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수소부터 배터리까지…'19개 TP'로 보는 에너지 지도
[에너지신문] 수소와 이차전지, 전력반도체, 분산에너지 등 에너지 신산업이 지역 산업과 결합하면서 전국 테크노파크(TP)의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직접 기술을 현장에서 검증하는 실증부터 제품의 시험·평가와 인증, 공동 연구장비 활용, 기업의 탄소중립 전환까지 지역 산업 여건에 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에 따르면 전국에는 19개 TP가 운영되고 있다. 각 TP의 에너지 관련 사업을 살펴보면 모든 지역이 동일한 산업이나 사업방식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다.
기존 산업과 기업 수요에 따라 수소 실증에 집중하는 곳이 있는 반면 배터리 안전성 평가, 전력반도체 공정지원, 분산에너지 산업육성 등에 역할을 집중하는 곳도 있다.

▲ 전국에는 19개 TP가 운영되고 있다. 모든 TP는 각 지역의 특성과 기업 수요에 따른 너지사업 실증에 나서고 있다.
수소·액화수소·암모니아…지역에서 기술 검증
현장 실증 기능이 비교적 뚜렷한 곳 가운데 하나는 울산TP다.
울산TP 에너지기술지원단은 수소와 재생에너지, 원전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인프라 구축과 기술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수소모빌리티용·건물용·발전용 연료전지 실증을 비롯해 수전해 시스템 개발, 수소충전소 및 수소사용시설 안전관리 기술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실증화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현재 센터에는 연료전지와 에너지시스템, 수소 관련 기술 등을 다루는 기업과 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울산의 자동차·조선·화학 등 기존 제조업 기반과 수소 기술을 연결하는 지원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강원은 액화수소에 초점을 맞춘다. 강원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에서는 액화수소 생산과 저장제품, 충전소 및 수소모빌리티 상용화를 위한 실증특례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규제자유특구 공식 자료에는 전주기 액화수소산업 기반 구축과 함께 액화수소 충전, 선박, 산불감시 드론 등의 실증이 명시돼 있다. 생산에서 저장·이송·활용까지 액화수소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을 검증하는 구조다.
충남에서는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발전 기술을 현장에서 검증하고 있다.
충남TP는 지난 6월 보령 한국중부발전 신보령발전본부 실증사이트에서 ‘충남 그린암모니아 활용 수소발전 규제자유특구’ 실증에 착수했다. 이어 ‘2026 규제자유특구 혁신주간’에서는 암모니아 직접공급 고체산화물연료전지 관련 실증성과를 공개했다.
경남에서는 사용한 수소저장용기와 연료전지를 다시 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경남TP는 기업과 시험·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수소저장용기 및 연료전지를 재사용한 발전시스템 개발’ 과제의 참여기관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제는 재사용 가능한 부품 분류와 평가기준 마련, 재사용 연료전지를 적용한 발전시스템 기술개발 등을 목표로 한다.
다만 이를 이미 상용 규모의 발전설비가 구축돼 실증을 완료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현재 단계에서는 수소차 등에 사용된 부품의 재사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개발·검증 과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배터리·전력반도체는 시험·평가가 산업화 뒷받침
직접적인 현장실증과 달리 기업이 개발한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을 시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TP도 있다.
부산TP는 전력반도체 분야가 대표적이다. 부산 기장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국내 8인치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일괄 공정 체계를 구축해 관련 기업의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광주TP에서는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팩 시스템 시험평가센터’ 사업과 연계한 기업지원이 올해 진행되고 있다.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과 사업화를 지원하며 배터리 모듈·팩의 시험평가 기반을 확대하는 사업이다.
충북은 배터리 안전성 평가기반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MV 및 응용제품 배터리 안전성 평가기반 구축사업’에는 충북TP가 참여하고 있으며, 배터리 안전·신뢰성 평가를 위한 시설과 장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기간은 2026년까지다.
경북TP는 포항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에는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와 평가, 이차전지 관련 기업지원을 위한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 이후 발생하는 사용후 배터리를 다시 활용하거나 재활용하는 산업의 기반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제주에서도 사용후 배터리를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TP는 올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실증 지원사업’ 가운데 KC인증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제품에 적용된 사용후 배터리와 이를 활용해 개발한 제품에 대해 KC 인증 컨설팅과 인증 획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명에는 ‘실증’이 포함돼 있지만, 현재 공고된 세부 지원내용은 KC 인증지원인 만큼 현장실증 사업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포항TP에는 수소연료전지인증센터가 있다. 센터는 보유한 공용장비를 활용해 수소연료전지 관련 시험·인증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개발한 연료전지 제품의 성능을 확인하고 인증과 사업화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다.
이처럼 부산·광주·충북·경북·제주·포항에서는 직접 대규모 에너지설비를 운영하는 방식보다는 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시험하고 평가하거나 인증·사업화로 연결하는 기반 구축이 두드러진다.

▲ 19개 테크노파크 에너지사업 현황.
분산에너지·탄소중립…지역에 따라 역할도 다르다
나머지 TP들은 대규모 에너지 실증보다 기업지원과 산업전환, 분산에너지, 탄소중립 등에 역할을 두고 있다.
서울TP는 올해 신산업과 탄소중립, 디지털전환, 공급망 안정 분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에 직접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사업재편 승인제도 참여를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구TP는 에너지센터를 두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2027년 재생에너지보급 융·복합지원사업 공모를 준비하기 위한 대구지역 컨소시엄 참여기업을 모집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과 지역기업을 연결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분산에너지가 새로운 축이다. 인천시는 지난 1월 인천TP에 분산에너지지원센터를 열었다. 인천TP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조성과 관련 사업의 기획·운영·실행을 위한 기술적·실무적 지원을 맡는다. 센터는 정책 발굴과 자원 분석, 신산업·기업지원 등을 담당한다.
대전TP는 ‘충청권 분산에너지 대응 에너지기술공유대학 사업’을 통해 ESS와 연료전지, 전력계통 분야의 산학공동 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이 함께 연구개발과 시제품 제작, 성능검증 등을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세종TP의 경우 에너지산업 자체보다는 모빌리티 실증인프라와 에너지가 결합된 형태가 확인된다. 공개된 자율주행 실증지원시설에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급속충전 등 관련 지원시설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이를 별도의 에너지산업 실증사업으로 분류하기보다는 미래 모빌리티 지원 인프라의 일부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경기TP는 기관 추진과제에 ‘에너지혁신 등 탄소중립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규모 에너지 현장실증보다는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미래산업 육성, 탄소중립 지원 등을 지역산업 육성과 연결하는 형태다.
전북TP는 새만금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의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연구장비 활용과 애로기술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사업에서도 전북TP가 보유한 장비 활용과 기술·경영·마케팅 등의 컨설팅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전남TP는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스마트그린 AX실증산단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공고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에너지효율 향상과 공정 안정화 등이 지원 분야로 포함됐다.
기존 석유화학 산업에 AI 기술을 적용해 공정과 에너지 사용을 개선하는 산업전환형 사업이다. 경기대진TP는 양주시 탄소중립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과 온실가스 현황 조사, 교육과 시민 참여 확대 등을 담당한다. 에너지 기술을 직접 실증하는 사업보다는 지역 탄소중립 정책을 지원하는 기능에 가깝다.
같은 에너지산업, 지역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키운다
전국 19개 TP의 에너지 관련 사업을 살펴보면 지역마다 역할은 분명하게 갈린다. 울산은 수소와 연료전지, 강원은 액화수소, 충남은 그린암모니아 수소발전처럼 실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검증하는 사업이 중심에 있다.
부산과 광주, 충북, 경북, 제주, 포항에서는 전력반도체와 배터리, 연료전지 분야의 시험·평가·인증과 관련 기반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구·인천·대전·세종·경기·전북·전남·경기대진 등에서는 기업의 사업전환과 재생에너지 보급, 분산에너지, 산학협력, 탄소중립 등의 방식으로 에너지산업과 지역기업을 연결하고 있다.
결국 19개 TP의 에너지산업 육성은 하나의 모델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역의 기존 산업과 기업 수요, 보유한 시험·연구 인프라에 따라 직접 기술을 실증하는 곳과 시험·인증을 지원하는 곳, 기업의 산업전환을 돕는 곳으로 역할이 나뉘고 있다.
수소와 배터리, 전력반도체 같은 에너지 신산업이 실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현장검증과 시험·평가, 인증, 사업화가 함께 필요하다. 전국 TP가 각 지역에서 맡고 있는 역할도 바로 이 과정에 맞춰 세분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