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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떠오르는 에어케어 시장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실내 공기질 관리가 거실 한구석의 공기청정기에 의존하던 ‘단품 가전’ 시대를 지나, 주거 환경 전체를 제어하는 ‘필수 인프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현대인에게 실내 공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인지 능력과 생산성에 직결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실제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고 환기량이 충분한 환경에서는 피실험자의 인지 기능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그 격차가 더욱 두드러졌다.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시스템 환기를 중심으로 한 에어 케어 시장은 최근 3년간 연평균(CAGR)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주거 인프라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닌 ‘공간 제어권 경쟁’으로 규정한다.
더 깨끗한 공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주거 공간 전체의 공기 흐름을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하고 통제하느냐가 비즈니스의 핵심 승부처로 이동했 다는 의미다.
나비엔 제습 환기청정기_통합 공기질 관리 과정 / 경동나비엔 제공
우호적인 정책과 환경
대한민국 환기 시장의 성장은 정책적 강제성과 환경적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2006년 공동주택 환기설비 의무화 이후 시장은 꾸준히 확대돼 왔으나, 오랫동안 저가 수주 중심의 설비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로에너지건축 (ZEB) 의무화 정책이 시장의 질적 도약을 이끄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ZEB 환경에서는 건물의 기밀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자연 환기만으로는 실내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배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외부 공기를 강제로 순환 시키는 고도화된 환기 시스템이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시행한 ‘실내공기질 관리 우수시설 지정 제도’는 시장의 범위를 다중이용시설로까지 대폭 확장시키고 있다. 이 제도는 실시간으로 공기질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시설에 행정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단순 설치를 넘어선 ‘지능형 관리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간 1조 원대에 육박하는 환기 장치 시장에 IoT 기반 스마트홈 플랫폼이 결합되면 서, 통합 공기질 시장이 향후 수조 원대 규모의 복합 산업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단일 제품 판매를 넘어, 주거 공간 전체의 에너지를 관리하고 공기질을 최적화하는 ‘복합 시스템’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본격화하는 주도권 경쟁
현재 통합 공기질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기업별 전략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가전 기업이 주도하는 ‘가전 중심 통합형’이다. 에어컨을 공조의 중심축으로 삼고 환기 기능을 부가 요소로 결합해 자사 스마트홈 생태계에 통합하는 전략으로, 강력한 브랜드와 유통망이 핵심 경쟁력 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는 힘펠(HIMPEL) 등 전통 환기 전문 기업이 중심이 된 ‘하드웨어 특화형’이다. 실별 독립 제어 기술과 고성능 부품 등 공학적 완성도를 기반으로 B2B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세 번째는 환기 시스템을 주거 공간 전체의 ‘호흡’으로 정의하고 독자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통합 공기 케어 플랫폼형’이다. 경동나비엔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환기청정기 출시 이후 단순 제조를 넘어 통합 에어 케어 솔루션 기업으 로의 전환을 추진해왔으며, 2026년 스마트홈 전문기업 코맥스 인수를 통해 플랫폼 경쟁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이러한 행보는 특히 ‘실시간 측정 및 관리’가 필수 요건인 정부의 우수시설 지정 기준과 맞물려, 전문 플랫폼을 갖춘 기업이 공공 및 상업용 시설 시장에서도 강력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비엔 제습 환기청정기 매직플러스 작동 / 경동나비엔 제공
핵심은 경제성이다
시스템 기반 공조의 경쟁력은 기술적 우위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성에서 판가름 난다. 대표적인 ‘듀얼 제습’ 기술은 냉매 기반 냉각 제습과 고분자 흡습 소재를 활용한 데시컨트 제습을 결합해, 실내 온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상대습도를 40~60%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전열교 환기를 활용할 경우 환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겨울철에는 최대 72%, 여름철에는 최대 36% 수준까지 에너지 손실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IoT 센서를 활용한 자율 제어 시스템을 적용하면, 일반 운전 대비 약 25% 수준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업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0평형 아파트 기준으로 고효율 스마트 환기 시스템 도입 시 약 3~6년 내 초기 투자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상업용 및 다중이용시설 시장의 경우, 정부의 우수시설로 지정될 시 연 1회 실시해야 하는 실내공기질 측정과 3년마다 받는 법정 교육 등이 면제되어 행정적 부담과 관리 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 요충지 주방
실내 공기질 관리의 핵심 변수로 주방이 부각 되고 있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과 초미세먼지는 실내 오염물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이를 즉각적으로 제어하지 못할 경우 전체 공기질 관리 효과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주방을 공간 제어권 경쟁의 핵심 전장으로 보고, 기기 간 연동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 역시 후드와 인덕션 연동 시스템을 잇따라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한 상황이다.
경동나비엔은 인덕션 작동 시 에어후드가 에어커튼을 형성하고, 환기청정기가 실내 압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매직플러스’ 솔루션을 통해 이를 통합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자사 시험 결과 주방 내 초미세먼지를 최대 97%까지 저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자사 실험실 기준), 업계 에서는 해당 기술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검증될 경우 향후 표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표준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 주거를 지배한다
미래 주거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 우위를 넘어, 사용자의 개입 없이도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자율형 주거 공간’ 구현에 달려 있다. 단품 가전 중심 구조에서 벗어 나, 주거 환경 전체를 아우르는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이유다.
현재 가전사와 전문 기업들이 각자의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최종 승자는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주거 공간의 ‘공조 표준’을 선점하는 기업이 될 것이 다. 특히 최근 정부가 도입한 ‘실내공기질 관리 우수시설 지정제도’처럼 실시간 측정과 자율 관리를 제도적으로 독려하는 흐름은, 고도화된 데이터 알고리즘을 장악한 기업이 시장의 절대적 지위를 확보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여기서 고도화된 데이터 알고리즘을 장악했다는 것은 단순히 기계를 잘 만드는 제조사를 넘어 주거 공간의 ‘운영체제(OS)’를 점유했음을 의미한다. 실내외 온도와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 주행급 AI 제어 능력, 기류 제어를 통해 오염 경로를 차단하는 유체 알고리즘, 그리고 난방·보안 등 타 영역과 유기적 으로 결합되는 플랫폼 파워를 모두 갖춘 기업만이 이 정의에 부합한다.
이러한 표준 선점은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통해 유지관리 서비스와 데이터 비즈니스 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표준화된 플랫폼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공기질 데이터는 주거 에너지를 최적화하는 핵심 자산이 되며, 이는 기업에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Recurring Revenue)을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된다. 공기를 설계하는 자가 주거의 주도권을 쥔다.
지금, 그 경쟁이 시작됐다. 질문은 하나다.
“당신의 집 안 공기, 그 제어권은 누가 쥐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