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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데이터로 보는 한·일 LPG 안전관리체계한국은 공공기관 집중, 일본은 지정·등록기관 활용
LPG산업환경에 맞는 검사체계로 전환 필요
황병조 초빙교수
법률은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다른 법률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중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이하, 액화석유가스법)은 60년 이상의 사건/사고의 영향으로 양벌 규정 등의 2~3중 규제가 구조화되어 있어 LPG사업자들은 늘 잠재적 범법자가 될 수 있는 사업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필자는 한국의「액화석유가스법」과 일본의 「액화석유가스의 보안 확보 및 거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액석법)」 전문을 나란히 놓고, 텍스트 마이닝·네트워크 분석(SNA)·위상구조분석(TDA)이라는 다소 낯설게 들릴 통계적 방법을 동원해 두 법의 뼈대를 비교해 보았다. 조문 하나하나를 손으로 짚어가며 대조하는 정성적 비교가 아니라, 법 조문에 어떤 단어가 몰려 있는지, 조문끼리 서로 얼마나 자주 인용하는지, 그리고 법 전체가 어떤 구조로 짜여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비교해 봤다. 한국법 84개 실질조문, 일본법 146개 실질조문을 같은 잣대로 들여다본 결과는 예상보다 뚜렷했다. 두 나라 모두 ‘액화석유가스로 인한 재해를 막고 거래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같은 목적을 법 제1조에 내걸고 있지만, 그 목적을 실현하는 제도적 골격은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또한 두 법 모두 제정된 지 반세기 안팎이 지났고 그 사이 수십 차례 개정을 거쳐 왔는데, 그럼에도 애초에 세워진 설계 원리의 방향성만큼은 지금까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검사·시험 업무를 누가 맡는가였다. 한국법에서 조문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대목은 벌금·과징금·행정처분에 관한 규정이었다. 위반 시 제재의 종류와 수위를 촘촘히 규정하는 데 법 조문의 상당 부분이 할애되어 있는 셈이다. 반면 검사 업무 자체는 한국가스안전공사라는 단일 공공기관에 사실상 집중되어 있어, 그 업무를 여러 갈래로 세분화해 규율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와 달리 일본법은 정반대의 무게중심을 갖고 있었다. 전체 실질조문의 3분의 1에 가까운 분량이 지정시험기관, 검사기관의 등록, 국내등록검사기관, 외국등록검사기관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제도를 규정하는 데 쓰이고 있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민간기관, 심지어 외국 소재 기관까지도 지정이나 등록을 거쳐 검사·시험 업무의 일부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그 지정·등록·갱신·감독의 절차 하나하나를 법률 층위에서 세세하게 설계해 둔 것이다.
[그림1] 한·일 법, 같은 주제, 어느 나라가 더 무게를 싣는가
이 차이는 단순히 ‘일본이 더 복잡하다’는 인상 비평에 그치지 않는다. 조문끼리 서로 인용하는 관계를 네트워크로 그려 보면, 일본법은 조문 간 연결 밀도가 한국법의 약 두 배에 이르렀고, 소수의 큰 규제 블록을 중심으로 응집된 위계적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반면 한국법은 조문 각각이 비교적 독립적으로 완결되는, 서로 잘 얽히지 않는 평면적 구조에 가까웠다. 법 조문의 어휘 지형을 워드클라우드로 그려 봐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 한국법에서 높은 빈도로 등장하는 단어에는 허가·등록·안전·위반처럼 인허가 행정과 사후 제재의 언어가 두드러지는 반면, 일본법에서는 등록·검사·지정·시험·기관·적합처럼 제도설계와 자격 인증의 언어가 두드러졌다.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두 나라가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대해, 전혀 다른 설계도를 채택했다는 뜻이다.
좀 더 들어가 두 법의 조문을 인공지능 언어모델로 주제별로 자동 분류해 보면, 이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한국법에서 가장 큰 하나의 묶음은 벌칙·과징금·이행 관련 조문 11개였고, 그 다음이 허가·신고·변경·공급에 관한 조문군이었다. 반면 일본법에서 가장 큰 하나의 묶음은 무려 47개 조문,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시험·사무·기관·검사·지정·업무에 관한 조문군이었다. 하나의 주제가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데 입법적 노력을 쏟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림2] 한·일 법에서 가장 큰 하나의 주제가 차지하는 조문 비중
물론 이런 차이에는 저마다의 합리적인 배경이 있다. 한국은 한국가스안전공사라는 전문성 있는 단일 공공기관이 전국 단위로 검사 품질을 균질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지역이나 기관에 따라 들쭉날쭉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일본식 다원적 지정기관 체계는 검사 수요가 늘어날 때 민간의 여력을 신속히 동원할 수 있고, 지역별·업종별로 특화된 전문 검사기관이 성장할 토양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모델에는 함께 짊어져야 할 숙제도 있다. 지정기관이 여럿으로 늘어날수록 기관 간 검사 품질 편차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지정·등록·갱신이라는 행정 절차 자체가 새로운 규제 비용을 낳지는 않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따로 있다. 어느 조문이 다른 조문으로부터 많이 인용되는 연결 조문일수록, 오히려 법 전체의 평균적인 어휘 흐름에서는 벗어난 이례적인 조문으로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패턴은 한국법과 일본법 두 나라 모두에서 같은 방향으로 나타났다. 검사·등록의 절차를 촘촘히 규율하는 조문일수록 다른 조문에서 자주 되불러지지만, 정작 그 조문 자체의 어휘는 법 전체의 ‘보통 문체’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겉모습은 크게 다른 두 법이지만, 조문들을 엮어내는 밑바탕에는 어떤 공통된 문법이 흐르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제도의 겉옷은 다르게 입었어도, 법을 짜는 논리적 골격 자체는 두 나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이 결과가 국내 LPG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소형저장탱크와 배관망을 통한 공급, 수소·신재생 융복합 충전소처럼 공급 형태가 빠르게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검사·점검 수요의 성격도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인구 감소에도 소형 저장탱크·벌크로리 안전점검 수요가 늘어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대도시에서는 융복합 시설처럼 복합적인 안전성 평가가 필요한 시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 인프라를 한국가스안전공사라는 단일 축에만 계속 의존하는 것이 최선인지, 이번 기회에 한 번쯤 냉정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듬어 온 지정시험기관·등록검사기관 제도를 그대로 옮겨 심을 수는 없겠지만, 민간 전문기관을 안전관리 체계 안으로 제도적으로 끌어들이는 구체적인 설계 사례로서는 참고할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지역 소규모 사업자가 많은 국내 LPG 유통 구조를 감안하면, 검사·점검 업무의 일부를 단계적으로 개방하되 품질 편차를 막을 인증·감독 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그리고 액화석유가스법 제46조 등의 개정과 같은 지원을 위한 체계 정비도 요구된다.
최근 LPG업계는 도시가스 보급 확대와 인구 감소로 인한 수요 기반 축소, 전기·수소 등 대체 에너지원과의 경쟁 심화, 그리고 소형저장탱크·배관망 공급 확대나 융복합 충전소 도입처럼 공급 형태 자체의 다변화라는 여러 흐름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안전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민간 사업자 제도가 이미 일부 도입되어 있는 것도, 단일기관이 모든 안전관리 수요를 감당하기가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안전관리 체계 역시 지금의 틀에 안주하기보다,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맞춰 유연하게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과거 경제성과 효율성을 위해 민영화를 추진했던 이유다. 검사 인프라를 논의할 때 흔히 “인력이 부족하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진단에서 멈추기 쉬운데, 이번 비교가 보여주듯 문제의 근본에는 그보다 앞서 “누가 그 업무를 맡을 자격을 갖출 수 있는가”라는 제도 설계의 질문이 놓여 있다. 기술-사람-제도의 조화가 요구된다.
법 조문을 데이터로 놓고 들여다보는 작업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법은 업계 종사자들의 일상적인 사업 활동을 규율하는 실무의 언어이기도 하다. 조문이 어디에 몰려 있고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일은, 우리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받아들여 온 제도의 무게중심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를 새삼 되짚어보게 한다.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검사 인프라의 다변화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이번과 같은 비교 분석이 그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작은 참고 자료 하나쯤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LPG 안전관리체계에 대한 이번 비교가 국내 제도 개선 논의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