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계절 따라 송전선로 용량 늘린다...출력제어 완화 ‘시험대’
[에너지신문]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송전선로의 실제 수용 능력을 계통 운영에 반영하는 실험이 시작된다. 연중 가장 불리한 기상 조건을 기준으로 고정해 온 송전용량을 계절별 기온에 맞춰 조정함으로써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높이고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19일부터 1년간 전북 진안과 충남 금산 지역에서 계절별 송전용량(SAR·Seasonal Allowable Rating)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두 지역은 올해 봄철 계통 분석에서 특정 송전설비가 고장 나거나 탈락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과부하가 우려된 곳이다.
이번 사업은 송전선로의 열적 특성을 활용한다. 전선은 전류가 흐를수록 온도가 올라가고 늘어지기 때문에 안전거리와 설비 보호를 위해 송전 한도가 설정된다. 하지만 외부 기온이 낮으면 전선의 열이 더 쉽게 빠져나가 같은 선로로 더 많은 전력을 보낼 여지가 생긴다. 시범사업에서는 계절별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진안·금산 지역 송전선로의 허용 용량을 조정한다.

▲정적송전용량(SLR)은 가장 최악조건(온도40℃, 풍속0.5㎧) 에서 계산된 송전용량이며, 동적송전용량(DLR)은 기상예보·센서 취득정보를 기반으로 일정 시간단위로 계산된 송전용량을 뜻한다.
40도·저풍속 기준 고정 운영의 한계
국내 전력망은 현재 기온 40도, 풍속 초속 0.5m라는 불리한 조건을 가정해 송전 가능 용량을 정하는 정적 송전용량(SLR)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계절이나 시간대와 관계없이 보수적인 한도를 유지해 계통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늘면서 송전망 접속과 전력 이송 여력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기온이 낮아 선로에 여유가 있더라도 고정된 한도 때문에 발전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신규 송전선로 건설에는 입지 선정과 주민 수용성 확보, 인허가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존 망에 남아 있는 수용 능력을 정교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계절별 송전용량은 완전한 실시간 동적 운영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에 해당한다. 계절별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용량을 조정하기 때문에 기상정보와 센서를 활용해 짧은 시간 단위로 허용 용량을 산정하는 동적 송전용량(DLR)보다 운영 방식이 단순하다. 실시간 제어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으면서도 정적 방식보다 송전 여력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출력제어 줄이고 설비 정비 여건도 개선
정부가 기대하는 직접적인 효과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완화다. 기온이 낮은 계절에 송전 한도를 높이면 그만큼 발전 전력을 추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발전설비를 더 짓지 않고도 버려지는 전력을 줄이고 기존 송전망의 이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송전·변전설비 정비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설비를 점검하거나 정비하기 위해 송전선로를 계통에서 일시 분리하면 다른 선로가 전력을 대신 수송해야 한다. 평소 송전 여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 같은 ‘휴전’ 일정을 잡기 어렵지만, 계절별 용량 확대분을 활용하면 전력을 우회시키면서 필요한 정비를 시행할 여지가 커진다.
이는 전력망 확충을 대체하기보다는 건설 지연에 대응할 보완책에 가깝다. 기존 선로의 물리적 용량을 넘어서는 해법은 아니며 재생에너지 밀집지역에서 구조적으로 부족한 송전망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도 없다. 다만 신규 전력망이 들어서기 전까지 계통 제약을 완화하고, 이미 구축된 자산의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은 송전용량을 기상 여건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다수 국가는 계절별 송전용량을 적용하고 있으며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은 선로 주변의 대기온도를 반영하는 AAR(Ambient Adjusted Rating)을 운용 중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DLR은 실시간 기상과 송전선로 상태를 함께 반영해 용량을 산정한다.

▲열적 송전용량 분류 현황. DLR은 미국과 유럽 일부개소에 적용 중으로, 유럽(독일 등 27개국), 미국에서는 동적인 송전용량의 중간단계인 SAR, AAR을 적용하고 있다.
실시간 기상 반영하는 DLR로 확대 검토
이번 시범사업의 관건은 늘어난 송전 여력과 계통 안전성을 동시에 입증하는 것이다. 계절별 최고기온만으로는 지역별 풍속과 일사량, 강수, 선로 상태 변화를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 이상고온 등 예측을 벗어난 기상 상황이 발생할 때 용량을 신속하게 낮추고 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절차도 필요하다.
시범기간에는 계절별 용량 조정으로 실제 출력제어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설비 휴전과 정비 일정에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상정 고장 상황에서도 안전 기준을 유지했는지가 주요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운영 경험과 기상·설비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해야 적용 지역을 넓히거나 더 정교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정부는 진안·금산 사업의 효과를 검증한 뒤 선로 주변 대기온도를 반영하는 AAR 시범사업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후 센서 정보와 기상예보, 선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DLR까지 단계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계절별 송전용량 시범사업은 전력망 부족 문제를 새로운 선로 건설만으로 풀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망의 ‘숨은 용량’을 찾는 첫 단계다. 다만 용량 확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기상 변화에 따른 위험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고 통제하느냐다. 1년간의 실증 결과가 출력제어 감소와 계통 안전성을 함께 확인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와 전력망 건설 속도의 격차를 줄일 현실적인 운영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