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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비상하는 K-경제에 시급한 에너지정책 조정
전재은 공정사회실천연대 사무총장.
[투데이에너지]
1.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대한민국 경제는 AI 시대를 맞아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한 성장 국면의 초입에 들어서 있다. 반도체, 방산, 조선, 배터리, 원자력, 로봇 등 첨단 제조업 전반에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신규 산업 수요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K-푸드·K-뷰티·K-컬처 등 소프트파워 영역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산업과 문화 양면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구조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 경기 회복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이 고도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문제는 성장의 의지나 산업 경쟁력이 아니라 이 속도를 감당할 에너지 공급 구조가 과연 준비돼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지만 AI 시대의 산업은 과거와 전혀 다른 에너지 특성을 요구한다. 전력 사용량은 빠르게 늘어나고, 수소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수요도 크게 요구되고 있다.
특히 첨단 제조업은 ‘전기만 많으면 되는 산업’이 아니라 고도의 AI 활용, 고품질 초저탄소 대량의 전기 및 수소 생산, 공급 안정성, 국제 가격 경쟁력이 동시에 요구한다. 이는 과거 산업화 시기의 전력 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과제다.
또한 에너지정책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규모 전원과 인프라는 최소 10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며, 한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중간에 수정도 어렵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현 에너지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성장 속도를 전제로 설계돼 있으며, 급변하는 산업 구조와 수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괴리가 커질수록, 그 비용은 기업이 아닌 국민과 국가 전체가 감당하게 된다. 특히 담당 공무원과 정책 책임자가 2년이면 거의 모두 바뀌는 구조 속에서 장기 사업의 일관성과 실행력이 흔들리면 전력·수소 같은 에너지의 ‘적기 공급’에 실패할 위험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에너지 공급의 병목 현상이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입지 논의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이 정책 조정을 논의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점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정책 전환을 촉구하게 된 것이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내용은 새로운 기술을 상정하거나 이상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국내에 존재하는 자산과 기술, 그리고 정부가 준비 중인 사업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하자는 현실적 정책 조정 제안이다.
2. 우리가 처한 구조적 문제
(1) 전기요금 경쟁력의 급속한 약화
한국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이었다. 이는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가능하게 했던 보이지 않는 토대였다. 그러나 최근 전기요금이 급격히 인상(3년간 75%)되면서 이 강점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상승이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전원 믹스·계통 비용·탄소 비용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쟁국인 중국과 미국에 비해 훨씬 높은 전력 비용은 수출 단가에 직접 반영되고, 이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배터리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일수록 그 영향은 치명적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된 EU 국경탄소세는 개별 수출 품목마다 적용되며, 탄소배출 수준이 높은 우리에겐 구조적 무역 리스크가 된다. 이제 전력 믹스는 단순한 에너지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수출 조건이자 산업 정책의 핵심 변수로 작동한다.
더 큰 우려는 원전 다음으로 값싼 석탄발전소 40GW를 폐지하고 이보다 훨씬 비싼 재생에너지 100GW 및 LNG 발전으로 대체하는 방향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다중으로 누적시킨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변동성을 보완할 ESS, 전압·주파수 안정화 설비, 계통 보강 비용, 보조금(정산 비용), 유사시를 대비한 백업 발전 비용 등이 중첩된다. 제조업 강국의 전기요금은 ‘발전단가’가 아니라 총 시스템 비용으로 결정된다. 이처럼 시스템 비용이 누적될수록 한국에서 제조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2) 송전선 건설이라는 넘기 어려운 현실
전력 정책 논의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송전망이다. 신규 송전선 건설은 주민 반발과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평균 100km 건설에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사실상 거의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이는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의 한계에 가깝다. 과거 주요 송전선로 사례들을 보더라도 ‘계획→착공→준공’의 시간은 정책 의지로 단축되기 어렵다.
전원이 있어도 나를 수 없다면 그 전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반도체 국가클러스터를 둘러싼 전력 공급 문제는 이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 수급 구조 전반이 산업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전력은 남아도 송전이 막히면 수도권과 산업단지는 심각한 전력 부족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 해저케이블 등의 보완책도 ‘준공타이밍(2038년경)’과 ‘규모(2GW)’ 측면에서 병목을 전혀 해소하기 어렵다. 결국 송전선 문제는 더 이상 부차적 이슈가 아니라 전원 믹스 자체를 재설계하게 만드는 제약조건이다. 이 제약을 외면한 채 ‘발전만 늘리면 된다’는 방식으로는 AI 시대의 공급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3) 과소한 수요 전망과 LNG 편중 위험
전력설비 증가율.
AI 데이터센터, 방산·조선 산업 확대,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투자 확대 등은 이미 현실이 됐다. 그러나 위 표에서 보듯 과거 9년 실적 대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기간의 연평균 설비 증가율(양)이 낮다. 이를 통해 11차 전기본이 이러한 산업 성장 추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I 확산은 단순히 데이터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전반이 AI 기반 공정·로봇·자동화로 전환되면서 기존 공장도 전력 사용량이 구조적으로 증가한다.
수요를 과소평가할수록, 실제 현장에서는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손쉬운 선택 전원은 LNG 발전 확대다. 그러나 건설에 십수 년이 걸리는 원자력과 주민수용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SMR(소형 원전)을 제외해 버리면, 폐지되는 석탄발전 40GW와 신규 증설 40GW가 모두 LNG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존 LNG 발전 용량 40GW까지 더하면 전력 시스템의 LNG발전 의존도는 위험 수준을 크게 넘기게 된다.
이러한 LNG 편중은 두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키운다. 첫째, 에너지 안보 리스크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LNG 수입 경로가 흔들리면 전력·산업이 동반 마비될 수 있다. 둘째, 비용 리스크다. LNG 가격은 변동성이 크고, 환율과 지정학 변수에 민감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 구조에서 전력비용의 변동성은 곧 수출 단가의 변동성으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는 국가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4) 대규모 수소 공급 전략의 부재
수소 예상 필요량.
AI·첨단 제조업 시대의 에너지 논의에서 수소는 더 이상 먼 미래 옵션이 아니라 전기처럼 필수 성장동력원이다. 연료전지발전은 송전망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수단 중 하나이며, 수소환원제철과 수소모빌리티는 국경탄소세 대응의 필수 수단이다. 그럼에도 국내 수소 정책은 여기에 필요한 대규모 수소 공급 측면에서 명확한 실행 전략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수소가 필요한 산업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대규모 공급할 수 있는 기반도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수소는 저장·운송·안전·가격 구조까지 포함한 공급망 산업이다. 물량 확보, 운송, 가격, 저장 등 모든 게 막연한 현 정부의 수입 정책으로 수소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없다. 대규모 수소 공급이 어려우면 대규모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도 어렵고 수소모빌리티, 수소환원제철 같은 국가 성장동력 산업은 포기해야 한다.
(5) CCS에 대한 소극적 접근
탄소 규제가 강화될수록 CCS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특히 LNG 발전 비중이 확대될 경우 CCS 없는 LNG 발전만으로는 국제 배출기준과 국경탄소세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CCS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환경 사업으로 인식되며,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CCS는 단지 ‘환경 비용’이 아니라 수출 경쟁력의 인프라다. 탄소 규제가 무역장벽으로 작동하는 시대에 CCS를 회피할수록 비용은 더 커지고 선택지는 더 줄어든다.
3. 정책 제안 - 수소·전력·CCS를 하나의 인프라로 묶는 전환 전략
이제 필요한 것은 전원별 찬반 논쟁이 아니라 전기·수소·탄소를 하나로 묶는 ‘공급체계의 재설계다. 아래 각 제안은 개별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동시에 작동하는 패키지다.
(1) 석탄발전소 부지를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로 전환
2040년까지 폐지될 석탄발전소 부지는 항만, 용수, 송전망, 대규모 평탄부지(회사장 15∼25만 평)를 모두 갖춘 국가 최상급 에너지 인프라 자산이다. 이러한 부지를 단순 폐쇄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국가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향후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선택이다. 신규 부지 확보는 주민 수용성,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기반 시설 조성까지 고려하면 착공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서부발전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전경./한국서부발전 제공
따라서 석탄발전소 기존 부지를 수소 생산, 수소혼소 가스복합발전, CO₂ 포집·액화·집적 설비를 포함한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신규 부지 확보와 인허가 갈등, 소요 투자예산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는 대규모 에너지 설비를 적기에 구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폐지되는 석탄발전소 부지의 클러스터 전환은 단순 대체가 아니라 규모가 훨씬 큰 ’전력+수소+CCS’ 복합 공급기지로 바뀌고, 산업단지나 빅테크 등 등을 단지 내외에 대규모로 유치하게 되므로 지역경제·고용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다.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 전환 자체만으로도 첨단, 청정, 부유한 강소시티를 석탄발전소가 위치한 전국 곳곳에 수십 개를 만드는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
(2) 전력 공급 방식을 ‘송전 중심’에서 ‘입지 중심’으로 전환
이제는 더 이상 전력을 먼 거리로 나르는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대형 전력 수요를 에너지 생산지 인근, 즉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 단지 내외에 유치하고, 연료전지 발전소도 수요지 인접에 건설토록 해야 한다. 이러한 입지 방식은 대규모 송전선이 필요 없으며, 공급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송전선 문제를 기술이 아니라 입지 설계와 제도화로 해결하는 것이다. 핵심은 ‘전기만 나르자’가 아니라 산업 입지 정책과 에너지정책을 결합하는 것이다. 즉,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형 신규 수요를 송전 병목을 악화시키는 곳이 아니라 공급이 가능한 곳에 배치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가능하게 클러스터 내 대규모 수용 유치, 인근에 산업단지 조성, 전력·수소 인센티브, 신속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을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이제는 전력정책이 산업정책을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라 산업정책이 에너지 병목을 고려해 스스로 재배치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3) 클러스터의 수소생산 연료는 최대한 (준)폐기물을 사용
표를 보듯이 향후 연간 2000만 톤 이상의 대규모 블루수소가 필요하고, 이들 수소는 제공받은 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반드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최대한 국내 4개 정유사로부터 나오는 패트콕(잔사유), 하수슬러지, 산림 잔재물 등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한 (준)폐기물을 최대한 대규모 블루수소 생산 원료로 사용해 에너지 안보와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업싸이클링(폐기물 → 원료화)을 실현해야 한다.
폐기물 처리비용이 에너지 원료로 전환되는 업싸이클링을 통해 비용 구조 자체가 바뀌게 되며, 이 구조 전환이 클러스터의 경제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높일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 대규모 수소 생산 기반을 갖출 때 수소는 국가 전략 자원이 되지만, 이런 생산 기반 없이 수입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LNG발전 편중처럼 국가 에너지 안보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
블루수소 추정 가격.** 연 100만 톤 수소 플랜트(PSG 가스화 공정), CO₂ 90% 포집, CCS 보조금(태양광 REC 1.0) 반영 *** 향후 북한 내 저렴한 160억 톤 갈탄(한국 100년 사용량) 사용 시 경제성 추가 개선 전망
전기요금 추정 가격.** 1GW급 LNG복합발전소, 미반영(수소발전 보조금, 기존 인프라 사용 CAPEX, OPEX 절감분) 2025년 평균 수입 LNG가격 U$10.6/MMbtu, 평균 환율 1,421원/U$
(4) CCS의 조기 상업화를 위한 동해가스전 연계 전략 구사
CCS 기술은 이미 국제적으로는 상용화된 상태다. 2025년 7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여 개 이상의 CCS 프로젝트가 상업 운전 단계에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6000만 톤 이상의 CO₂가 실제 포집·수송·지중저장되고 있고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추가 프로젝트가 건설 중에 있다. CCS는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산업 정책의 핵심 인프라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국내 CCS의 경우 최대 난제는 초기 저장처, 초기 수요, 초기 가격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동해가스전 CCS 사업(2028년부터 연 120만 톤의 CO₂를 10년간 매입·저장하는 구조)을 첫 번째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와 연계하면 국내 CCS는 장기간의 실증 단계를 거치지 않고 비교적 쉽게 상업 생태계로 바로 전환될 수 있다. 이로써 CCS 상업화에 필요한 세 가지 핵심 조건인 저장처의 확정, 수요의 확정, 가격의 확정을 동시에 충족하게 된다. 이는 CCS를 환경 비용이 아닌, 수소·전력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하는 계기가 된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CCS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축적해 온 경험과 기술력을 국내로 흡수·확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앞으로 국경탄소세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CCS를 선제적으로 상업화한 국가는 산업 경쟁력에서 결정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동해가스전은 한국이 그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기회다.
(5) 클러스터를 역내 CCS 허브로 확대
클러스터는 단지 내 CO₂뿐 아니라 주변 산업단지 등 역내에서 발생하는 CO₂를 집적·저장하는 역내 CCS 허브로도 기능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CCS는 ‘개별 공장·개별 발전소의 단독 부담’이 아니라 집적·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한 CO₂를 집적하는 허브는 수출기업의 국경탄소세 대응에도 실질적 수단이 된다. 단지 안에서 ‘저탄소 전력·저탄소 수소’가 공급되고, 그 과정에서 CO₂가 체계적으로 처리되면 제품의 탄소 집약도를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더 나아가 해외 우량 저장권 확보까지 병행해야만 한다. 향후 탄소 저장권은 에너지 자원 못지않은 국가 전략 자산이 될 것이다. 저장권을 확보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산업 경쟁력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저장권’이라는 새로운 전략자원에 대한 국가적 접근이 필요하다.
CO2의 안전한 매장 가능 용량.** 지진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CO₂를 지중에 저장할 수 있는 지구 전체 총량(1,460GTCO₂)은 IEA가 산정한 “2050년 매장 가능 총량” 기준 향후 200년간 저장할 수 있는 양임.
4. 맺음말
대한민국은 이미 강력한 성장 엔진을 확보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엔진을 멈추지 않게 할 연료 공급 체계다. 에너지정책의 병목은 언젠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 방향을 조정하지 않으면 몇 년 뒤 훨씬 더 큰 비용과 갈등 속에서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될 것이다. 그때는 선택지가 더 적고, 비용은 더 크고, 차는 이미 떠나 버린 뒤일 수 있다.
이 글의 제안이 유일한 해법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에너지 공급의 구조적 병목과 정책 공백만큼은 지금 반드시 직시해야 한다. 특히 송전의 한계와 AI 시대 수요 폭증, LNG 편중 리스크, 수소 공급의 실행 전략 부재, CCS의 상업화 지연은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문제다. 이 연결을 끊는 해법 역시 하나로 묶여야 한다. 석탄발전소 부지의 전략적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 전환, 입지 중심 전력 공급, 국내 수소 생산 기반 마련, 그리고 동해가스전과의 연계를 통한 CCS 조기 상업화는 그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비상하는 K-경제가 에너지 부족이라는 가장 단순한 이유로 속도를 잃지 않도록, 지금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만 한다. 그러면 ‘수소·발전·CCS+송전 해결’ 융복합 패키지는 원자력, 방산에 이어 한국을 크게 먹여 살릴 ‘차세대 종합 매가플랜트 수출 상품’으로도 변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