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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미래, ‘융합형 인재’라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 달렸다

투데이에너지
2026-05-13
[기고] 대한민국 미래, ‘융합형 인재’라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 달렸다

김태욱 경북대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탄소중립이다. 정부 정책과 교육 예산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2026년도 교육부 예산은 106조 3607억 원으로 확정되었으며, 국가책임 AI 인재 양성과 이공계 교육 지원에도 3348억 원이 편성되었다. 미래 산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방향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예산과 제도만으로 미래 산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며, 현장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공장과 장비, 연구개발 예산은 눈에 보이지만, 그 뒤에서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인재의 역량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융합형 인재는 미래 산업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40% 감축이며, 정부 자료에 따르면 기준연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감축률은 4.17%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제조 공정 개선, 전력망 운영, 수소와 암모니아 활용, 탄소 감축 기술 등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탄소중립은 환경의 과제인 동시에 공학적 해결책과 제도적 설계, 이를 수행할 인력이 함께 필요한 종합적인 과제다.

최근의 이공계 인재 정책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AI 인재 양성, 이공계 우수 인재 성장 경로 지원, 첨단산업 인재 양성 사업 등의 확대는 미래 산업이 하나의 전공이나 기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적 방향이 학생과 학부모, 학교와 대학, 산업계의 이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고등학교 교육의 역할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래 산업을 이해하는 과정은 대학 입학 후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단계에서 학생들이 산업의 변화와 학과의 특성을 균형 있게 이해한다면, 전공 선택은 단순히 점수에 맞춘 결정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는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는 특정 전공을 권유하자는 뜻이 아니다. 학생들이 학과명이나 입시 결과만으로 진로를 정하기보다, 그 학문이 어떤 산업과 연결되고 어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이미 교육과정의 방향도 이와 연결되어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디지털 기초소양, 정보교육 확대, 학생 맞춤형 교육, 과목 선택권 확대, 진로연계교육 도입 등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변화가 산업과 학과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로 이어진다면, 학생들의 진로 선택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은 물리와 화학이 전력망, 수소, 배터리, 탄소중립 산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생명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바이오가 의학뿐 아니라 소재, 데이터, 공정 기술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학과 정보 과목을 배우는 학생은 인공지능이 제조, 의료, 에너지,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술이라는 점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어떤 진로가 나에게 적합한가”를 넘어 “나는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고등교육의 현황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5~34세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은 7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가진 청년층 비중은 약 3%로 나타난다. 이는 대학 교육의 넓은 기반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공의 깊이와 장기적인 연구 역량을 함께 키워갈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과제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고등학교 단계에서 산업과 학과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진로 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둘째, 대학에서는 전공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면서도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교육 경험을 넓혀야 한다. 셋째, 이공계 인재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넓혀야 한다. 연구자와 기술자는 실험실이나 공장 안에만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기반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는 사람들이다.

결국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예산의 규모나 설비의 크기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자산들이 어떤 인재를 길러내고, 우리 사회에 어떤 역량을 남기느냐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에너지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 탄소중립 목표를 제조 공정으로 옮겨낼 수 있는 사람, 바이오와 공학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 지역 산업의 문제를 데이터와 소재 기술로 해결하는 인재가 요구된다.

제도는 이미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방향이 교육 현장에 안착하고 사회적 공감대로 확산되는 일이다. 고등학교에서 산업과 학과를 이해하고, 대학에서 전공의 깊이와 융합의 폭을 넓히며, 사회가 이공계 인재의 열학을 폭넓게 이해할 때 미래 산업의 기반도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은 거창한 구호보다 이러한 조용한 영역에서의 단단한 준비에서 시작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식을 연결하고, 기술을 산업으로 옮기며, 문제를 해석하는 사람들. 바로 그 융합형 인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탱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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