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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준위, 주민 신뢰 쌓는 길 열어야
[투데이에너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지난 4월 24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가 부지적합성 조사계획을 의결하면서(이하 조사계획) 부지선정 절차가 본격화되었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이번 결정은 위원장 포함 9인 체제가 처음 함께한 회의에서 이루어졌고, 여야 추천위원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안건이 심의·의결된 상징성도 크다.
조사계획은 과학적 안전성, 민주적·투명한 의사결정, 부담과 지원의 합리적 조화를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전 국토를 대상으로 부적합지역을 먼저 배제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후보지를 도출하는 과정은 합리적이다.
또한 기본조사·심층조사·주민투표를 포함한 단계적 로드맵은 장기간(9~13년)에 걸친 현실적인 일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계획의 완성도가 높다.
그러나 계획의 원칙이 현장 현실과 주민 심리에 진정으로 뿌리내리려면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정보공개와 소통의 구체성이다. 단순히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적 전문용어와 불확실성을 지역 주민의 눈높이로 번역해 보여주는 맞춤형 정보, 쌍방향 의견수렴의 실질적 장치가 필요하다. 설명회와 현장 견학은 좋지만, 주민 제안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적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지원과 보상의 설계다. 계획은 특별 지원금, 반입수수료 등 지원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원의 규모와 집행 방식, 장기적 지역발전 전략과의 연계가 명확히 제시되어야 지자체의 공모 참여를 이끌 수있다. 참여 유인이 부족하면 공모에서 탈락 하거나 참여가 저조해졌을 때 재시도에 따른 행정비용과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셋째, 기술적 검증의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다. 심층조사에서 활용될 열-수리-역학-화학 통합모델 등 고도화된 평가기법은 외부 전문가와 국제기준에 따른 검증을 거쳐야 한다. 모델 입력값과 불확실성 범위를 공개해 평가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중한 검토 와, 주민과 지역사회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 하는 민주적 절차를 동시에 운영해 국민적 신뢰를 얻는 것이다. 절차의 정당성뿐 아니라 결과의 정당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세심한 설계와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