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5개 발전공기업 통합 우려 목소리 나와
한국자원경제학회와 민간발전협회가 22일 섬유센터빌딩 텍스파 캠퍼스에서 ‘전력산업 구조변화와 합리적 전력시장 개편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민간발전협회 제공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한국자원경제학회와 민간발전협회가 22일 섬유센터빌딩 텍스파 캠퍼스에서 공동 개최한 ‘전력산업 구조변화와 합리적 전력시장 개편 방향’ 세미나에서 5개 발전공기업 통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가 ‘일본의 도소매 전력시장 개방’, 주성관 고려대 교수가 ‘국내 전력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데 이어 손양훈 전 인천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학계·산업계·법조계 종합 토론이 진행됐다.
주 교수는 재생에너지 등 비중앙 전원의 확대로 인한 출력제한 발생 등 국내 전력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짚은 뒤 “과거의 전력시장이 전기를 얼마나 싸게 많이 생산하는가가 핵심이었다면 미래 전력시장은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빠르고 확실하게 반응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교수는 전기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유연성을 거래하는 산업으로 전기(에너지)의 시간과 공간 가치를 반영하고, 유연성을 거래하는 통합 플랫폼을 미래 전력시장 비전으로 제시했다. 미래 전력시장을 에너지 시장(하루 전, 실시간, 장기 계약, 선도·파생상품), 보조서비스 시장(주파수 조정, 운영 예비력, 전압 지원 등), 유연성 시장(ESS, 수요반응, VPP 등), 지역 유연성 시장(배전망 혼잡관리, 지역 전압관리, 마이크로그리드 등) 등 4개로 구분하고, 디지털·AI 기반 통합 운영 플랫폼과 발전사업자, ESS·VPP 사업자, 데이터센터, RE100 기업, 소비자(가정·상업·산업)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존재하는 시장으로 설명했다.
종합 토론에서는 공통적으로 발전사 통합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먼저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발전사 통합은 경제성을 뒷전으로 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발전공기업을 도구화하는 것이고, 재생에너지·계통 유연성 투자비가 발전원가 상승으로 이어져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없어 한전의 전력 구입비 상승과 한전의 채권 발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통합 여부보다 먼저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시스템 비용 평가와 비용 규율 장치를 설계해야 하고, 구조 개편은 인력 재배치가 아니라 관리층·중복 기능 조정까지 포함한 노동생산성 개혁이어야 한다. 초대형 단일 발전공기업보다 복수 사업자 경쟁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우영 서울과기대 교수는 “최근 수행된 국회미래연구원의 전문가 전력 부문 정책 우선순위 조사(2025년)에서 전력시장 구조개선이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었는 데, 재생에너지 변동성·간헐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가격신호와 경쟁 강화를 통한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 발전공기업 통합은 전체 발전량의 30~40%를 감당하는 거대 플레이어의 탄생을 의미하는데, 세분화한 시장체계, 가격신호, 경쟁 강화 방향으로 가겠다는 우리의 기존 계획과 부딪히지 않는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전 인프라 확보의 수요 측, 공급 측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AI 및 국가 핵심 산업에 대한 PPA 허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신 C2S 대표는 “세계는 AI와 폭염, 전기화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고, 이란 전쟁으로 석탄발전 전력 생산량이 상승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기존 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라며 “현재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재생에너지 중심 발전공기업 통폐합은 의도와 다르게 전환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며 여론에 의해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현보 숭실대학교 교수는 “정부는 비효율 및 중복업무 해소, 규모의 경제 확보, 재생에너지 전환의 일관된 추진 등을 발전사 통합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 확보 논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전력산업 초기 독점화 시대의 논리에 가깝다"라며 "규모의 경제 논리에 기반한 독점화가 초기에는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거대 조직의 재무적·회계적 리스크가 누적되면 결국 시장과 소비자, 국가 재정이 그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 교수는 “또 재생에너지·분산전원·수요반응·ESS 등의 자원이 계통 운영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오늘날의 전력산업 환경에서 발전 부문의 규모의 경제가 여전히 유효한 명제인지도 의문"이라며 “사실 국내 전력시장의 근본적 문제는 화력발전 자회사(발전공기업)가 5개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변동성 재생자원의 증가 속에서 실시간 계통 운영 상황과 유연성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비용 기반 시장(CBP)이 장기간 고착한 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시장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조직만 통합하면 본질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은 채 시장의 경쟁적 요소만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발전사 통합이 불가피하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규제장치와 시장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해상풍력 등 발전 투자에 대한 과도한 비용 소요가 1970년대 말 전력 부문의 재무위기 전례로 귀결되지 않도록 민간투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발전공기업 통합 시에는 정책목표에 따른 입찰·투자·정비 결정의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판매·발전·시장 운영이 동일 정책 주체 아래 놓이면 도매가격이 정책 변수가 되고, 손익은 원가 회수 장치의 적용 여부에 따라 비대칭적으로 귀착된다. 또 통합은 공동조달·포트폴리오 운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으나 회사 간 원가·성과 비교와 자율적 투자의 기회를 줄일 수 있다”라며 “통합사업자가 특정 권역·시간대·보조서비스에서 국지적 시장지배력을 보유할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