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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E1 LPG누출…부적합 자재‧부실시공 부른 인재

▲ E1 인천기지 사고 배관에 식별된 플랜지 이음부(가스누출 부위).
[에너지신문] 지난 8월 인천 연수구 송도 E1 인천 LPG기지에서 발생한 대량 가스누출 사고는 부적합한 자재 사용과 부실시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은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인천 연수구 E1기지 열조배관 LPG누출 사고조사서’에 따르면 지난 8월6일 오후 12시 28분쯤 선박에서 육상 저장탱크로 LPG를 옮기는 작업 중 배관 이음부에서 발생했다.
E1 상황실이 가스 누출을 감지‧신고한 것은 사고 발생 19분 후인 12시 47분이었으며 총 1시간 30분 동안 22.8톤의 LPG가 누출됐다.
택시 700여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많은 양이다.
주변에 점화원이 있었다면 대형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고의 핵심 원인은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가스켓(Gasket)이었다.
가스켓은 수도관의 고무 패킹처럼 배관 사이에서 가스가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밀봉하는 핵심 자재다.
조사 결과 현장에 사용된 가스켓은 최대 5MPa(메가파스칼)의 압력까지만 견딜 수 있는 테프론 소재였다. 그런데 사고 당시 배관에는 7.18MPa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가스켓이 견딜 수 있는 압력보다 40% 이상 높은 수치로 처음부터 사용해서는 안 될 부적합한 자재를 쓴 것이다.
자재 문제에 더해 시공도 엉터리였다.
가스켓이 배관 중심에 맞춰지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친 채 설치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이렇게 비뚤어진 상태로 설치되자 가스켓에 압력이 불균등하게 집중됐고 결국 과도한 압력을 견디지 못한 가스켓이 변형 및 파열되면서 대량의 가스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설계부터 시공, 검수, 감리까지 안전관리의 모든 단계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배관은 올해 1월13일~2월19일과 2월24일~3월26일까지 두 차례 가동한 뒤 약 4개월간 사용하지 않다가 사고 당일 재가동 과정에서 문제가 터졌다.
주기적인 안전 점검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E1 측은 “GS건설이 설계와 시공을 맡았으며 설치 후 검수 및 감리 내역은 확인하겠다”고 의원실에 전했다.
E1은 LPG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판매하는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이번 사고로 민간 기업의 가스시설 관리가 공기업에 비해 허술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가스업계 전문가는 “한국가스공사는 가스켓을 설치할 때 온도, 압력, 유체 등 사용 환경을 철저히 고려해 테프론, 금속, 고무 등 적합한 재질을 선택하고 정기적으로 누출 검사를 한다”라며 “민간기업이 공기업의 안전 기준을 따랐어도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E1은 사고 직후에야 문제의 가스켓을 기존보다 8배 이상 강한 금속 재질로 교체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자재를 썼어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사고 이후 E1 LPG기지인 여수, 인천, 대산, SK가스의 울산, 평택, 한국석유공사의 평택 등 전국 6개 LPG인수기지를 긴급 점검하고 낡고 약한 부품을 즉시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허종식 의원은 “E1 인천기지 주변에는 가스공사 인천기지, 인천환경공단 소각시설, 인천신항 등 위험시설이 밀집해 있어 안전 사고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곳”이라며 “이번 사고로 민간의 안전관리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안전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