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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명래 한국바이오가스협회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이자 한국바이오가스협회 이사장은 에너지 전환은 정권이 바뀌어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김원빈 기자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가 동시에 화두로 떠오른 지금,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다시 기로에 섰다. 이 전환의 국면에서 조명래 한국바이오가스협회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현재 바이오가스 산업의 산업화와 제도화를 이끌며 에너지 순환 경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으로서 한국의 탄소중립 선언을 현장에서 직접 이끌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정책의 일관성, 에너지 분권, 그리고 바이오가스 산업의 미래까지. 그가 바라보는 한국 에너지 전환의 과제를 들었다. / 편집자주
에너지 전환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키워드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예측 가능한 일관성이다. 독일은 1973년 중동 석유 파동 때부터 반세기 이상 에너지 전환 정책을 이어온 결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의 약 50%에 달한다. 줄기차게 방향을 유지해 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반면 한국은 출발도 늦은 데다 정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해 왔다.
두 번째 키워드는 재생에너지 공급의 획기적인 확대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연간 약 4GW 수준이었는데, 글로벌 스탠다드에 이르려면 연간 10GW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탄소중립 이행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2020년 탄소중립 선언 이후 불과 2~3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도 기반을 구축하고 법제화까지 이뤄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사실상 올스톱 내지는 후퇴가 됐고, 지금은 재출발을 기다리는 단계라고 본다.
현 정부가 진보적인 방향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가시적인 정책이라고 하면 결국 투자다. 일본이 GX법 개정을 통해 우리 돈으로 연간 2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처럼, 한국도 그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흔히 ‘녹록 갈등’이라고 부르는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관점의 문제다. 대립적 관점이 아니라 녹록 상생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기본적으로 주민 저항 문화가 있고, 그 연장선에서 풍력·태양광·수소 발전 문제를 바라보다 보니 끊임없이 충돌이 반복된다.
예컨대 산지 경사면 태양광 설치 시 발생하는 슬라이드 문제 같은 것들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하니 솔루션조차 찾지 못하는 것이다. 관점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제도 보완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분산 에너지 활성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말은 분산 에너지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다. 지자체에 실질적인 에너지 분권 권한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탄소중립 기본 계획에서도 에너지와 산업은 중앙정부 몫으로 빠져 있어 지자체는 수송과 건물 같은 소비 분야만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분권이 선행되어야 지자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작더라도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드는 방식으로 지자체가 다양한 에너지원 발굴을 주도한다면, 분산 에너지 모델은 지역 단위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걸림돌인 계통 제한 문제,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려면 쉽게 쓰고 저장할 수 있는 계통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중앙집중식 공급에 익숙하다 보니 분산 전원용 계통망 구축에 정부가 제대로 투자해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사후 계통 구축 방식이든 이후의 선망후사 방식이든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정부에 계통망에 대한 장기적인 종합 계획 자체가 없었던 것이 문제다.
전라도의 경우 재생에너지가 넘쳐나는데도 추가 생산이 막혀 있고, 지금은 그 잉여 전력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는 임시방편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단위의 분산 계통망을 포함한 종합적인 망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탄소중립 선언 이후 정부 내각 논의에서 내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이 그린 뉴딜 5개년 계획을 30년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6차까지 이어간 것처럼, 2050년 탄소중립 목표까지 그린 뉴딜을 법정 계획으로 제도화해 5년 단위로 갱신해 나간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여기에 파리기후협약 4조의 ‘진전의 원칙’을 국내법에 연동시켜 놓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정해진 정책 목표는 후퇴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이를 국내법에 명문화해 놓는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 가능한 정책이 유지될 수 있다.
태양광·풍력 등 기존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바이오가스만의 차별화된 가치는 무엇인가?
일차 에너지에서 바이오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타 재생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태양광·풍력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생산하지 않지만, 바이오가스는 음식물 폐기물을 가지고 의무적으로 생산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가스는 폐기물을 순환 자원으로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자원 순환과 에너지 생산, 탄소중립이 하나의 과정 안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주류 에너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며, 기술이 결합된다면 친환경 고급 항공유 생산도 가능한 고부가가치 자원이다.
바이오가스와 폐기물 지산지소 개념, 어떤 시너지가 가능한가?
바이오가스의 핵심 가치는 폐자원을 재자원화한다는 점이다. 유럽의 그린딜은 산업 정책 중심인 우리와 달리 순환 경제 정책을 핵심에 놓는다. 순환 경제로 전환하면 탄소 배출을 약 40%까지 줄일 수 있고, 탄소중립은 순환 경제 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자체 차원에서 음식물 폐기물의 바이오가스화는 순환 경제의 시동을 거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점이다. 이것이 자리를 잡으면 다른 폐기물 분야로도 적용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
국내 바이오가스 산업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어떤 과제가 시급한가?
지금은 생산의무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음식물 폐기물뿐만 아니라 인분·축분까지 포함하는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수요처를 다변화하고 소비도 의무화해야 한다.
지자체가 탄소중립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재생에너지의 일정 부분을 스스로 생산한 바이오가스로 충당하는, 생산지인 동시에 소비처가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협회 차원에서 현장의 제도적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빠르게 제도화한다면 산업 성장의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가스협회 사단법인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할 과제는 무엇인가?
바이오가스 산업 분야에서 협회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 포함해 많은 회원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나아가 산업화를 이끌어낼 어젠다 개발, 정책 발굴, 정책 제안을 협회가 앞장서서 추진해야 한다.
정부·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제도를 함께 만들어가고, 협회가 중심을 잡고 산업 전반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낼 수 있어야 한다.
기후 위기의 최전방에 서 있던 입장에서, 요즘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기후 문제는 본질적으로 미래의 문제다. 현 세대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악화된다면 미래 세대는 견딜 수가 없다. 정부에 있을 때 타운미팅을 해보면 지금의 10대·20대들은 분명히 다르다. 채식, 동물권, 생명의 문제에까지 관심이 깊고, 헌법재판소에 기후 문제를 제기한 것도 미래 세대가 주도했다.
다만 여전히 다수는 기후 문제에 무감각하고 탄소중립에 무관심하다. 일부가 앞장서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집합적인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래 세대가 기후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각성할 수 있도록, 기성 세대가 교육과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