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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트] 히트펌프 열에너지, 탈탄소화의 지평을 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사진 히트펌프).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은 열에너지 부문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이다.
열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정부, 4대 추진 전략 통한 전방위적 전환 가속화하기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를 위해 크게 네 가지 전략적 방향을 설정했다.
첫째, 부문별/단계별 보급 확대 지원이다. 도시가스가 미보급된 지역의 단독주택, 마을회관, 복지시설, 농업용 시설 등에 히트펌프 설치를 우선 지원하여 에너지 소외 지역의 친환경 난방 전환을 도모한다. 또한, 목욕탕, 수영장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과 학교, 청사 등 공공시설에 태양광, ESS와 연계한 건물 자립형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하고, 장기분할상환요금제 도입 등 금융 지원을 검토하여 초기 설치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둘째, 보급 촉진 인센티브 강화다.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여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가정용 히트펌프 인증 기준을 정립하며, 주택용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 전기요금 체계를 도입하여 소비자의 운전 비용 부담을 줄이려 한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시 히트펌프를 통한 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산정하고,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제도(EERS)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설치를 유도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공동주택 건설 기준에 히트펌프 사용 권장을 명시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셋째, 화석연료 관련 제도 개선이다. 기존 화석연료 난방 시스템에 대한 보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고효율 히트펌프 보급 사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한다. 다중이용 건물이나 대규모 건물의 비전기식 냉방설비 설치 의무를 완화하고 전력 부하를 제어할 수 있는 전력수요관리형 히트펌프를 해당 범주에 포함하여 설치를 유도한다. 나아가 신축 건물의 난방 방식 선택권에 히트펌프를 포함하는 법령 개선을 추진하여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힐 방침이다.
넷째, 산업 생태계 기반 구축 및 강화다. 공동주택과 산업 공정에서 활용 가능한 대용량·초고온 히트펌프 기술 개발 및 실증을 지원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고효율 냉매 개발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가칭)히트펌프산업협회를 신설하여 산업 통계를 구축하고, R&D-제조-유지보수 분야별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동남아, 중동 등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을 지원하여 히트펌프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히트펌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개선하고 홍보를 강화하여 수용성을 높이려 한다.
탄소중립 시대, 열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이번 방안의 가장 큰 의미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열에너지 부문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히트펌프 보급을 통해 2035년까지 518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는 국가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히트펌프는 직접적인 탄소 배출이 없어 화석연료 난방을 대체하며 건물 부문의 탄소 감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친환경 기후테크 산업 육성과 중소기업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의미도 크다.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이 이미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는 고효율 히트펌프는 현실성 있는 탈탄소화 방안이자, 설계, 시공, 배관, 유지보수 등 설치 기반 산업에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잠재력이 크다. 나아가 동남아, 중동 등 건물 냉난방 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출형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 향상과 수입 에너지 의존도 감소에도 기여할 것이다. 히트펌프는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 대비 2.0~3.0배 높은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며, 전력 수요 관리 기능을 통해 전력 피크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해외 화석연료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성장세와 국내 기업의 도약 기회
관련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해외 히트펌프 시장은 탄소중립 정책 지원에 힘입어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1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럽과 북미는 각각 14.9%, 12.3%의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난방 수요의 약 55%를 히트펌프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전 세계적인 히트펌프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업계는 국내 역시 삼성, LG를 비롯한 20여 개 업체가 히트펌프를 제조 및 수입하고 있으며, 연간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히트펌프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기술 개발과 인센티브, 제도 개선이 효과적으로 추진된다면, 국내 히트펌프 산업은 양적 성장은 물론,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적인 제약 극복과 시장의 성공적 안착이 과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 초기 설치 비용 부담이다. 히트펌프는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에 비해 초기 설치 비용이 높아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큰 장벽이 된다. 장기분할상환요금제 도입과 같은 금융 지원 강화가 절실하며, 보조금 확대와 배출권 거래제 외부 사업 크레딧 부여 등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둘째, 국내 주거 문화에 적합한 기술 개발과 인증 기준 마련이다. 바닥 난방을 선호하는 국내 주거 문화 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고효율 히트펌프(공기-물) 인증 기준 마련은 필수적이다. 또한, 한랭지 운전 성능 강화 기술 개발 등 극한 환경에서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기술 혁신이 동반됐야 한다.
셋째, 전기 요금 체계 합리화다. 주택용 누진제 미적용 방안을 포함하여 히트펌프의 운영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전기 요금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히트펌프 보급 확대로 인한 전력 계통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 수요 관리형 히트펌프 보급과 같은 지능형 전력망 연계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넷째, 인식 개선과 전문 인력 양성이다. 히트펌프가 단순히 난방 기기가 아닌 '탈탄소·고효율 난방 시스템'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가 중요하다. 설치비, 운영비, 온실가스 저감 효과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함께, R&D-제조-유지보수에 이르는 전 과정의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기존 보일러 유지보수 인력의 히트펌프 관리 역량 전환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기후부의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은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할 수 있다. 제시된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민관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히트펌프는 미래 청정 열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