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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광물 공급망 ‘경고등’…IEA “공급망 집중 심화”
[에너지신문] '공급망 다변화'를 외쳤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발표한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6)’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특히 정련 분야의 특정 국가 집중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투자 감소와 수출규제 확대까지 겹치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한층 커졌다고 진단했다.

▲ 볼레오 광산.(기사와 관련없음)
특히 광산 개발에 비해 정련·가공 역량 확충이 뒤처지면서 새로운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핵심광물 시장이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닌 에너지안보와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기존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급망 집중도가 오히려 심화됐다는 점이다. 최근 2년간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리튬·코발트·흑연·희토류 등 대부분 핵심광물은 중국이 정련 공급 증가를 주도하며 각 광물별 정련 공급 증가분의 75% 이상을 차지했다.
망간과 니켈, 흑연 일부 시장에서는 공급 증가분 대부분이 사실상 단일 국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실제 시장에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IEA는 설명했다.
투자 여건도 악화됐다. 핵심광물 가격은 공급 여건 악화와 주요 생산국의 수출규제 영향으로 2025년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가격 변동성 확대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2025년 핵심광물 투자는 9% 감소했다. 수년간 이어졌던 투자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투자 감소가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보고서에서 새롭게 강조된 부분은 공급망의 ‘병목(Bottleneck)’이다. 신규 광산 개발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후공정인 정련과 자석 제조 분야에 대한 투자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희토류 공급망에서는 2035년까지 계획된 정련 능력이 예상 광산 생산량의 약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영구자석 생산능력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광물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가공해 산업에 활용할 생산 기반이 부족하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를 공급망 위험이 현실화된 대표 사례로 꼽았다. 중국이 2025년 4월 희토류 수출통제를 시행한 이후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는 생산을 줄이거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규제가 더욱 확대됐으며, 확대된 규제의 시행은 현재 1년 유예된 상태다. 그러나 규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중국 외 지역에서 연간 6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제조업 생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IEA는 전망했다.
올해 보고서는 또 하나의 새로운 화두로 ‘전략 소수광물(Strategic Minor Minerals)’을 제시했다. 공급 규모는 작지만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광물들이다.
IEA는 이들 광물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공급망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라며 정책적 관심과 국제 공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각국 정부의 공공 금융 지원은 2023년 이후 4배 이상 증가해 2025년 65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신규 희토류 정련 프로젝트와 말레이시아의 생산 확대에 힘입어 최대 공급국의 희토류 정련 점유율은 2023년 90% 이상에서 2025년 85%로 낮아졌다.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35년에는 70%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IEA는 핵심광물이 최종 제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공급망 다변화에 따른 추가 비용은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도 평가했다.
핵심광물은 배터리 셀 원가의 약 25%를 차지하지만 전기차 가격에서는 약 3% 수준에 불과하며, 희토류 역시 영구자석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차량 가격에서는 1% 미만이라는 설명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막대한 경제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핵심광물에 의존하고 있지만 공급망은 여전히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에는 일정한 비용이 들지만 이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에 필요한 ‘광물안보 프리미엄(Mineral Security Premium)’이자 공급망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경제적 보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핵심광물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광산 개발에서 정련·가공과 자석 제조, 장비, 기술, 전문인력 확보를 포함한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IEA는 공급망 다변화를 경제성의 문제가 아닌 경제안보 차원의 전략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각국 정부와 산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