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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 기고] “에너지전환 시대, MVDC 기술이 여는 배전망 혁신” 

    송고일 : 2026-01-03

    [투데이에너지]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인 ‘제주한림해상풍력’ 전경./한국전력 제공

    MVDC, 공용 배전망 수용성·운영 유연성 개선 현실적 대안 차세대 AC/DC 하이브리드 배전망 기술 검증 착수 기술기준·제도 정비, 국제 표준화 등 실용화 기반 마련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전력 망은 단순한 전력 전송 인프라를 넘어 다양한 전원과 부하를 계통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연계·운영해야 하는 복합 전력 시스템으로 빠르게 변화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출력 변동성 증가, 전기차·데이터센터·AI 인프라 등 신규 부하의 증가는 기존 교류(AC) 중심 전력망, 특히 배전 망의 구조적 한계를 점차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전압 직류, 즉 특고압 직류배전(MVDC, Medium Voltage Direct Current) 은 차세대 배전망 전환을 위한 중요한 기술적 선택지로 논의되고 있다.

    MVDC, 배전망 구조 전환의 기술

    MVDC는 수 kV에서 수십 kV 수준의 전압 영역에서 직류를 활용해 전력을 배전·공급하는 전력망 기술이다. 그러나 MVDC를 단순히 전압 수준으로만 정의하는 것은 그 기술적 성격과 적용 범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MVDC의 핵심은 전압 레벨이 아니라 적용 대상이 되는 전력망의 영역과 역할에 있다.

    기존 직류 기술 가운데 HVDC(초고압 직류송전)는 발전원과 계통 간 또는 계통 간을 연결하는 장거리·대용량 송전을 주된 대상으로 하며, LVDC(저압 직류시스템)는 수용가 또는 마이크 로그리드 등 저압 영역에서의 국지적 적용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MVDC는 전력 회사가 운영하는 공용 배전망을 직접 대상으로 전력 흐름 제어와 계통 수용성 향상, AC/DC 혼합 운영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영역에 해당한다.

    즉, MVDC는 HVDC나 LVDC의 연장선이 아니라 배전망을 위한 독립적인 전력망 구조(domain)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MVDC의 가치는 개별 전력변 환기나 차단기와 같은 단일 기기 성능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배전망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방식 자체를 확장·고도화하는 데 있다. 직류 기반 배전 구조는 전력 변환 단계를 축소해 효율을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생에 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설비, 데이터센터 등 직류 기반 설비를 보다 직접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구조적 이점을 제공한다. 또한 전력 흐름 제어와 계통 분리가 용이해 동일한 설비 조건에서도 배전망의 수용성과 운영 유연성을 향상할 수 있다.

    MVDC 국제 동향과 국내 접근 특징

    유럽·북미·아시아를 중심으로 MVDC를 활용한 배전망 연계, 계통 간 연계(back-to-back), 재생에너지 수용, 다중 터미널 구성 등 다양한 목적의 실증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일 설비 적용을 넘어 AC/DC 혼합 배전망의 적용과 운영에 대한 논의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이는 MVDC가 기존 교류 배전망을 전면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전력망의 성능과 활용도를 보완·확장하는 기술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접근의 가장 큰 특징은 단일 산업이나 특정 부하를 위한 직류 적용이 아니라 다수의 수요와 전원이 혼재된 공용 배전 망을 AC/DC 하이브리드 구조로 전환·운영함으 로써 기존 배전망의 전반적인 성능, 즉 신뢰성· 유연성·효율·이용률 등의 향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개별 설비 중심 접근과 달리 배전망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구조적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제도적 난도가 높은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차세대 AC/DC 하이브리드 배전망 테스트베드 조감도./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전력망 관점에서 본 HVDC-MVDC-LVDC의 역할 구분./한국 전기연구원 제공

    차세대 AC/DC 하이브리드 배전망 기술개발

    이러한 문제의식과 정책적 요구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차세대 AC/DC 하이브리드 배전 네트워크 기술개발 사업’(약칭 ‘MVDC 사업’) 이다.

    이 사업은 기존 교류 배전망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MVDC 개념을 공용 배전망에 단계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선행 기술개발 사업이다.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AC/DC 하이브 리드 배전망 구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MVDC 기반 배전망의 실계통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단순한 기기 개발에 그치지 않고, 배전망 관점의 운영기술과 테스트베드 기반 기술 검증을 함께 추진한다.

    이 사업은 2022년부터 2029년까지 7년간 총 약 2665억 원 규모로 수행된다. 세부 과제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요소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MVDC용 전력변환기, 차단기, 보호기 기, 계측·진단 장치 등 핵심 하드웨어 기술을 확보한다. 둘째, 운영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AC/DC 하이브리드 배전망의 설계·해석·제어·보호·안 전운영 기술과 운영시스템을 개발해 배전망 단위의 운영 기술을 확보한다. 셋째, 기술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단계에서는 개발된 요소기술과 운영기술을 실제 배전망과 유사한 조건에서 통합 검증함으로써 실계통 적용을 위한 기술적 근거를 확보한다.

    이 가운데 2025년에 착수한 차세대 AC/DC 하이브리드 배전망 테스트베드 과제는 앞선 세부 과제에서 개발된 기술을 하나의 배전망 체계로 통합해 검증하는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단순한 성능 확인을 넘어 MVDC 세부 과제 전반을 총괄·연계하고 실제 적용과 상용화 가능성을 종합 적으로 판단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 에너지정책 연계성

    이번 사업은 분산에너지특별법을 통해 강조되고 있는 지역 단위 전력 자립과 분산자원 활용, 지능형 전력망 정책이 지향하는 계통 유연성 및실시간 운영 역량 강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배전망 수용성 문제 등 최근 에너지정책 방향과 구조적으로 맞닿아 있다.

    또한 신정부가 제시한 ‘에너지고속도로’ 구상 역시 대규모 송전망 확충이 아니라 지역망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간 연계를 고도화하는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MVDC 는 중앙 송전망을 대체하기보다는 지역 배전망의 성능과 수용성을 향상하는 하위 계층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실용화 여건 마련

    차세대 AC/DC 하이브리드 배전 네트워크 기술개발 사업은 기술개발과 검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적용과 확산을 염두에 둔 실용화 여건 마련을 중요한 추진축으로 함께 고려하고 있다. 제도 측면에서는 기존 교류 중심의 전기설비기술기준과 한국전기설비규정(KEC) 체계 내에서 직류 및 AC/DC 하이브리드 배전망 적용을 위한 기준 정비가 병행 추진되고 있다.

    국제 표준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IEC(국제전 기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MVDC 분야의 표준화 논의를 주도해 왔다. ‘IEC MVDC White Paper’ 발간을 통해 배전망 관점에서의 MVDC 적용 필요성과 기술적 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며, IEC 표준화 평가그룹 SEG(Standardization Evaluation Group) 17(MVDC Grid) 활동을 통해 MVDC를 배전망 차원의 독립적인 기술 영역으로 정립해 왔다.

    이러한 논의의 성과로 2025년 9월 IEC 총회에서 MVDC 배전 관련 Sub Committee 구성이 승인되었으며, 현재 우리나라가 중심이 되어 조직 구성과 사무국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단기적인 설비비 비교보다는 운영 효율 개선과 계통 유연성 향상 등 운용상의 효과가 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적용 분야를 중심으로 단계적 확산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테스 트베드를 통해 이러한 효과가 검증되는 적용 분야를 선별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업모형을 발굴· 확산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수요를 확대해 나가는 접근이다.

    아울러 MVDC가 공공 전력 인프라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초기 확산 단계에서는 제도적 지원과 실증·보급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배전망 전환을 향한 새로운 선택

    MVDC는 기존 교류 배전망을 전면적으로 대체 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변화하는 전원과 부하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배전망의 기능과 역할을 확장하는 새로운 전력망 전환 수단이다. 재생에 너지와 분산자원, 대규모 전력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는 환경에서 공용 배전망의 수용성과 운영 유연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술적 대안으로서 그 의미를 가진다.

    차세대 AC/DC 하이브리드 배전 네트워크 기술개발 사업은 이러한 MVDC 개념을 배전망 관점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기술 확보·검증 과정이다. 요소기술과 운영기술의 체계적 개발과 테스트베드를 통한 통합 검증을 통해 실계통 적용을 위한 기술적 근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기술기준과 제도 정비, 국제 표준화, 경제성 있는 적용 모델 발굴 등 실용화를 위한 기반을 병행해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계적 접근은 MVDC의 기술적 신뢰성과 제도적 수용성을 함께 확보하면서 점진 적이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력망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한다. 테스트베드를 통해 검증된 성과가 후속 실증과 보급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 MVDC는 우리나라 배전망이 더욱 유연하고 확장이 가능한 구조로 진화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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