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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커스] 2030 재생에너지 100GW…현장은 답할 수 있나

    송고일 : 2026-05-20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제38차 에너지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기후부 제공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중동전쟁 여파로 원유와 LNG 공급이 흔들리자 에너지 수입 의존도 93.7%의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가 19일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내놓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이 위기에 대한 정부의 응답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2030년 누적 설비 100GW, 2035년 발전 비중 30% 이상 달성. 재생에너지를 기후 대응 수단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자산으로 재정립하고, 5대 과제 10대 전략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끌어내겠다는 선언이다. 김성환 장관은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및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탄소중립 실현과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대 축"이라며 "에너지 정책과 계획이 흔들림 없는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환영 속에서도 냉정한 시각이 나왔다. 녹색전환연구소(이하 연구소)는 "방향이 맞다는 것과 계획이 충분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전 세계는 이미 달리고 있다

    IEA에 따르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6년부터 석탄을 추월해 2030년 52%, 2050년 60~70%에 달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태양광 발전비용은 87%, 육상풍력은 55%, ESS는 93% 하락했다. EU는 중동전쟁을 계기로 'AccelerateEU'를 발표해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공급 체계로 개편 중이다. 영국은 2030년 청정에너지 발전 비중 95%, 독일은 재생에너지 80%를 법에 명시했다. 중국은 2030년 태양광·풍력 1200GW 목표를 2024년에 조기 달성(1407GW)했다.

    반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4년 기준 9.0%로 OECD 평균(34.4%)의 4분의 1 수준이다. 국내 발전단가(LCOE)는 글로벌 평균 대비 태양광 2.2배, 육상풍력 3.2배다. 비용이 높으니 보급이 더디고, 보급이 더디니 규모의 경제가 안 생기는 악순환이다.

    현재 누적 설비는 37.1GW다. 4년 안에 62.9GW를 추가해야 한다. 연평균 15GW 이상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연간 신규 보급은 3~4GW 수준에서 정체돼 있었다.

    과거 실적은 냉정하다. 역대 기본계획 중 목표를 달성한 것은 4차(2014년)뿐이다. 직전 5차 기본계획(2020년)은 2025년 발전 비중 13.2%를 제시했지만 실적은 9.8%에 그쳤다. 태양광 경쟁입찰 접수 용량은 2021년 8,586MW에서 2025년 52MW로 사실상 붕괴했고, 지원 예산도 2022년 1.3조원에서 2025년 0.9조원으로 34% 줄었다.

    이번 계획은 2035년까지 26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 예산 지출 규모와 공적 투자 계획은 명시되지 않았다. GW급 대규모 사업에 필수적인 공공투자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투자의 상당 부분을 민간자본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생에너지 원별 계약단가 중장기 로드맵 / 기후부 제공

    RPS 14년 만에 폐지 — 소규모 사업자의 운명은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변화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전면 개편이다. 2012년 도입된 RPS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이 함께 사라진다. REC 현물 평균 거래가격이 2021년 3만5천원/REC에서 2025년 7만2천원/REC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RPS 정산비용은 2012년 0.4조원에서 2024년 4.0조원으로 10배 급증한 탓이다.

    새 구조는 '경쟁입찰을 통한 장기 고정가격 계약'으로 일원화되며, 2027년부터 신규 사업자는 계약시장으로만 진입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개편으로 2035년까지 태양광 80원/kWh, 육상풍력 120원, 해상풍력 150원 이하로 단가를 낮추겠다는 목표다.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이하 협회)는 이를 "고질적인 시장 변동성을 잠재울 오랜 고심의 대책"이라고 평가하며,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와 미래에너지펀드를 해상풍력 초기 PF의 마중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 "대규모 민간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규모 사업자의 시각은 다르다. 태양광 O&M 업계 관계자는 "장기고정계약 경쟁입찰에서 단가를 낮게 써낼 수 있는 건 대형 사업자"라며 "자금 조달 비용도, 입찰 전담 역량도 다르다"고 말했다. "RPS 체제에서는 소규모도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계약시장으로 전환되면 낙찰받지 못한 소규모의 수익 경로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다만 같은 관계자는 "소규모가 VPP(가상발전소)로 묶이면 집합 단가 경쟁력이 생긴다"며 "실시간 입찰시장은 단가 경쟁이 아니라 예측 정확도 경쟁이기 때문에 대형 사업자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정부별 목표 — 편차와 실행력의 문제

    이번 계획은 17개 광역시·도별 보급 목표를 별도로 명시했다. 전남의 경우 2030~2035년 목표가 16.1GW에서 최대 37.8GW까지 벌어진다.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7.3GW와 영농형 태양광 4GW 등 초대형 프로젝트 실현 여부에 따라 두 배 이상 달라지는 구조다. 전북은 새만금 중심 10GW, 경북은 K-부유식 해상풍력 5GW, 울산은 부유식만 4.3GW를 목표로 잡았다.

    지방정부에 역할을 부여했지만 실행 권한이 뒷받침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계통 정보 접근, 지역 단위 전력거래와 수요관리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목표만 떠안고 권한은 없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계통·영농형·간헐성 — 세 개의 숨겨진 변수

    재생에너지 보급의 물리적 장벽은 전력망이다. 정부는 선착순 계통 접속을 경제성·공익성 종합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고 배전망 ESS 설치, 석탄발전소 폐지 접속선로 재활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송전선 하나를 짓는 데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영농형 태양광은 11.1GW가 목표지만, 이날 통과된 영농형태양광법은 전체 농지의 47%에 해당하는 농업진흥지역을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된 경우에만 허용한다. 지구 지정 기준과 범위 설계가 실질적 열쇠다.

    간헐성 문제도 미결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ESS를 패키지로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량적 목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그린수소를 저장 수단으로 포함할 것인지, 양수발전 확대 전략은 무엇인지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산업 생태계 재건·발전공기업 통폐합

    국내 태양광 모듈 국산 사용 비율은 2024년 41.6%까지 추락했다. 정부는 공공사업 국산 의무화, 세제 지원, 경제안보품목 지정 확대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탠덤셀 태양전지 2028년 상용화, 해상풍력 20MW급 초대형 터빈 개발, 부유식 100MW급 테스트베드 구축도 제시됐다. 협회는 "저가 수입 제품의 공세로 위축됐던 국내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튼튼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기본계획에는 짧지만 강한 한 줄도 담겼다. "석탄발전 위주의 발전공기업 5사 통폐합 → 재생 중심 공기업으로 전환 모색." 한국남동발전은 이미 삼천포화력발전소 부지를 카르노배터리 실증 무대로 활용하는 국책 사업에 착수했다. 문 닫는 석탄 발전소를 에너지저장 거점으로 바꾸는 실증 사례다.

    석탄발전 폐지 부지는 이미 송전선과 변전설비가 깔려 있어서 ESS·수소·데이터센터와 결합하기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영동화력은 국내 최초 석탄화력 완전 폐지 이후 지역 전환 모델을 모색했고, 서울 당인리는 발전설비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발전5사가 일부 부지에 SMR 설치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문 닫는 발전소를 새로운 에너지·산업 거점으로 되살리려는 흐름은 하나로 수렴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춘천시 솔바우 마을 주민 참여형 태양광 발전 사업을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위대한 첫걸음"과 "절반짜리 약속" 사이

    협회는 "대한민국이 에너지 수입 의존국에서 에너지 자립국으로 탈바꿈하는 위대한 첫걸음"이라며 "산업계는 과감한 기술 혁신과 적극적인 설비 투자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투자 주체와 재원, 간헐성 대책의 수량적 목표, 지방정부의 실행 권한이라는 공백을 채우지 못하면 가장 야심찬 계획이 또 한 번 가장 아쉬운 계획으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6개월 뒤 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 연내 RPS 개편 법안 국회 제출, 장기 입찰 로드맵 발표가 줄지어 기다린다. "위대한 첫걸음"과 "절반짜리 약속"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 수 있을지, 그 답은 앞으로의 6개월이 말해줄 것이다.

    ■용어설명

    RPS=대형 발전사에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REC=재생에너지 1MWh 생산 시 발급되는 인증서. 발전사들이 RPS 의무를 채우거나 시장에서 거래하는 수단

    LCOE=발전소 건설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의 비용을 발전량으로 나눈 값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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