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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석유화학 '사업 재편' 동향 · 향후 전망
국내 최초로 나프타 분해 NC(Naphtha Cracker) 100만톤 규모를 실현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출처 롯데케미칼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인해 국내 산업계 등 모든 분야가 위축된 상황임에도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해 1분기 실적이 대폭 향상됐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수년 간 불황을 겪고 있고 중동 전쟁까지 발발한 상황에서 기록한 결과라 더욱 주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 개편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어 시행령이 공포됐다. 이에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 동향을 짚어보고 향후 전개될 상황을 전망해본다./편집자 주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해 1분기 실적이 반등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매출 4조 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1분기 매출 4조 4,723억원, 영업이익 1,64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 손실 2,390억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대반전이다. 여천NCC를 공동 운영하는 한화솔루션과 DL㈜도 1분기 실적이 대폭 향상됐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에서 1분기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했으며 DL㈜도 1,129억원을 나타냈다. 이외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이는 에틸렌 스프레드 개선과 정부가 추진한 나프타 수입 비용 지원 사업 덕분으로 보인다. 산업통상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달 22일 기준 327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업계에서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가늠하는 250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지난해는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에틸렌 스프레드가 100달러 후반 수준을 나타내다가 중동 전쟁 직후 국제유가 급등으로 나프타 가격이 오르자 55달러까지 급락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이 막혀 생산량이 감소하자 에틸렌 가격이 급등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동 전쟁 여파로 석화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에틸렌과 나프타 스프레드는 한때 톤당 500달러를 넘기는 현상을 보였다. 통상 손익 분기점이 250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이는 크게 상회하는 흐름이다. 중동 전쟁 발발 직후에는 국제유가가 급등해 스프레드가 마이너스까지 하락했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료 수급 차질이 이어지며 제품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다만 원료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여전해 업황의 구조적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여천NCC 제1사업장/출처 여천NCC
원료 수급 불안으로 여천NCC는 지난달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도 지난달 파라자일렌 PX 제품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으나 며칠 후 PX 생산에 필요한 중질 나프타 11만톤을 알제리와 스페인 등에서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당초 5월 한 달동안 PX 생산을 줄인 뒤 6월부터 회복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추가로 확보한 원료를 통해 5월 중순부터 PX 생산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무렵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도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했다.
나프타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자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한국·일본·대만 등 극동아시아의 나프타 선물 가격은 톤당 1096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중동 전쟁 이전인 지난 2월 27일 기준 톤당 642달러에서 71% 오른 수준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주요 생산 설비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NCC에 집중돼 원료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사실상 대체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업계는 나프타 대체 수급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난항을 겪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0일 나프타 수입 지원을 위해 6744억원의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러한 와중에 중동 특사를 통해 연말까지 최대 210만톤의 나프타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한 달치 수입 물량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NCC 업체별 공장 운영 가능 기한을 4월 말부터 최대 5월 말까지로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 국무회의 의결 · 공포
중국 등 대규모 증설 예정... 구조적 공급 과잉 해소 난망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 사업 재편을 지속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공포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은 사업 재편과 고부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인허가 특례 및 환경 기준 초과 특례 등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인허가 등 특례는 사업 재편 과정에서 법인을 신설하는 경우 설립 등기 절차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 상 석유 수출입업 등록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화학물질 등록은 신설법인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해 기존 법인과 동일한 내용으로 등록을 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 사업 재편이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특례를 뒀다.
여수산업단지 내 LG화학 NCC 시설/LG화학 제공
당시 김정관 산업통상부장관은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나 석유화학 산업 체질을 바꾸는 구조 개편은 꼭 필요한 과제"라며 "이번에 마련된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사업 재편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동 전쟁이 종전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중국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이 2027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라 구조적인 공급 과잉 문제는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석유화학 업계 구조 개편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용어 설명
NCC(Naphtha Cracking Center) =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은 '나프타'를 섭씨 800도 이상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다양한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대형 설비나 공정
나프타(Naphtha) =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액체 연료로 석유화학 공장에서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BTX 등을 만드는 대표적인 기초 원료
스프레드(Spread) = 비교 대상 두 개 사이의 차이로 수익성이나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에틸렌(Ethylene) =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로 플라스틱·섬유·고무·화학제품 생산에 필수
PDH(Propane De-hydrogenation) =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설비
PX(Para-Xylene) = 중질 나프타를 화학적으로 재구성해 생산하는 방향족 화합물로 주로 합성섬유 폴리에스터나 페트병 등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 TPA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불가항력 = 전쟁 등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으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워질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 선언하는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