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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기업에 최신 글로벌 규제 동향 공유 및 대응 전략 제시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는 지난 9월 26일 경기 광명 라까사 호텔에서 2025년 하반기 기계·에너지산업분야 해외기술규제설명회를 개최했다./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는 지난 9월 26일, 경기 광명 라까사 호텔에서 국내 수출 기업들을 위한 '2025년 하반기 기계·에너지산업분야 해외기술규제설명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탄소 배출 규제부터 신흥국 시장 규제, 자동차 유해물질 규제, 사이버 복원력 법안(CRA) 동향, 그리고 UN 플라스틱 협약까지, 수출 기업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최신 규제 동향과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상세하게 논의됐다.
글로벌 공급망 뒤흔드는 '탄소배출규제' 파고
이날 전대호 한국인터텍테스팅서비스 차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탄소배출규제'에 대해 발표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작으로 영국, 미국,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탄소 무역규제가 글로벌 공급망 전체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내 수출 기업들은 각 나라별로 다른 보고 및 검증 요건을 맞춰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과세나 통관 지연 같은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차장은 "탄소 정보는 더 이상 단순한 환경 공시가 아닌,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MRV(측정·보고·검증) 체계에 기반한 신뢰도 높은 데이터 관리와 공급망 전반에 걸친 탄소중립 로드맵 구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BMW와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미 전사적인 탄소중립 로드맵과 공급망 감축 전략으로 ESG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할 중요한 사례로 제시했다.
이러한 규제 변화에 발맞춰 한국인터텍테스팅서비스는 국제표준(ISO 14064, 14067)에 따라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배출량 산정 실습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탄소배출 규제 실무 대응역량 강화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BIS, 우크라이나 REACH... 신흥국 규제 이행 안내
손성민 리이치24시코리아 대표는 인도와 우크라이나 등 신흥국 시장의 규제 이행 방안을 소개하며 국내 수출 기업들의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최근 이들 국가에서도 유럽 수준의 환경 및 안전 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의 BIS(Bureau of Indian Standards) 제도는 1987년 설립된 국가 표준 인증기관으로, 최근 안전성과 품질 보증 강화를 위해 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펌프, 압축기, 크레인 등 기계 및 전기설비에 대한 강제 인증을 의무화하는 Scheme-X(OTR) 규정의 시행 시점이 2025년 8월 28일에서 2026년 9월 1일로 연기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사전 등록 및 공장 실사 등 복잡한 인증 절차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화학제품 안전에 관한 기술 규정인 '우크라이나 REACH'를 2025년 1월 26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연간 1톤 이상 제조 또는 수입되는 화학 물질을 등록, 평가, 허가, 제한 대상으로 관리하며, 유럽연합(EU)의 REACH와 유사한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EU REACH 등록 이력이 있는 기업은 자료 재사용을 통해 등록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손성민 대표는 인도와 우크라이나 모두 현지 대리인 지정 및 온라인 사전 등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규제 대상 물질과 제품을 식별하고 사전 등록을 완료하지 않을 경우 수입 제한이나 판매 금지와 같은 무역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화되는 '자동차 유해물질규제' 대응 현황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한석 현대자동차 파트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화학물질 및 유해물질 규제가 급격히 강화됨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대응 전략을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차량 내 화학물질 관리 강화를 위해 국제재질정보시스템(IMDS)을 기반으로 협력사로부터 물질 정보를 수집하고 검증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EU 폐차(ELV) 규제의 납, 카드뮴, 수은, 6가 크롬 사용 금지 및 EU REACH의 고위험물질 등록과 같은 복잡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약 1만 2천여 종의 불소화합물이 규제 대상으로 예상되는 EU PFAS 규제에 대해서는 차량용 냉매 등의 대체 물질 적용과 글로벌 협력사 관리 강화를 통해 대응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한석 파트장은 "차량 한 대당 수만 개의 부품이 사용되는 만큼, 공급망 전반의 유해물질 대응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전 산업 생태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며, 규제 모니터링을 통한 적극적인 TBT(기술무역장벽) 활동과 함께 산업계의 적극적인 의견 제시, 공급망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제품의 새 기준 'CRA(사이버복원력법)' 규제 동향 및 대응 방안
주승환 아우토크립트 부장은 유럽연합(EU)이 2024년 10월 통과시킨 '사이버복원력법(CRA, Cyber Resilience Act)'의 동향과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 법은 2027년부터 소비자 전자기기, IoT 기기, 산업용 제어기 등 디지털 요소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대해 사이버 보안 의무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즉, 제품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반영하고, 보안 업데이트 및 취약점 관리 체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CRA는 기존 GSR II(차량 안전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던 오프로드 차량 및 농기계 등이 주요 대상이며, 제조사는 보안 설계, 기본 보안 적용, 적시 지원 및 업데이트 제공, 취약점·사고에 대한 투명한 대응, 기술 문서 및 SBOM(Software Bill of Materials) 마련 등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500만 유로 또는 매출액의 2.5%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주승환 부장은 "CRA는 단순한 차량 보안을 넘어 소프트웨어, 충전 인프라, 커넥티드 서비스 등 디지털 생태계 전반의 보안 거버넌스를 요구하는 제도"라며, 기업들은 제품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보안 설계와 SBOM 관리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라스틱 산업의 미래 좌우할 'UN 플라스틱 협약' 주요 쟁점 분석
마지막으로 김성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팀장은 'UN 플라스틱 협약'의 주요 쟁점과 국내 산업계의 대응 방안을 분석했다. 지난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부간협상위원회(INC-5.2)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 우려 물질 관리, 재정 메커니즘 등 핵심 쟁점을 두고 회원국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협약은 플라스틱의 생산·소비·폐기 전 주기를 포괄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ILBI)으로, 파리 기후협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다자간 환경 조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 등이 속한 HAC(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고위험 연대)는 "글로벌 생산 감축 및 금지 물질 지정"을 주장한 반면, 산유국 중심의 GCPS(플라스틱 지속가능성 글로벌 연합)는 "국가별 자율 관리와 폐기물 중심 접근"을 요구하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협약 초안에는 제품 설계 개선, 재활용 기준, 미세플라스틱 규제,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 강화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지만, 생산 상한 설정, 재정 분담 원칙, 결정 방식 등 핵심 사안에서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성훈 팀장은 "플라스틱 협약은 단순한 폐기물 규제를 넘어 산업 전반의 소재, 공정, 제품 설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주기적인 제도"라며, 국내 산업계는 다층재 단일화, 재활용 저해 요인 제거, 미세플라스틱 대체 기술 개발 등 사전 대응 전략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UN 플라스틱 협상은 2026년 중 재개될 예정이지만, 회의 형식과 협상 기준 문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협약이 성사될 경우, 플라스틱 원료, 첨가제, 제품 전반에 걸친 규제가 도입되어 석유화학, 포장재, 섬유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는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