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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심광물 동맹 구축 속도…韓 공급망·수출 전략 재설계 필요"

▲ 한국 주요 핵심광물 가공품목 수입 현황(2025년 기준, 단위: 억 달러, %)
미국이 핵심광물 공급망 협정(ATCM)을 통해 우방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동시장 구축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격하한제와 공동외부관세, AI 기반 기준가격 등 새로운 공급망 질서가 부상하는 가운데, 중국산 가공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ATCM에 대한 전략적 대응과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15일 발간한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정(ATCM) 추진 동향과 주요국 대응’ 보고서를 통해 미국 ATCM의 구조와 주요국의 입장을 분석하고, 새로운 공급망 질서의 특징과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진단했다.
올해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회의(Critical Minerals Ministerial)에서 미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협정(ATCM, Agreement on Trade in Critical Minerals) 협상을 공식 제안하며 우방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본격 착수했다.
ATCM은 미국이 중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추진하는 복수국 간 산업정책 협력체계다. 단순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넘어 법적 구속력을 갖춘 협정을 기반으로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와 중국 의존도 축소, 우방국 중심의 특혜무역권 구축, 가격안정 메커니즘 도입, 투자·무역 규범 마련 등을 추진하는 새로운 경제안보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미국이 ATCM을 통해 핵심광물 생산국과 수요국 간 협력을 제도화하고,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우방국의 투자와 생산 기반을 유지·확대하는 산업정책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ATCM의 핵심은 기존 자유시장 중심의 공급망 운영에서 벗어나 가격과 투자, 무역정책을 결합한 새로운 공급망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가격하한제(Price Floor) △공동외부관세(Common External Tariff) △최소수입가격 △AI 기반 기준가격 등을 도입해 특정 국가의 저가 공세와 공급과잉에 대응하고 우방국 생산자의 수익성과 투자 유인을 보장하는 핵심광물 공동시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가격하한제는 핵심광물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생산자의 수익성을 보호해 공급망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며, 공동외부관세는 협정 비참여국의 저가 제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AI 기반 기준가격은 글로벌 시장 데이터를 활용해 가격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보고서는 이 같은 시장개입형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의 충돌 가능성을 비롯해 비참여국과의 통상 마찰, 시장 왜곡 논란 등 새로운 통상 이슈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들도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지배력 완화와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가격하한제와 공동외부관세 등 미국이 제안한 시장개입적 정책수단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EU와 캐나다 등은 가격 안정과 투자 유인 측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시장 개입과 수입선 제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에서 가격체계와 관세체계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 한국 주요 핵심광물 파생상품 수출 현황(2025년 기준, 단위: 억 달러, %)
보고서는 한국이 '가공 핵심광물 수입-파생제품 수출' 구조의 이른바 '샌드위치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기준 리튬 가공품 수입의 75%가 중국에 집중됐으며, 흑연은 67%, 희토류는 52%, 망간은 4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니켈과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을 활용한 배터리와 소재·부품 등 파생제품은 미국과 EU, 일본 등 ATCM 참여 가능 국가로의 수출 비중이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원료는 중국에서 조달하고 완제품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현실화될 때 국내 산업은 원료 조달과 수출시장 모두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ATCM 참여는 새로운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방국 중심 공급망이 구축될 경우 대미·대EU 수출 안정성을 높이고 핵심광물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협정 밖 주요 공급국 의존이 지속될 경우 새로운 공급망 리스크도 상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한국이 ATCM 참여 여부를 외교·안보 협력 차원을 넘어 대중 공급망 리스크 완화와 대미·대EU 시장 접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산업경쟁력·산업정책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ATCM 참여 전략은 구체적인 공급망 협력과 산업정책 수단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과 ATCM 등을 활용해 호주·캐나다·ASEAN 등과 광산 개발과 제련, 재자원화 프로젝트 및 장기 오프테이크(Off-take) 계약을 확대하고, 이를 국내 핵심광물 확보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료 확보를 넘어 자원개발 투자와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을 결합해 안정적인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채굴-제련-가공-소재·부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거점 구축 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향후 협상에서는 가격하한제와 AI 기반 기준가격 체계에 대해 시장 왜곡 가능성과 가격결정의 투명성을 고려한 선택적·조건부 참여 원칙을 유지하는 동시에, ATCM 비참여국과의 협력을 병행하는 다층적인 공급망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통계와 원산지 추적, 투입구조(IO) 분석체계를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비축과 정책금융, 세제지원, 재자원화 지원을 연계한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는 한편, 재자원화 생산분을 우방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 규범 정립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ATCM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질서에서의 기회는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