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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속 기획-上] 당정, 정유사 사후 정산제 · 전속 거래제 개선 '공정성' 의문

    송고일 : 2026-04-02

    주유소 디스펜서에 주유건이 걸려있다./출처 KTV 국민방송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사후 정산제' 및 '전속 거래제'에 대한 개선 방향이 공정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당정이 해당 제도의 순기능은 간과한 채 부정적인 측면에만 몰입해 제도 개선에 대한 일방적 합의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사후 정산제'에 대해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결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4년 전인 2019년 사후 정산 관행에 대해 시정 명령을 부과했으나 2010년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정유사 측이 승소했다. 이어 2013년 대법원은 "사후 정산은 주유소에 불이익을 초래하거나 공정 거래를 저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에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결했다.

    미국과 EU 등 해외에서도 규제 개선을 통한 공정성 확보에 중점을 두며 '전속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정은 '사후 정산제'와 '전속 거래제' 개선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정유사·주유소 상생 방안을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를 개최하고 '사후 정산제'와 '전속 거래제' 등 업계 관행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당정과 정유업계 등이 상호 원만하게 소통되고 공감을 이룬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 간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검찰이 정유4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정유4사를 회원사로 둔 사단법인 대한석유협회도 포함됐다. 지난 13일에는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 가격제'를 전격 단행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필두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가격 폭리', '담합', '엄벌'과 같은 발언으로 정유4사를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로 인해 정유4사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정이 제시한 '사후 정산제'와 '전속 거래제' 개선 방안에 이의나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합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2013년 대법원 '불공정 거래 행위' 미해당 '최종 판결'

    미국 · EU '전속 거래' 허용... 규제 개선 통해 공정성 확보

    이날 을지로위원회 소속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유소 개업 때 정유사가 시설물을 지원하며 전속 계약이 이뤄진다. 최초 계약이 보통 5년이고 1년씩 갱신한다"며 "위원회는 최초 계약을 3년으로 줄이는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는 오류가 있다. '전속 거래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속 거래 계약'은 통상 1년 단위로 체결·갱신된다. 특히 주유소는 매년 계약 조건을 재검토해 거래 정유사를 교체하거나 계약 방식 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 주유소가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갱신할 수 있는 계약이며 이는 현재 시장 경쟁 구조 안에서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

    유조차가 주차해 있다./투데이에너지 DB

    우선 현재 주유소들이 '전속 거래'를 선택하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유사는 전속 계약을 체결한 주유소에 브랜드 사용권, 보너스 포인트·할인 카드 서비스, 시설 투자 지원, 고객 사은 행사, 광고 지원, 운영 노하우 공유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영세한 주유소 사업자에게 초기 자본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도 정유사 간 브랜드 경쟁은 가격 할인과 서비스 수준 향상이라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전속 거래제'는 현재와 같은 국가적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전속 관계를 통해 정유사는 주유소별 수요를 예측하고 안정적인 공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위태롭던 시기에 정유사는 계열 주유소를 통한 공급 안정성을 유지한 사례가 있다.

    '사후 정산제'는 정유사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제도라는 평가 역시 사실과 다르다. 주유소는 제품 구매 시점에 가격을 확정하는 '판매 시점 확정가'와 '사후 정산' 가운데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유소들이 주로 '사후 정산'을 선택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에는 중소 주유소들이 많아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대리점 현물가가 낮아질 경우 주유소는 정유사에 그에 상응하는 할인을 요구하는 협상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적용되는 임시가인 '입금가' 또한 공개된 외부 지표에 연동돼 산정된다. 그런 만큼 정유사가 이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입금가'보다 최종 정산가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후 할인제'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유업계는 '사후 정산제'와 '전속 거래제'에 대한 폐지 및 개선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제도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는 것 자체가 시장 전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 용어 설명

    사후 정산제 =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우선 공급하고 일정 기간 후 국제 기준 가격 등에 따라 정산하는 방식

    전속 계약제 =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정유사 석유제품만 의무적으로 공급·판매하는 계약 방식으로 시설 등을 지원받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다른 정유사 제품은 취급할 수 없는 구조

    석유제품 최고 가격제 = 정부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로 첫 시행은 2026년 3월 13일 0시부터 시작됐으며 2주 단위로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해 재산정한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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