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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논단] “기름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에너지 만드는 나라로”

    송고일 : 2026-05-27
    ▲ 류영조 공학박사/기술사(SK이노베이션 E&S 고문).
    ▲ 류영조 공학박사/기술사(SK이노베이션 E&S 고문).

    [에너지신문] 올해 2월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킴과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큰 변동성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개전(開戰) 직후 브렌트유는 단 이틀 만에 10~13% 상승해 배럴당 80~82달러를 돌파하고 한때 120달러까지 넘어서는 등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급등하며 에너지 가격이 국제정세 및 지정학적 변수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의 에너지 구조에 따라 국가 간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미국은 자국 내 풍부한 석유·가스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수출을 기록하며 에너지 슈퍼파워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으로서 단기적으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받고 있지만 수십 년간 에너지 자립화를 위해 원자력과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에너지 체질 개선을 추진해 온 결과 미국-이란 전쟁의 충격 속에서도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며 국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OECD 국가 중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특히 원유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서 수입해 와서 대체 물량을 확보에 주력하는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단순한 지역적 충돌을 넘어 전 세계의 에너지 패권(Energy Hegemony) 지도를 통째로 뒤흔드는 상황을 초래함으로써 국제 분쟁이나 공급망 교란이 곧바로 국내 에너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 이제는 단순한 에너지 조달을 넘어 에너지 주권 확보라는 관점에서 국가의 중장기적 에너지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올해 이란 전쟁이라는 거대한 변수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수동적인 공급망 다변화에서 에너지 주권 확보라는 근본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국제 분쟁이나 에너지 패권 다툼이 국내 에너지 위기로 직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기적인 에너지 구조 전환과 단기적인 실행 기반 구축이 동시에 필요하다.

    특히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소에너지를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닌 국가 안보의 핵심 전원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원유가격 폭등과 더불어 천연가스(LNG)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가스에서 추출하는 블루수소 생산에 있어서는 리스크로 작용하며 경제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활용한 수전해 수소생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국토의 한계와 신재생 자원(태양, 바람) 조건, 계통 수용성, 간헐성 문제 등의 제약을 갖고 있어 보완적으로 활용하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인 원전의 열과 전기를 활용해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함으로써 중동발 가스 수급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한국형 수소 모델인 그린수소 생산기지 구축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를 국내에서 생산하기에는 지리적 제약이 크다.

    따라서 해외 여러 나라와 연계된 공급 전략이 필수적이다. 수소 역시 원유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직시하고 중동 외의 호주, 북미, 중국, 동남아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직접 투자해 청정수소 또는 암모니아 형태로 생산하고 이를 국내로 도입하는 형태의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원 수입을 넘어 에너지 자산 확보라는 전략적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중동 갈등의 시기에 해외 가스전에 직접 투자한 주요 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구조를 확보한 사례가 있다. 수소 역시 동일하게 공급망 상류 단계부터 참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해외에서 수소를 도입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산업기반이 부족하다면 에너지 전환은 실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수소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인프라 및 제도 구축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과 수요 활용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그린수소의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부생수소나 바이오가스 등 가용 가능한 국내 자원을 활용해 수소생산 기반을 우선 확대하고 수소를 안정적으로 이송할 수 있는 수소 운반 선박, 액화수소 인수기지, 수소 배관망, 수소 출하를 위한 거점 구축 등 수소 공급 인프라가 사전에 확보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소 공급망을 통해 수소 버스, 트럭, 철도, 선박 등 모빌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수요를 확대하는 한편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수소엔진 등 발전 분야와 e-Fuel 등 항공 연료 기술의 상용화까지 가속화돼야 한다.

    둘째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CHPS)의 본격적 시행이다. 수소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규모의 경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소 수요량은 발전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일정 규모의 수소경제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이미 마련된 CHPS 제도를 적기에 전면 시행해야 한다.

    수소 전소(全燒) 발전이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나 수소 혼소(混燒, 수소를 석탄․천연가스와 섞어 발전)를 통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수소산업이 활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發電)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수소 경제의 마중물은 수소 혼소(混燒) 발전이라 판단된다.

    셋째 정부의 제도적 지원 체계 고도화이다. 현재 수소산업 지원 정책은 차량 구매 보조금, 충전소 구축 지원, 일부 연료비 지원 등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소생산 단계까지 포함한 보다 정교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소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체계 구축, 수소 생산용 전력에 대한 별도 요금체계 도입, 수소 충전 인프라 운영을 고려한 현실적인 가격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수소 가격을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전력기기, 조선, 원전, 방산,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수소 산업 역시 이러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전반에 걸친 기술을 선점하고 이를 산업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단순한 에너지 수입국을 넘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에너지 주권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수소는 그 핵심적인 축이 될 수 있다. ‘기름(중동)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기술(수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나라’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책 방향과 투자 전략이 향후 수십 년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따라서 일관된 정책, 전략적 해외 자산 투자와 국내 제도·인프라 정비를 통해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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