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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원자력으로 국가 에너지 안보 공고히 해야
송고일 : 2026-04-13
최성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은 에너지 안보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최근의 중동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대응력을 재점검하라는 강력한 경고 신호이다.
이 엄중한 시기에 우리는 에너지 안보를 단순한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문제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에는 원자력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균형 잡힌 재평가가 있다.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산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결정 짓는 관건이 될 것이다.
원자력은 ‘에너지 비축의 시간적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다. 화석 연료는 상시 수송과 대규모 저장 인프라에 의존하며, 비축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석유는 수개월, LNG는 수주 수준에 머문다. 반면 원자력은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아 2~3년 치 핵연료를 용이 하게 비축할 수 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전략적 골든타임’을 확보해 주는 핵심적인 완충 수단이다.
원자력은 에너지 수입액의 극단적 변동성을 제어하는 ‘경제적 방파제’ 역할을 한다. 팬데믹 이전 약 1100억 달러 수준이던 에너지 수입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2022년 약 19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에너지 수입 비중이 전체 수입의 약 4분의 1 수준까지 확대되며 무역수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면 원자력은 연료비 비중이 약 10% 내외에 불과하고, 천연우라늄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에 그친다. 이로 인해 연료 가격 변동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발전 단가 역시 LNG 대비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원자력의 발전 단가는 kWh당 약 60원 수준에 머문 반면, LNG 발전 단가는 약 240원까지 급등하며 약 4배의 격차를 보였다. 원자력은 국제 유가가 폭등해도 전기요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방어막이 된다.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의 보완적 운용을 통한 ‘전력 시스템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재생에너지는 연료 수입이 필요 없는 에너 지원으로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간헐성으로 인해 단독으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원자력이다.
원자력은 높은 이용률과 안정적인 출력으로 전력 시스템의 기저를 형성하며,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해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축으로 작동한다.
원자력은 원전 수출을 통해 구축되는 기술 동맹을 기반으로 ‘전략적 지렛대’로 작동한다. 원전은 건설부터 운영, 해체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에 걸친 초장기 파트너십을 요구하는 기술집 약적 자산이다.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에너지 수입국의 지위를 넘어 에너지 안보 공급국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자 에너지 안보를 확장하는 새로운 경쟁 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중동 위기 상황에 서도 우리나라는 UAE로부터 약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수급 안정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원전 수출로 형성된 협력 관계가 실제 위기 대응으로 이어진 사례다.
에너지 안보는 곧 경제 주권의 문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원자력은 이러한 기반을 구성하는 핵심 축이며, 재생에너지와 함께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를 통해 그 역할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서 전원 구성의 균형을 재정립하고, 추가 신규 원전과 차세대 분산 전원으로 주목을 받는 SMR(소형모듈원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계통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함께 강화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에너지 수입국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 하고, 나아가 에너지 안보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렸다. 원자력은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전략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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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