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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K전력기기, "제2 조선·방산" 기대감 고조
효성중공업, 네덜란드 R&D 센터 / 효성 제공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며 '제2의 조선', '제2의 방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주요 3사의 수주잔고가 22조원을 돌파하며 업계의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 대란
이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30년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현재 일본의 전체 전력 소비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미국의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다. 실리콘밸리조차 낡은 전선망으로 강풍에 정전이 빈발하는 실정이다. IEA는 전력망 부족으로 2030년까지 건설 예정인 데이터센터의 20%가 정상 가동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전력 회사들이 전례 없는 규모의 신규 사업 요청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 매출 비중 급증, 수익성도 개선
실적으로 증명되는 성장세다. LS일렉트릭의 북미 매출 비중은 2023년 1분기 13%에서 올해 1분기 24%로 급증했다. 배전반과 초고압 변압기 신규 수주의 북미 비율은 50%를 초과한다. HD현대일렉트릭의 1분기 북미 시장 매출은 3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7% 증가했다.
3분기 실적은 더욱 눈부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매출 9954억원, 영업이익 247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2%, 50.9% 성장했다. 영업이익률 24.8%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LS일렉트릭도 매출 1조2163억원, 영업이익 100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1%, 51.7% 증가했다.
효성중공업의 경우 시장 컨센서스 기준 3분기 매출 1조4000억원, 영업이익 1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 41% 성장이 전망된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미국 전력회사로부터 2641억원 규모의 초고압 차단기를 수주했는데, 이는 단일 수주액 기준 최고액이다.
현지 공장 증설로 장기전 대비
K전력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강화에 대응해 현지 생산시설 확충에 나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1850억원을 투자해 앨라배마 공장을 증설 중이며, 효성중공업은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 증설로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텍사스주 '배스트럽 캠퍼스'를 준공해 빅테크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를 생산한다.
국내에서도 생산능력 확대가 한창이다. LS일렉트릭은 1008억원을 투자해 부산 사업장 제2생산동을 증축 중이며, 효성중공업은 창원공장에 3300억원을 투자해 2027년 7월 완공 예정인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용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기술력과 신뢰도가 경쟁력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초고압 기술력이다. 전력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송전하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데, 국내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핵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765kV 초고압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미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제품은 전 세계 10여 개 회사만 생산 가능한 고난이도 전력기기다. HD현대일렉트릭도 최근 765kV급 대규모 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으로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여기에 국가 안보 차원의 신뢰도도 한몫한다. 전력 산업은 조선·방산처럼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우방국인 한국 기업을 선호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납기를 확실히 지키는 점도 해외에서 선호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호황 전망, HVDC가 차세대 성장동력
전력기기 시장의 구조적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향후 10년간 송전 인프라 투자를 3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고, EU는 1조 유로 규모의 재생에너지 연결망 교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30년까지 최대 16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HVDC 기술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독자개발한 전압형 HVDC 기술을 보유했으며,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히타치에너지와 HVDC 기술 협력을 체결했다. 정부의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 본격화와 맞물려 내수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AI용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제조업 전기화로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송배전 전력망 구축 수요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와 GIS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으며, HVDC 시장 진입으로 구조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력기기 업계는 조선·방산에 이어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