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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
강금석 풍력 PD, 30여 년간 에너지 업계에 몸담아 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전문가이다. / 김원빈 기자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최근 해상풍력은 1800MW 규모 입찰이 진행되는 등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수용성, 군 작전성, 계통 문제와 대규모 사업 구조에 따른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여전히 적지 않은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시각에서 현재 시장 상황과 주요 쟁점, 향후 과제를 30여년 경력의 강금석 풍력 PD와 짚어봤다. /편집자주
올해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이 1800MW 규모로 공고됐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데, 현재 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보는지.
지금 입찰 시장은 구조적으로 과도기다. 궁극적으로는 계획입지 체계로 가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로 완전히 넘어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몇 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입찰 제도가 그 사이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 입찰 제도는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불완전한 구조다. 실제로 과거 사업들을 보면 인허가나 계통 문제로 중단된 사례도 많다. 그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변화가 있다. 공공주도 입찰이 도입됐고,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에너지안보나 기술 요소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도가 계속 보완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과거 대비 진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풍력 LCOE가 10년간 하락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원인을 어떻게 보나.
해외와 비교하면 구조가 다르다. 독일이나 영국 같은 국가는 초기에는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일정 규모까지 시장을 키우고 공급망이 형성되면 그때부터 LCOE가 급격히 하락한다. 그런데 한국은 그 전 단계에서 멈춰 있다.
오히려 국내는 10년 전보다 비용이 상승한 상황이다. 터빈은 3MW에서 10MW 이상으로 커졌는데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 이건 정상적인 산업 발전 경로와는 다른 모습이다.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의 연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일정하게 이어지지 않고 띄엄띄엄 진행되다 보니 제조사 입장에서는 설비 투자나 공급망 구축을 할 수 없다. 결국 장비와 부품이 표준화되지 못하고 주문형 생산 구조가 된다. 이 구조에서는 단가가 내려갈 수 없다.
그렇다면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핵심은 물량이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형성돼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 해상풍력은 10년 넘게 진행됐지만 누적 규모가 크지 않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몇십 메가와트 수준에 불과한 시기도 많았다. 이런 시장에서는 공급망이 유지될 수 없다.
연간 몇 기가와트 규모로 안정적인 발주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설비 투자도 하고 공장 가동률도 올릴 수 있다. 결국 가격은 규모에서 결정된다.
2030년 이후에는 연간 4GW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본다. 그 정도 규모가 돼야 산업이 선순환 구조로 진입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중국은 터빈부터 설치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금 단계에서 특정 영역을 나눠서 접근할 필요는 없다. ‘이건 국내가 하고, 이건 해외가 한다’는 식의 구분은 오히려 시장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상단 산업은 국내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터빈과 같은 핵심 제조 역량이 없으면 전체 공급망을 키우기 어렵다. 자동차 산업도 완성차가 있어야 부품 산업이 같이 성장하는 구조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처음부터 경쟁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해외 기업과 협력하면서 기술을 축적했고, 시장을 기반으로 산업을 키웠다. 결국 시장 규모가 산업 경쟁력을 만든다.
해외에서 참고할 만한 모델이 있다면 어떤 국가를 꼽나.
독일 모델이 가장 현실적이다. 독일은 해상풍력을 단순 보급 정책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산업 전략으로 접근했다. 조선과 중공업 기반을 활용해 공급망을 육성했다.
한국도 구조가 비슷하다. 제조업 기반이 있고, 해양 산업 경험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독일식 접근이 맞다.
반면 현재 국내 제도는 영국 모델을 많이 따르고 있다. 영국은 시장 중심 구조다. 발전 사업과 가격 메커니즘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이 방식은 보급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산업 육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부산해상풍력이 추진 중인 다대포 해상풍력 사업 조감도 / 부산해상풍력 제공
풍력 터빈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은 어떤가.
대형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터빈이 커질수록 발전 효율이 높아지고 단위 발전량당 비용도 낮아진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계속 대형화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속도다.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15MW급 터빈이 시장에 충분히 보급되기도 전에 20MW급이 개발되는 식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모델로 충분한 수익을 내기도 전에 다음 모델로 넘어가야 한다.
또 대형화는 부작용도 있다. 베어링 수명 문제나 유지보수 비용 증가, 설치 장비 대형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해상에서는 설치 선박이나 크레인도 같이 커져야 한다.
그래서 일정 단계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10~15MW급을 충분히 보급하면서 공급망을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계통 문제와 HVDC 구축이 핵심 이슈다. 2031년 이전까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플래닝이다. 계통은 단기간에 구축되는 인프라가 아니다. 10년 이상이 걸린다. 지금부터 어디에 해상풍력을 설치할지, 어느 지역에 계통을 연결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갈등을 우려해서 계획 자체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갈등은 어차피 발생한다. 오히려 초기에 드러내고 조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후보지를 미리 설정해두면 계통 투자도 계획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산업계도 준비할 수 있다. 지금처럼 사업이 나오고 나서 계통을 논의하는 방식으로는 시간만 지연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다고 보나.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실증이 부족하다. 실제 해상에 설치된 사례가 거의 없다.
현재 울산 등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는 상용화 단계다. 그런데 국내 기술은 그 이전 단계인 실증 경험이 부족하다. 이 상태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 국내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향후 해외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단순 제조만으로는 경쟁력이 제한적이다.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 군 작전성, 환경, 지역 갈등 등 다양한 이슈가 있다.
지금까지 해상풍력은 이해관계자들이 단계적으로 등장하면서 사업이 지연돼 왔다. 주민을 시작으로 지자체, 환경단체에 이어 최근에는 군 작전성과 계통 문제까지 더해지며 대부분의 이해관계자가 드러난 상황이다.
이제 관건은 불확실성 해소다. 산업계는 실제 투자 주체인 만큼, 계통·인허가·수익 구조 등 핵심 요소에 대한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렵다.
군 작전성 문제 역시 회피가 아닌 해결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해외에서는 풍력단지 외곽에 레이더 기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비용 부담도 제한적이다. 풍력단지를 전제로 군 작전 체계를 재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입지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환경 영향, 어업 공존, 입지 정보 등 관련 연구를 선제적으로 축적해 왔으며, 이는 부처 간 협의를 촉진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대로 사전 준비가 부족하면 사업은 마지막 단계에서 막힐 수밖에 없다.
결국 산업계와 엔지니어의 역할은 명확하다. 정책 결정 이전에 기술적·정책적 근거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하며, 이러한 축적이 있어야 해상풍력 산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상풍력 산업에서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꼽나.
이제는 논의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충분히 검토와 논의를 해왔다. 지금은 방향을 확정하고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 연간 어느 정도 물량을 공급할지, 어디에 설치할지, 어떤 구조로 갈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산업계가 투자에 나설 수 있다.
결국 해상풍력의 성패는 투자에 달려 있다. 투자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현되지 않는다. 지금은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