·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적기 전력공급 이행 기반을 마련했다.
호남권 산단은 6GW 이상 규모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9년부터 초기 전력공급설비를 통해 약 3GW를 우선 공급하고, 향후 추가 설비구축을 거쳐 누적 6GW 이상 규모의 전력을 호남권 산단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우선 신장성-신광주 선로에서 분기해 산단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이후 추가 송전선로는 세부 기술검토와 함께 기업, 관계기관 등 협의를 거쳐 구체화할 계획이다.
변전소는 산단 내 1개 변전소를 먼저 구축한 뒤 향후 1개 변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은 2026년 7월 일반산단 대상 전력공급을 시작으로 2041년까지 총 14GW 이상의 대규모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 국가산단의 경우 총 6개 팹에 대해 2041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1단계로 2032년까지 산단 인근 단거리 선로와 노후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산단 내 1GW 규모 LNG 발전소 3개를 활용해 초기 수요에 대응하고, 2단계인 2035년까지는 기존선로 용량을 증대해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한다. 최종적으로는 동해안과 중부권 발전력 공급선로를 구축할 계획이며, 세부 기술검토와 함께 기업, 관계기관 등과 협의를 거쳐 구체화할 예정이다.
용인 일반산단의 경우 올해 7월 준공된 신안성 변전소에서 동용인 변전소로 연결되는 송전선로를 통해 초기 전력을 공급한 후 2031년과 2032년에 산단 인근 선로를 조기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력망 3법이 전력망 적기 구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재생에너지 설비 전력계통 공동 접속을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및 ‘전원개발촉진법’ 개정안과 민간사업자도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개정안이다.
‘제12차 전기본’ 전원믹스 관심
이 같은 메가프로젝트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선 더욱 정교한 전력수요 전망과 이에 따른 전원 믹스 구성 및 송변전설비 계획이 나와야 한다.
이미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 데이터센터 및 전기화 수요를 처음으로 별도 반영했다.
‘제11차 전기본(2024~2038년)’ 수립 당시에는 전력 수요 여건이 크게 변화했다.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발표(2023년 3월)와 함께 6대 첨단산업(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의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이 제시됐다.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의향 증가 추세와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확대 전망도 제기되었다. 전기차 보급, 수소환원제철 등의 전기화 추세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따라 제11차 전기본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수요를 처음 반영했다.
고창 해상풍력 사업 조감도 /한국중부발전 제공
정부가 올해 수립할 예정인 제12차 전기본(2026~2040년)의 여건은 더욱 복잡하다. 새 정부 국정과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등 11차 전기본 계획(2025년 2월 확정) 이후 여건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NDC, 전기화 등 추가 수요를 포함한 전체 전력수요의 변화를 더욱 정확하게 전망해 탄소중립, 공급 안정성, 효율성 등을 고려한 무탄소 중심의 전원믹스를 도출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폐지 등 새 정부 국정과제를 구체화하고, 전환부문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2040년까지의 경로를 제시할 계획이다.
전기본 수립의 첫 단추는 전력수요를 전망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4월 제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제3차 토론회에서 전력수요 전망 잠정안을 처음 공개한 바 있으나, 지난 6월 메가프로젝트 추진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12차 전기본 수요소위원회에서는 새롭게 예상되는 전력수요를 반영해 전망을 재검토해 왔고, 지난 8월 20일 전력수요 재전망 결과를 공개했다. 2040년 최대전력은 158.4GW(기준)~165.0GW(상향)로 전망됐다. 당초 전망(131.8GW~138.2GW)보다 26.6GW~26.8GW 증가한 것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폭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결과다.
정부는 전력수요 재전망 결과가 나옴에 따라 오는 9~10월 신규원전, 석탄발전 폐지 로드맵, 전력시장 개편 방향, 송변전 계획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뒤 올해 안으로 제12차 전기본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제12차 전기본의 관심사 중 하나는 신규원전 반영 여부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용인과 호남 반도체 산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수요만 약 30GW로 잠재수요까지 합하면 40GW가 넘는다. 추가로 난방 전기화 등 각종 전기화 수요까지 합하면 2040년까지 약 50GW 이상으로 급증한다”라며 “이러한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100GW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원전도 조화롭게 가져가야 한다. 신규 원전과 SMR은 전문가 의견 수렴과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12차 전기본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1호 석탄-천연가스 전환 ‘음성천연가스발전소 1호기’/한국동서발전 제공
또한 관련 업계에선 LNG 발전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출력 조절이 쉽지 않지만 LNG 발전은 단기간에 지을 수 있고 유연하게 출력 조정이 가능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백업할 수 있는 전원이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이 단계적으로 폐지됨에 따라 석탄발전을 대체해야 하는 전원도 필요하다. 탄소중립이 가능하지만 건설 기간이 긴 원전을 무작정 늘리기도 힘들다.
정부는 제11차 전기본에서 탄소중립 등의 이유로 LNG 발전 비중을 2023년 27.5%에서 2038년 11.1%로 축소할 계획이었다. 다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수요 대응을 위해 용인 국가산단 내에 석탄발전 폐지를 대체하는 1GW 규모 LNG 발전소 3개를 짓는 계획을 반영했다.
정부도 LNG 발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화석연료인 LNG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고민도 깊은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8월 18일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불가피하게 가스발전이 일부 늘어나게 될 텐데 가스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어떻게 줄여 나갈지 등을 공론화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지난 8월 20일 열린 제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제4차 토론회(전기국가 전환)에서 “2025년 국내 총발전량은 596TWh로, 메가프로젝트 전력수요는 총발전량의 약 40~50%에 해당한다”라며 “현재 전력시스템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를 무탄소로 10~15년 내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시기별 무탄소 전원믹스 이행 전략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이행 △원전 계속운전 9기+신규 2기 △ESS·양수발전 대폭 확충 △AI 데이터센터 수요 유연성 계약 제도화 △LNG는 브리지로 인정하되 가동률 상한·전환 시점 사전 규정 등을 제시했다.
2030~2035년은 △해상풍력 대규모 상업운전 △HVDC 기간망·동기조상기 등 계통 안정화 설비 △신규 원전·SMR 추가 건설(12차 전기본 결정 사항), 2035년 이후는 △4세대 원자로(비경수형 SMR 및 MMR) △청정수소·암모니아 △CCS 적용을 제시했다.
전기국가 전환을 실현하고 메가프로젝트가 몰고 온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할 제12차 전기본 수립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