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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BEV 개발 축소…완성차 업계 ‘현지화·HEV’ 무게 이동”

▲ 일본 3사의 중국 판매량 및 점유율(승용차 신규 등록 기준)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BEV)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HEV)와 현지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중국 시장 변화와 정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재편이 확산되면서 향후 향후 완성차 시장의 경쟁 축은 단기적으로 HEV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중장기적으로는 SDV와 자율주행 경쟁력 확보 여부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6일 발표한 산업분석 보고서 ‘레거시 업체의 고심, Honda의 새로운 경영 방향’에서 혼다가 BEV 중심 전략을 수정하고 HEV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중국·인도 현지 자원 활용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혼다(Honda)는 북미 출시 예정이던 ‘0 SUV’, ‘0 Saloon’, ‘Acura RSX’ 등 BEV 모델 개발을 중단하고, 소니혼다모빌리티(Sony Honda Mobility)의 ‘AFEELA’ 개발도 취소했다. 이어 2026 회계연도에는 전기차 사업 관련 손실 1조4,536억엔을 반영하면서 연결 영업손익은 4,143억엔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1957년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다.
그동안 혼다는 2040년까지 B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 판매 비중을 10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 아래 전기차 개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중국 시장 판매 감소가 장기화되고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 기조가 변화하면서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혼다 전략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정책 변화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된다. 실제로 중국 승용차 신규 등록 기준으로 혼다 판매량은 2021년 154만대에서 2025년 64만3,000대로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7.2%에서 2.7%까지 하락했다.
반면 도요타(Toyota)는 HEV 판매 확대를 통해 내연기관차 감소를 방어하는 동시에 중국 현지 기술과 공급망을 적극 활용한 전기차 전략으로 시장 경쟁력을 유지했다. 중국 판매량은 2025년 170만8,000대를 기록하며 일본 완성차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의 차이는 브랜드 전략과 현지화 수준에서 나타난다. 도요타는 품질과 신뢰성을 유지하면서 개발부터 공급망까지 중국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혼다는 본사 중심 개발과 자체 품질 기준을 고수하면서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스마트 기능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혼다는 앞으로 배터리 전기차(BEV) 중심이던 제품 전략을 하이브리드(HEV) 중심으로 재편하고, 신차 개발과 공급망에서도 중국과 인도 등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개발과 생산 자원도 하이브리드 모델에 우선 배분해 원가 경쟁력과 개발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북미를 하이브리드 전략의 핵심 시장으로 삼고 차세대 HEV 모델을 우선 출시할 예정이다. 오는 2027년부터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플랫폼을 적용한 SUV 중심의 차세대 모델을 선보여 2030년까지 총 15개 차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의 ‘2040년 BEV·FCEV 판매 비중 100%’ 목표는 폐기하고, 탄소배출 감축 목표 중심으로 전동화 전략도 수정하기로 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현지 자원 활용을 더욱 확대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부품과 기술뿐 아니라 현지 합작사인 둥펑(Dongfeng)의 플랫폼까지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제품 개발과 공급망 전반에서 현지화 수준을 높일 방침이다. 또한 자체 품질 기준을 재검토하고 표준화 부품 적용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개발 비용과 기간, 업무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트리플 하프(Triple Half)’ 전략도 추진한다.
다만 일본 자동차업계에서는 혼다의 전략이 도요타 등 경쟁사의 현지화·하이브리드 전략과 비교해 차별성이 부족하고, HEV 이후 차세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경쟁력 확보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혼다의 전략 전환이 전동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공통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 부진과 미국 정책 변화, 유럽의 친환경 정책 속도 조절 등을 계기로 주요 업체들이 BEV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강화, 현지 기업 협력 확대, 핵심 시장 집중 등 유사한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북미 하이브리드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북미 시장은 주요 경쟁 무대로 꼽힌다. 혼다는 미국 시장을 하이브리드 전략의 핵심 시장으로 설정하고 중대형 HEV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도요타·현대차그룹·포드 등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북미 HEV 시장에서는 도요타가 2025년 기준 약 110만대를 판매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혼다와 현대차그룹도 각각 약 38만대와 30만대를 기록하며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따라 혼다의 하이브리드 전략 강화는 북미 시장 내 경쟁 심화와 함께 주요 업체들의 대응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시장에서는 외국계 완성차 업체의 영향력 축소와 현지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인도 시장은 혼다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신흥 전기차 업체들도 성장 기회로 주목하고 있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경쟁력만으로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에서 나타난 것처럼 소비자의 관심이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으로 이동할 경우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이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HEV 이후의 파워트레인 전략과 SDV·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