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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압기 증산 현장 누비는 ‘로봇개’, 설비 고장까지 미리 잡는다
[에너지신문] 초고압변압기 생산라인에 ‘로봇개’가 등장했다. 작업자가 수시로 확인하던 설비의 발열과 소음, 진동을 4족 보행로봇이 살피고 이상 징후까지 찾아내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를 타고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생산능력 확대만큼 중요해진 설비 안정성과 품질 관리에 로봇·인공지능(AI)을 본격 투입한 것이다.
LS일렉트릭은 부산사업장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로봇 ‘스팟(Spot)’ 2대를 배치해 생산설비 모니터링과 품질·안전 관리에 활용한다고 22일 밝혔다. 로봇 시스템통합 전문기업 현대오토에버와 지난 7월부터 약 2개월간 시험 운용을 거쳐 정식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도입은 단순한 순찰 자동화를 넘어 초고압변압기 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설비 고장과 생산 차질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부산사업장은 LS일렉트릭의 초고압변압기 주력 생산기지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가 세계적으로 늘면서 생산 물량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핵심 설비의 돌발 정지나 시험 일정 지연이 납기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 LS일렉트릭 부산 사업장 내부에서 구자균 회장이 4족 보행로봇 SPOT 운영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스팟이 가장 먼저 투입된 곳은 초고압변압기의 핵심 공정인 진공건조로(VPD)다. VPD는 변압기 내부의 수분을 제거해 절연 성능을 확보하는 설비로, 공정 상태가 완제품의 품질과 직결된다.
스팟은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VPD 챔버 도어의 밀폐 상태와 열 누설 여부를 비접촉 방식으로 점검한다. 진공펌프와 모터, 제어반에서 발생하는 열과 소음, 진동 데이터도 함께 수집한다. 사람이 육안이나 경험에 의존해 이상 여부를 판단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작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포착하는 예지보전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생산 현장의 온도와 습도 관리에도 활용된다. 스팟은 정해진 경로를 자율 순찰하며 인공지능 기반 비전검사(AIVI)로 항온·항습 설비의 작동 상태를 확인한다. 별도로 개발한 측정 시스템을 통해 온·습도 데이터도 자동 수집한다. 고정형 센서만으로는 측정하기 어려웠던 설비 사이와 공정 구석의 사각지대까지 이동하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LS일렉트릭은 이렇게 축적한 환경정보를 제품 품질 데이터와 연계해 분석할 계획이다. 특정 온도·습도 조건과 불량 발생 가능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내면 공정 조건을 보다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 로봇이 단순히 현장을 촬영하는 수준을 넘어 품질 편차를 줄이는 데이터 수집 장치로 기능하는 셈이다.
초고압변압기 시험설비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스팟은 설비 외관과 이상 소음, 비정상적인 발열을 감시한다. 시험설비는 고장이 발생하면 수리 기간이 길고 출하 전 시험 일정과 납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 감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모터와 냉각기, 펌프, 칠러, 발전기 등 공장 가동을 뒷받침하는 유틸리티 설비도 순찰 범위에 포함된다. 스팟이 주기적으로 온도·진동·소음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 분석 시스템과 연계하면, 기준치를 벗어난 변화나 고장 전조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안전관리 측면에서는 작업자의 접근이 제한되거나 위험도가 높은 설비 주변을 대신 점검한다. 반복적인 현장 순찰을 자동화해 작업자의 업무 부담을 덜고, 위험구역 노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장 적용 효과를 높이려면 로봇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 실제 고장과 연결되는 신호를 가려내는 분석모델의 정확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은 부산사업장에서 축적한 운용 데이터를 토대로 AI 분석모델을 구축한 뒤 국내외 주요 생산기지로 적용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사업장에 보행로봇 기반 스마트 순찰체계를 구축하고 생산·품질·안전 데이터를 하나의 디지털 제조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AI와 로봇 기술을 제조 현장에 접목해 품질과 가격, 납기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며 “부산사업장을 시작으로 전 사업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