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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에이치투, 16년 기술로 ESS 시장을 두드리다

투데이에너지
2026-05-11
[탐방] 에이치투, 16년 기술로 ESS 시장을 두드리다

에이치투 K1 플랜트 전경/김원빈 기자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충남 계룡시 두마면 산업단지 끝자락. 건물 상단에는 삼각형 로고 안에 ‘H2’가 새겨져 있고, K1 공장 한쪽에는 영문 문구 하나가 붙어 있다. ‘The most advanced energy storage in the universe.’ 한신 대표는 이 문구에서 ‘advanced’라는 단어를 특히 강조한다. 기술이 앞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먼저 움직이는 태도’, ‘아직 수요가 없는 곳에 먼저 투자하고, 남들이 검증을 기다릴 때 직접 데이터를 쌓는 방식’을 추구했단 의미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ESS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2010년, 국내에선 상용화 사례조차 없었던 바나듐 흐름전지에 회사를 걸었다는 사실이 그 설명을 뒷받침한다. 기자는 이 회사가 그 주장을 어떻게 입증해왔는지 보러 왔다.

아직 비어 있는 공장, 올해 안에 채운다

사옥 바로 옆 신축 공장 ‘K2 플랜트’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현장에는 포클레인이 자갈 마당을 정지하고 있었고, 트럭이 자재를 내리고 있었다. 철골 구조는 이미 완성됐으며, 내부에는 회색 에폭시 바닥과 대형 크레인 빔이 설치돼 있다.

면적은 8498㎡ 규모다. 아직 생산설비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설계 생산능력은 연간 1200MWh에 달한다. 현재 가동 중인 K1 공장(330MWh)의 세 배 이상 규모로,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K2의 역할은 K1과 다르다. K1이 바나듐 흐름전지(VFB)의 핵심 부품인 스택과 모듈을 생산한다면, K2는 이를 활용해 전체 시스템을 조립·출하하는 공장이다. 완성된 컨테이너형 ESS를 고객 현장에 설치한 뒤 전기 연결만 하면 바로 운전이 가능한 구조다.

에이치투가 자체 개발한 ‘EnerFLOW’ 시리즈가 대표 제품이다. K1 공장 앞마당에는 이미 완성된 ‘EnerFLOW 540’ 유닛 두 대가 놓여 있었다. 40피트 컨테이너 크기의 흰색 외관 안에는 스택, 전해액 탱크, 펌프, 제어 시스템이 일체형으로 탑재된다.

병 다섯 개가 설명하는 전기화학

기술 설명은 테이블 위 유리병 다섯 개에서 시작됐다. 노란색(V5+), 파란색(V4+), 청록색(V3+), 분홍색(V2+), 갈색빛(V₂O₅). 각기 다른 색은 바나듐 이온의 산화 상태를 의미하며, 곧 배터리의 충전 상태를 나타낸다. 옆에는 바나듐 원소 실물이 아크릴 큐브 안에 봉인돼 있었다.

바나듐 흐름전지는 액체 전해질 속 바나듐 이온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한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고체 전극 내부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라면, VFB는 외부 탱크에 저장된 액체 전해질을 펌프로 순환시켜 스택에서 에너지를 교환한다.

이 구조 덕분에 출력과 저장 용량을 분리 설계할 수 있다. 저장 시간을 늘리려면 탱크를 키우고, 출력이 필요하면 스택을 추가하면 된다. 대규모 전력망용 ESS에서 유연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안전성 역시 핵심 경쟁력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유기 용매 기반 전해질을 사용해 열폭주 발생 시 화재 제어가 어렵지만, VFB는 수계 전해질 기반이어서 구조적으로 화재·폭발 위험이 낮다. 국내 ESS 화재 사례가 반복된 가운데, VFB는 대용량 저장장치 시장에서 대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K1 공장 선반 위에는 실제 스택이 놓여 있었다. 회색 금속 프레임 사이에 검은 판재가 층층이 쌓인 구조다. 이 스택 여러 개가 연결돼 하나의 모듈이 되고, 다시 컨테이너형 ESS 내부에 탑재된다.

산화 상태별 바나듐 전해액 샘플/김원빈 기자

16년, 데이터를 쌓는 시간

에이치투는 2010년 한신 대표가 설립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와 KAIST 박사 과정을 거친 그는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VFB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회사는 2013년 국내 최초로 50kW·100kWh급 상용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고, 이후 7개국 20개 프로젝트에 총 44MWh 규모 시스템을 공급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000억원 이상이다.

한신 대표는 “초기에는 시장이 3~4년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용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훨씬 긴 시간이 걸렸다”며 “그 과정에서 실제 전력망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시스템 제품을 완성했고, 16년간 축적된 운영 데이터와 소재 배합 노하우가 진입장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에이치투는 글로벌 VFB 시장에서 상용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티어1’ 그룹, 즉 상위 5개 기업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 클린테크 그룹이 선정한 ‘APAC Cleantech 25’에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으며, 2025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대표 연구개발 우수성과 100’ 에너지 분야 최우수 성과로 선정됐다.

소재 전략… 폐기물을 에너지 자산으로

에이치투는 소재 공급망 전략도 경쟁력으로 꼽는다. 리튬이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은 반면, 바나듐은 광산 외에도 철강 슬래그와 정유 탈황 폐촉매 등 다양한 경로에서 추출이 가능하다.

한신 대표는 “국내 정유단지에서 발생하는 탈황 폐촉매를 재활용하는 구조만 구축해도 연간 600MWh 규모 전해액 생산이 가능하다”며 “자원 빈국인 한국이 폐기물을 전략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에이치투는 전해액 현지 생산 체계를 통해 물류비를 줄이고 특정 국가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전력망 안에서 수익을 내는 시스템

에이치투가 올해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한국동서발전과 추진 중인 울산 화력발전소 부지의 20MWh급 VFB ESS 프로젝트다. 국내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전력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수익형 ESS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력 가격이 낮을 때 충전하고, 높을 때 방전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ESS가 단순 보조설비를 넘어 독립적인 전력 자산으로 기능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해외 사업도 확대 중이다. 스페인 국가연구소와 진행 중인 8.8MWh급 VFB 프로젝트는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은 재난 대응용 BCP 수요, 호주는 풍부한 바나듐 자원을 이유로 전략 시장으로 설정했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무중단 운영과 화재 안전성이 중요한 데이터센터 특성상 수계 전해질 기반 VFB가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한신 대표는 “단순히 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력망에서 화석연료 발전을 실질적으로 대체하는 에너지 에셋(Energy Asset)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K2 공장은 아직 가동 전이지만, 국내외 수주 계약과 납품 실적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K2가 본격 가동되면 에이치투의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대비 약 네 배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에이치투 K2 플랜트 전경, 완공시 연간 1200M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김원빈 기자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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