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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콘 타이완 2026 참관기①]조좌형 ㈜자이브솔루션즈 차장
AI 반도체 전쟁, ‘더 작게’에서 ‘더 잘 연결하는’ 시대 전환

▲ ‘세미콘 타이완(SEMICON Taiwan) 2026’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반도체 제조만 집중 통해 산업 생태계 기술혁신 이끈 TSMC 전략 인상적
CPO 및 나노·마이크로 제조, 양산 최적 설계·소재·가공·테스트 등 공정 연결이 경쟁력
대만, 중화권에 온 만큼 평소 좋아하는 삼국지 이야기를 빌려 참관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대만 TSMC의 성공을 보면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시한 ‘융중대(隆中對:천하삼분지계)’가 떠오른다. 당시 제갈량은 유비에게 이미 강대한 조조와 같은 방식으로 정면승부하기보다 자신만의 기반을 확보하고, 다른 세력과의 연합을 통해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TSMC 역시 기존의 종합반도체기업(IDM)들과 직접 제품 경쟁을 하기보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분리한 전업 파운드리(Pure-play Foundry)라는 새로운 산업 모델을 개척했다. 그리고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수많은 팹리스 기업을 자신의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결국 모든 것을 직접 하는 가장 큰 회사가 아니라, 모두가 필요로 하는 회사가 된 것이다.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TSMC는 천하를 직접 차지하기보다 천하의 영웅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게 만든 기업에 가깝다.
이번 신소재경제 ‘세미콘 타이완(SEMICON Taiwan) 2026’ 참관단은 신주(新竹)의 TSMC를 방문한 뒤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을 참관했다. 1987년 모리스 창(Morris Chang)이 설립한 TSMC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한 전업 파운드리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산업의 표준으로 정착시킨 기업이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팹리스와 시스템 기업, 소재·장비 기업, 패키징 및 테스트 기업이 연결되는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TSMC를 둘러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최첨단 미세공정 기술만이 아니었다. 고객은 설계와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제조와 공정 최적화는 전문 파운드리가 담당하는 구조를 만들어 산업 전체의 혁신 속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결국 TSMC의 경쟁력은 몇 나노미터 공정을 보유하고 있느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업과 기술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하나의 제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제조 생태계를 구축해왔다는 데 있다고 느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찾은 세미콘 타이완에서는 최근 반도체 산업의 변화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전시장 곳곳에서 AI Computing, Advanced Packaging, Silicon Photonics, Hybrid Bonding, HBM, Test Solution 등이 전면에 등장했다. 특히 AI와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의 확산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축이 단순히 선폭을 줄이는 데서 벗어나, 여러 종류의 칩과 기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패키징할 수 있는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 있게 살펴본 분야는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와 CPO(Co-Packaged Optics)였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량이 급증하면서 기존 전기신호 기반 인터커넥트는 전력소모와 데이터 전송거리, 대역폭 측면에서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산칩 가까이에서 전기신호를 광신호로 전환하고 광학부품을 집적하는 CPO가 차세대 AI 반도체의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CPO가 단순히 광학 칩 하나를 잘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PIC(Photonic Integrated Circuit)와 광섬유 사이의 광결합, 마이크로렌즈 및 광학 인터페이스, 정밀 정렬, 접착소재, Hybrid Bonding, Wafer-level Replication, 검사와 테스트까지 다양한 기술이 동시에 맞물려야 실제 제품이 완성된다. 광학과 반도체 패키징, 정밀제조가 하나의 공정 안에서 만나는 대표적인 융합영역인 셈이다.
2PP(Two-Photon Polymerization:이광자중합기술) 기반 나노·마이크로 3D프린팅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다. 2PP를 활용하면 기존 리소그래피나 가공공정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Freeform Micro-optics, TIR 구조, 복잡한 3차원 광학소자를 제작할 수 있고, Fiber tip이나 Chip facet과 같은 실제 소자 위에 직접 광학구조를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제한된 공간 안에서 빛의 경로를 자유롭게 제어해야 하는 CPO에서는 이러한 형상 자유도가 분명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산업에서는 ‘만들 수 있는가’ 만큼이나 ‘어떻게 반복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나노·마이크로 3D프린팅은 복잡한 형상과 고정밀 구조 제작에 강점이 있지만, 대면적과 대량생산으로 갈수록 생산시간과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이번 전시에서 EV Group(EVG), iSTAR 등이 선보인 Nanoimprint Lithography(NIL)를 관심 있게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2PP와 NIL은 반드시 경쟁기술로 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고정밀 2PP를 이용해 복잡한 원본 Master를 제작하고 이를 Step & Repeat 또는 NIL 공정으로 복제한다면 2PP의 형상 자유도와 기존 반도체 공정의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마이크로렌즈어레이(MLA) 역시 대면적 전체를 고정밀 3D프린팅으로 직접 출력하기보다, ‘고정밀 Master 제작-Replication-Wafer-level’ 양산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 산업적으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 2PP(Two-Photon Polymerization:이광자중합기술)을 활용한 광 인터커넥트(Photonic Interconnects) 사례(출처:자이브솔루션즈)
이는 나노·마이크로 3D프린팅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모든 최종 제품을 직접 출력하는 기술이라기보다, 기존 방식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고부가 구조를 만들고 이를 후속 공정과 연결하는 핵심 제조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광학소자처럼 형상 자체가 기능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고정밀 원본을 얼마나 자유롭게 구현하느냐가 전체 공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CPO 분야에서는 소재의 중요성도 예상보다 컸다. DELO, Nagase ChemteX, Dow 계열 업체들은 Fiber, V-Groove, PIC, FAU(Fiber Array Unit)를 연결하기 위한 저수축 광학접착제와 패키징 소재를 별도의 CPO 솔루션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위치 변화도 광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광학소자를 정밀하게 제작하는 것만큼 정렬된 상태를 접착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CPO에서는 광학소자 제작, 정렬, 접착, 열관리, 접합공정을 개별 기술로 바라보기 어렵다. 각각의 공정이 최종 광효율과 신뢰성을 기준으로 함께 최적화돼야 한다. 반도체와 포토닉스라는 서로 다른 산업이 만나는 만큼, 한 분야의 기술만으로는 제품 완성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융합 제조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테스트 분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관찰됐다. LEENO, UPT, Smiths Interconnect, ISC, WinWay 등은 Fine Pitch Probe부터 고주파 Test Socket, 수만 개의 Contact를 가진 대면적 AI/HPC용 Socket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특히 일부 업체에서는 이미 CPO 전용 Test Socket을 별도 제품군으로 제시하고 있어, CPO 생태계가 광학소자 제작과 패키징을 넘어 테스트 단계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 반도체의 가격과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잘 만드는 기술’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검사하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Socket 역시 더 이상 작은 Pitch 하나로만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었다. 고주파 Signal Integrity, High Pin Count, 대면적 Package, 고전력과 열관리, 반복 사용에 따른 신뢰성까지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복합적인 정밀부품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마이크로 3D프린팅 관점에서도 생각할 부분이 많았다. Oxford Lasers와 LEENO는 이미 레이저 및 정밀가공으로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Hole과 Guide 구조를 구현하고 있었다. 따라서 단순히 ‘더 작은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존공정을 대체하기 어렵다. 오히려 Curved Channel, Tapered Guide, Multi-level 구조, 내부 RF 형상, 일체형 정렬구조와 같이 기존 가공법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3차원 기능성 구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이 경우 기존 Probe나 Pogo Pin 기술을 모두 대체하려 하기보다, 검증된 Metal Contact와 정밀 3D 구조를 결합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제조방식이 각자 잘하는 부분을 담당하면서 최종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CPO에서 2PP와 NIL, 광학접착제와 정렬기술이 함께 움직이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TSMC 방문과 세미콘 타이완 참관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첨단 제조업에서 하나의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TSMC의 성장 역시 모든 반도체 기술을 혼자 보유했기 때문이 아니다. 설계, 제조, 소재, 패키징, 테스트를 연결하고, 각 기업이 가장 잘하는 영역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 안에서 작동하도록 만든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앞으로 CPO와 나노·마이크로 제조 분야 역시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CPO에서는 Optical Design, Freeform Micro-optics, Bonding, Replication, Test가 하나의 공정체계로 연결돼야 하고, 마이크로 Socket에서는 3차원 Guide와 Housing, Metal Contact, 정밀조립 및 검사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MLA 역시 고정밀 Master 제작과 대면적 복제기술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산업화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만에서 확인한 것은, 결국 ‘누가 가장 뛰어난 기술 하나를 가지고 있는가’보다, 각기 다른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안정적인 생산 생태계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다음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CPO와 나노·마이크로 제조 역시 개별 공정의 성능 경쟁을 넘어 설계, 소재, 가공, 접합, 복제, 테스트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력은 단일 기술의 우위보다 서로 다른 기술을 실제 양산 가능한 공정으로 통합하는 역량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